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1

란마1/2 타도, 원조 무차별 격투류!

<랑그릿사>로 유명한 메사이야가 PC엔진으로 1992년 10월에 발매한 대전 격투 게임. PC엔진용 전작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지만,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2>가 대히트하면서 란마도 그 흐름에 편승했다.

게임은 만화 원작 그대로 진행된다. 란마 아버지의 스승이자 변태 할아범인 팔보채의 첫 등장부터 란마의 비룡승천파 구사까지 나온다. 제목의 '무차별 격투류'는 팔보채가 창시한 격투기를 말한다.

PC엔진 CD롬 게임답게 애니메이션과 성우 음성이 다수 들어가 있다. 요즘이야 대단할 것 없지만, 당시엔 가정용 게임기에서 이런 비주얼이 나온다는 게 놀라웠다. 1992년말 용산 게임 매장들에서는 이 게임을 켜놓고, 오가는 소년들의 눈길을 끄는 미끼로 활용했다. 나 역시 그런 소년 중 하나였지만, PC엔진이 없어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란마 캐릭터로 <스트리트 파이터2> 같은 대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내 흥미를 돋구었지만, 할 시기를 놓친 채 긴 세월이 흘렀다. 어른이 된 지금, 레트로아크로 해봤다.

전부 8스테이지이고, 사이사이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원작의 중요 장면만 나오기 때문에 란마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은 맥락이 안 잡혀서 내용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원작팬을 위한 영상이 아닌가 싶다.

원작은 여자가 된 란마의 가슴 노출이 빈번했는데, 게임도 그 부분을 자르지 않았다. 가정용 게임기로선 놀라운 수위다.

애니메이션은 화려했지만, 게임 자체는 스파2에 도저히 견줄 수준이 아니었다. 기술과 동작이 다양하지 못하고, 타격감도 약하다. 필살기는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다 라이프 게이지에 불이 들어올 때 떼면 쓸 수 있다. 스토리 모드는 오직 란마만 쓸 수 있고, 대전 모드에서 다른 캐릭터를 쓸 수 있다. 캐릭터별 균형이 안 맞아서 이걸로 둘이서 대전을 즐길 것 같진 않다. 스파2를 해본 사람이 하면, 구리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팔보채, 코다치, 우쿄, 료가, 교장, 무스, 쿠노, 료가, 팔보채 순으로 싸워나간다. 후반부에 란마가 팔보채를 쓰러뜨리기 위해 비룡승천파를 수련하고, 료가와 싸우는데, 원작처럼 반드시 비룡승천파로 쓰러뜨려야 해서 상당히 어려웠다. 비룡승천파를 쓰지 않고 료가를 이기면, 코롱 할머니가 "바보! 수련하는 의미가 없잖아! 다시 해!"라며, 그 판을 되풀이한다.

비룡승천파

끝판왕은 팔보채다. 꽤 어렵다. 이기면 엔딩이 나오고 중간중간 보너스 스테이지에 나왔던 도박왕 킹과 다시 카드 게임 한다. 이기면, 특별한 모드로 들어갈 수 있는 비기를 알려준다.

당시 란마의 인기가 높아서 이 게임도 나름 인기가 있었지만, 게임 자체는 함량 미달이지 않나 싶다. 란마팬에겐 원작 재현이 많아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엔딩 본 날 - 2020년 10월 1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