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2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 메가드라이브판 게임 by namcot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애니를 최근에 다시 봤더니 게임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잡은 메가드라이브용 게임(1991년작).


다른 나디아 게임과 달리 겉보기엔 RPG 같지만, 사실상 어드벤처 게임에 더 가깝다. 레벨 개념이나 전투가 없고 뺑뺑이 미션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텍스트 선택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아닌 일방통행 스토리다. 또, 제작비를 아끼려고 했는지 세이브 방식이 아닌 패스워드 방식이다.
게임으로선 좋은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나디아 팬이라면 할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애니와 다른 놀라운 전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초반부는 원작 애니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메가드라이브만의 독자적인 전개로 진행되는데, 그 이유는 이 게임이 원작 애니 방영이 끝나기 전에 나왔기 때문이다(애니는 1991년 4월에 방영이 끝났고 이 게임은 한창 방영중인 3월에 나왔음).
제작사 남코는 애니 제작 전의 초안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애니로 다듬어지기 전의 시나리오를 게임으로 맛볼 수 있다.


나디아 애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화를 꼽으라면 <엘렉트라의 배반>편이었다. 갑자기 엘렉트라가 네모 선장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와서 무척 놀랐다. 게임에선 그 장면이 가고일과 만나는 부분에서 나온다.


애니에선 노틸러스호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일부가 가라앉는데, 게임에선 가고일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노틸러스호의 승무원들은 전원 사망한다! 그리고 나중에 뉴노틸러스호 대신 노틸러스 2세호가 등장한다.


나디아의 오빠 네오도 등장한다. 그런데 애니와 달리 어린아이 모습으로 등장한다.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바벨탑의 폭발로 조각난 몸이 기계 몸으로 대체되었으니 성장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인 게 맞다. 네오의 죽음도 원작과는 크게 다르다. 나디아와 장을 탈출시키다가 가고일한테 들켜서 죽는다.


엘렉트라는 가고일이 네모 선장에게 쏜 총알을 대신 맞고 죽는다! 그리고 죽기 전에 네모 선장에게 키스해달라고 한다. 네모는 엘렉트라에게 자기 마음을 고백하려고 하는데, 엘렉트라가 나디아 앞이라며 네모 입을 손가락으로 막는다. 애니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후, 가고일은 네모와 장을 다 쏴죽인다. 흥건한 피의 묘사... 애니보다 잔혹하다. 원래 네모를 비롯해 노틸러스호 사람들은 다 죽는 걸로 하는 게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원안이었다고 한다. 장은 원작처럼 블루워터의 힘으로 살아난다.


가장 놀라운 점은 애니에서 끝끝내 나오지 않았던 가고일의 맨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가고일은 가면을 벗고 자신이 인간을 증오하게 된 이유를 내뱉는다. 가고일은 인간들과 공존하려는 친구 네모의 말을 듣고 인간 세상에 호기심이 생긴다. 그는 인간들을 살피고자 인간 세상을 여행하는데, 그만 도적의 습격을 받아 아내와 자식을 잃고 자신은 왼눈을 실명한다. 슬픔과 절망에 빠진 가고일은 인간들에게 복수를 맹세한다. 가고일은 장의 아버지를 죽인 것도, 네모가 바벨탑을 폭파하게 만든 것도 다 자신의 계략이었다며 웃는다. 가고일의 과거가 궁금했는데 게임에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디아와 장의 확실한 키스신도 나온다. 강렬하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사랑을 고백하는 점도 신선하다.

게임 자체는 그닥이지만, 나디아팬으로선 장면장면 색다른 부분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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