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8

드래곤 퀘스트7 안드로이드판

드래곤 퀘스트7이 플레이스테이션1, 3DS를 거쳐 안드로이드와 iOS용으로도 나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DS판을 기반으로 하지만, 스마트폰에 맞게 세로 화면이고, 해상도가 높아졌다. 그래픽면에선 3DS판을 뛰어넘는다. 게임패드 없이 터치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드래곤 퀘스트7은 플레이스테이션판을 ePSXe 에뮬로 돌려서 한 적이 있다. 석판 찾기의 귀찮음, 너무나 장황한 스토리에 유목민 나오는 곳에서 중도 포기하고 세이브 파일 받아서 엔딩만 봤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중 하다가 만 것은 7편이 유일했다. 3DS로 리메이크되었을 때 다시 해볼까 생각했지만, 당시 3DS가 없고, 치트도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안 했다. 안드로이드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잊어버릴 즈음 불쑥 나왔다. 잽싸게 설치해서 플레이했다.
중반까진 즐겁게 했다. 플레이가 쾌적하고 드래곤 퀘스트 특유의 분위기를 오랜만에 흠뻑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스 때와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게 느껴진다. 모든 서브 스토리를 완료하지 않았는데도 엔딩 보는 데 60시간이나 걸렸다. 진행은 플스판보다 친절하다. 석판 레이더가 있어서 석판 찾기도 쉽고 힌트도 많다. 난이도는 다소 내려갔다.
일본 RPG의 레벨업 단순 노동을 싫어해서 게임가디언 어플로 경험치를 뻥튀기했다. 그런데 이게 직업 숙련도 올리는 데는 독으로 작용했다. 숙련도는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해야 잘 올라가는데, 처음부터 레벨99로 올려놓은 캐릭터는 숙련도를 올리는 데 무척 오래 걸렸다. 그래서 한 캐릭터가 직업 3개도 마스터 못 한 경우가 많았다. 직업과 장착한 무기에 따라 복장이 달라지는 건 보기 좋았다. 다 보지 못해서 아쉬울 뿐.
7편이 시리즈 최고로 지루한 까닭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같은 곳을 두 번 돌아다니는 점이 아닐까 싶다. 과거 모습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초반엔 흥미로웠다. 특히 페페와 린다의 사랑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가우디 건축과 일본의 역사 왜곡을 생각나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진부해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같은 곳을 두 번 돌아다니고 나중에 또 뺑뺑이 미션을 시키니 지겨워진다.
주인공 일행이 그다지 매력 없는 점도 한몫 한다. 주인공은 시리즈 중 제일 매력이 없다. 멋지게 생긴 것도 아니고 기구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평범하다. 다른 일행들도 개성은 있으나 사연이 부족하다. 기억에 남는 건 왕자 키퍼 정도. 그렇게 일찍 파티에서 빠져나갈 줄은 몰랐다. 키퍼의 어린 시절 모험을 그린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캬라반하트>는 예전에 아주 재미있게 한 적이 있다. 7편보다 재미면에선 더 나았던 걸로 기억한다.
마왕을 쓰러뜨리고 난 다음, 끝날 분위기였는데, 또 거기서 반전이 일어나는 점은 드래곤 퀘스트3에서도 경험했던 부분이었다. 단지 7편의 마왕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그냥 찌질한 느낌.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서 천천히 두고두고 즐기기엔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귀찮은 요소가 많아서 그걸 위해 다시 하진 않을 것 같다. 오래 전에 플스판으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안드로이드판으로 풀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로서 드래곤 퀘스트는 1~9편까지 완클.

댓글 2개:

  1. 까발리기 자제좀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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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포가 싫으면 검색을 말아야지, 찡찡이 네 놈이 이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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