2020-10-29

몬스터월드4

웨스턴이 개발하고 세가가 1994년에 발매한 원더보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주인공이 시리즈 최초로 여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원더'보이'라는 제목은 빼고 '몬스터월드'가 되었다. 세계관은 아라비안나이트 풍.

소녀 '아샤'는 어느 날 누군가의 도와달라는 외침을 듣고, 바로 모험을 떠난다. 장황한 오프닝 없이 빠른 전개다. 아샤의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아샤가 떠나는 걸 바로 받아들이고 배웅해준다.

메가드라이브 황혼기에 나온 작품인 만큼 그래픽과 음악이 최상급이다. 주인공의 동작이 다채롭고 음악도 듣기 좋다. 메가드라이브의 BGM은 좀 거친 느낌이 있는데, 이 게임은 깔끔했다. 보물상자를 열 때 아샤가 엉덩이 실룩실룩하는 모습은 중독성 있다.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원더보이2>와 견주면, 미로와 퍼즐 요소가 더 강해졌다. 아무래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용 게임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머리를 쓰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는 장면이 많다.

도중에 애완동물(?) 페페로그를 얻으면, 다양한 액션이 가능해진다. 페페로그가 체공 시간을 늘려주기도 하고, 불을 꺼주기도 하며, 숨겨진 문을 찾아주기도 한다. 클리어하려면 페페로그 사용이 필수인데, 게임 내에선 어떻게 쓰라는 설명이 없어서 공략을 안 보면 막히기 딱 좋다. 페페로그는 스테이지 시작 시마다 열매를 먹고 점점 뚱뚱해져서 액션이 제약된다.

액션 RPG를 표방하지만, 일반 RPG처럼 마을이 많이 나오진 않는다. 마을이 딱 두 곳 등장하며, 그중 한 마을과 던전을 왔다 갔다 하며 진행된다. <이스3>와 비슷한 진행 방식이지만, 레벨업 개념은 없다. 단지, 돈을 모아 좋은 무기, 갑옷, 방패를 사서 공격력과 방어력 올리고 생명 조각을 모아 HP 한계치를 높일 수 있다.

던전 공략은 쉽지 않다. 적을 물리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데, 막힌 곳을 진행하려면, 던전 내에서 얻은 힌트와 길을 기억해야 하고, 페페로그를 이용해야 한다. 어떤 던전에선 돌아다니며 다섯 개의 석상을 찾고, 힌트대로 배치하는 걸 두 번이나 해야 한다. 세밀한 점프 실력도 요구된다. 피라미드 들어갈 때 스핑크스는 전작들처럼 수수께끼를 낸다.

스토리는 전작들처럼 단순하다. 이 게임의 가치는 스토리보다는 게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길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막힌 곳을 풀었을 때 시원한 맛이 있다. 다만, 몇몇 부분은 공략 안 보면 굉장히 헤맬 수 있다.

메가드라이브가 저물고 플레이스테이션과 새턴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던 시절에 나와서 조금 묻힌 감이 있는 게임이지만, 완성도는 원더보이 시리즈 전체로 봐서도 그렇고, 16비트 게임 전체를 놓고 봐도 최상급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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