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0

러싱 비트

1992년 무렵,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을 좋아했는데, 오락실에서도 즐길 수 있는 파이널 파이트 말고 뭐 다른 거 없을까 찾던 와중에 나온 게 이 게임이었다.
슈퍼패미컴판 파이널 파이트와 달리 2인용이 된다는 데 혹했다.

하지만, 가게 아저씨가 롬팩값을 65,000원이나 불러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고, 해본 건 오랜 세월이 지나서였다.

형사 릭이 마약 조직에 납치된 여동생을 상사 더글러스와 함께 구하러 나선다는 스토리.

파이널 파이트 아류작 느낌이 강하지만, 적에게 어느 정도 맞으면 분노 모드가 발동되는 게 나름 차별점이다.

파이널 파이트가 왜 성공했을까 생각해보면, 이 게임의 단점이 드러난다.
일단 멋지지 않은 캐릭터들, 뭔가 조잡한 타격감, 지나치게 높은 적들의 파워, 한 화면에 3명까지만 나오는 적들, 반복되는 연출 그리고 6스테이지 구성이지만 한 스테이지가 너무 길어서 지루할 정도다.

1992년에 했다면 이런 게임이 귀한 시기라 그럭저럭 재밌게 즐겼을지 모르지만, 65,000원씩이나 줄 게임은 아니라고 후회했을 것 같다.

끝판왕을 쓰러뜨리면, 엔딩에서 여동생이 “오빠!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야!”라고 외치는데, 그 장면이 <용호의 권> 엔딩을 떠올리게 한다. 이 게임이 먼저 나왔으니 그냥 우연의 일치?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자레코는 이 게임의 속편을 두 편이나 내놓았다.


엔딩 본 날 - 2026년 2월 20일

2026-02-16

드래곤 퀘스트 10 오프라인 DLC 2.0 잠자는 용사와 인도하는 맹우

드퀘10 오프라인은 원작의 3등신에서 짜리몽땅 대두로 바뀐 캐릭터 디자인과 이질적인 스토리 때문에 개인적으론 드퀘 시리즈 중 최악으로 생각한다.
특히 엘프 종족이 기모노를 입고 일본 전통 가옥에서 지내는 설정은 어색해서 이질감을 키웠다.

시나리오를 호리이 유지의 제자인 후지사와 진이 썼다고 하는데, 특유의 아기자기함 속에 소소한 반전을 더하는 호리이 유지의 감성과는 결이 달라, ‘이게 드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망스러워서 엔딩 본 뒤, 클리어 세이브를 보관하지 않았는데, 이후 DLC 2.0으로 초대형 업데이트가 나왔다.

처음엔 관심 없다가 드퀘 7 리이매진드 끝낸 여세를 몰아 2.0까지 해치우려고 잡았는데, 클리어 세이브가 없어서 1.0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이번엔 PC판으로 했는데, 안정적으로 잘 돌아갔으나 그래픽은 별 차이 없었고, 마을이나 특정 건물 들어가고 나갈 때 로딩은 여전했다.

옛날 롬팩 게임에도 없었던 로딩이 요즘 게임에 있다는 게 어이가 없긴 했다. DLC 2.0이 발매된 2023년 기준으로 그래픽이 엄청 뛰어난 게임도 아닌데 말이다.

용사 이야기가 펼쳐지는 DLC 2.0 <잠자는 용사와 인도하는 맹우>는 DLC 1.0에 견주면 훨~씬 낫다.
서사 구조와 감정선이 한층 정돈되어 비로소 드퀘다운 감성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이 호리이 유지 스타일에 가까워져서 마음에 든다. 물론 드퀘에서 반복해온 전개 방식이라 어느 정도 예측은 된다.

두 가지 세계 설정은 이전 6, 7편에도 써먹었다. 죽은 사람 세계를 좀더 발전시켰으면 어땠을까 싶다.

볼륨은 1.0 이상인 것 같다. DLC라 금방 끝날 줄 알았더니 2.0만 40시간 이상, 도합 65시간 걸린 것 같다. 메인 퀘스트 위주로만 하고, 트레이너로 게임 속도 빠르게 하고, 치트 썼는데도 그렇다.
모든 퀘스트를 다 깨려고 하면 100시간도 쉽게 넘길 것 같다.

퀘스트가 자잘한 게 많은데 그 자잘한 게 메인 퀘스트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는 게 많다. 짜증나는 건 어느 지역에 가서 특정 몬스터를 죽여야 나오는 아이템 가져오라는 거. 그 노잼 퀘스트가 너무 많아서 피곤했다. 공략 안 보고 했으면 금방 막혔을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드퀘스러워져서 만족스러웠다. DLC 2.0이 사실상 본체이고, 안 좋았던 드퀘 10의 평가를 만회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아쉬운 점은 DLC 2.0에서도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마왕을 물리쳤기에 거기서 끝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새로운 세계를 언급하며 더 이어갔다. 초반에 나온 주인공의 혈육과도 만나지 않았다.

발매 이후 몇 년이 흘렀음에도 후속 콘텐츠 나올 기미가 안 보이는데, 또 할 일이 있으려나?


엔딩 본 날 - 2026년 2월 15일

2026-02-10

드래곤 퀘스트 7 리이매진드 (스위치1) 후기

●수제 인형을 촬영해 CG화한 캐릭터 그래픽이 마음에 든다. 사람 손맛 느낌이 있다.

●쉽고 빠르게 진행하는 옵션 선택 시 30시간 이내 엔딩 가능.

●지나치게 길었던 원작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해 전개가 훨씬 간결해졌다.

●갈 곳을 느낌표로 다 표시해줘서 편하긴 한데, 발견하는 재미가 사라져 성취감은 거의 없다.

●중반 이후 직업을 두 개 가질 수 있어 육성이 수월해졌다. 대신 직업별 복장 변화는 삭제.

●막장 에피소드였던 페페와 린다 이야기는 살짝 순화한 듯.

●투기장 컨텐츠로 1~3편 최종 보스와 대결 가능.

●주인공 일행 의상 변경 DLC 있음.

●중년의 키퍼 에피소드 추가된 건 좋았다. 아쉽게 퇴장해서......
키퍼는 키우지 않는 게 좋다.

●엔딩 후에는 더 강력한 보스들과 싸울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6년 2월 10일
2026-02-01

슈퍼 닌자군

UPL이 1994년 오락실용으로 출시했던 <닌자군>의 계보를 잇는 작품.

닌자군은 패미컴에서 ‘쟈쟈마루군’이라는 스핀오프로 다양한 후속작이 나왔지만, 본작은 스토리상 쟈쟈마루군과는 관계가 없으며 초기 닌자군을 리부트한 작품에 가깝다.

슈퍼패미컴에서는 유일한 닌자군 시리즈로, 2인 동시 플레이도 가능하다.

닌자군은 네 종류의 무기를 바꿔 사용할 수 있고, 적의 영혼을 모아 게이지를 채우면 인술도 구사할 수 있다.

스테이지마다 점프와 벽 기어오르기를 활용해 길을 찾아 보스가 있는 곳까지 진행해야 한다. 길 찾기가 다소 까다롭지만, 보스전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매우 세밀하고 코믹하며, 조작감도 경쾌해 손맛이 좋다.

이 완성도로 슈퍼패미컴 초창기에 출시되었다면 주목을 받았겠지만, 1994년은 볼륨이 크고 오래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주류인 시기라 이런 고전적인 액션 게임은 만듦새와 별개로 묻히기 쉬웠다.


엔딩 본 날 - 2026년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