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2

롤짱3 - 록맨3 캐릭터 변경 패치

1990년에 발매된 패미컴용 록맨3는 내가 처음으로 해본 록맨이었다. 그 시절엔 공략도 없어서 적 로봇들의 약점을 알아내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나하나 클리어 방법을 알아내가며 엔딩을 봤을 때 성취감이 대단했다. 하는 새에 고수가 되어서 언제든 엔딩을 볼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고생하며 엔딩을 본 보람도 컸지만, 음악도 훌륭하고 그래픽도 깔끔해서 명작이라고 느꼈던 게임이었다. 이 뒤로 록맨1과 그 후속작들을 해봤지만, 3편만큼 재미나게 하지는 못했다. 록맨3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게임이다.

다시 해볼까 생각하던 중에 패미컴용 록맨3 캐릭터를 홍일점 롤(Roll)로 바꾸는 패치를 발견했다.

http://www.romhacking.net/hacks/2799

그러고보니 클래식 록맨에서 여자 캐릭터는 롤 말곤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적들도 죄다 남성 로봇이고 롤은 게임에서 하는 일 없이 얼굴이나 잠깐씩 비추는 조연이었다. 그 한을 풀어주고자 패치해서 롤짱(Rollちゃん)을 주인공으로 해본다.
참고로 록과 롤이란 이름은 로큰롤(rock'n'roll)에서 따왔다고 한다. 음악 장르인 rock'n'roll은 rock and roll(흔들고 구르다)을 줄인 말인데,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섹스를 뜻하는 속어였다고 한다. 그래서 북미판에선 록맨이 아니라 메가맨으로 제목을 바꾼 모양이다.
섹스와 연관된 제목이란 걸 알고 나니 록맨의 남매 로봇 록과 롤에 대해 뭔가 음흉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이 록맨에서 롤로 바뀌는 것 말고는 다 똑같다. 패치는 클래식 롤 복장과 록맨8 롤 복장이 있는데, 난 록맨8의 롤 모습이 더 전투용 같아서 록맨8 롤 복장 패치를 골랐다.

지금 해봐도 잘 만든 게임이다. 패미컴 액션 게임에선 탑 수준이 아닐까 한다. 다만, 이미 쓰러뜨린 로봇 8대와 후반부에 다시 한 번 싸워야 하는 부분이 당시엔 재미었지만, 지금은 좀 지루했다. 클래식 록맨 시리즈의 전통이다.

클래식 록맨의 끝판왕은 언제나 와일리 박사였다. 난 게임월드 잡지의 록맨2 분석을 봐서 2편의 끝판왕이 와일리인 건 알고 있었는데, 3편에서 개심했길래 새로운 적을 상대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모든 흑막은 와일리였고, 배신해서 다시 끝판왕이 되는 걸 보고 놀랐다. 부제가 ‘닥터 와일리의 최후’였으니 이미 제목에서 스포했지만, 일본어를 모르던 당시의 나는 그걸 알 리 없었다.

와일리 박사는 통하는 무기를 알면 어렵지 않다. 다른 보스보다 쉽게 깼던 것으로 기억한다.

넘버 002 롤짱 : "가정용 로봇. 롤을 평화를 위해 개조했다. 마음이 아프다."

넘버 001 록 : "가정용 로봇. 롤하곤 마치 남매 같다."

자신을 구해준 오빠 블루스를 생각하는 롤

게임 내용엔 차이가 없었지만, 만년 조연이었던 롤을 주인공으로 했기에 조금은 색다른 기분으로 할 수 있었다. 클래식 록맨 최고 걸작.


엔딩 본 날 - 2022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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