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1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1 PC판

파이널 판타지7은 플스1 시절에 감동하며 깬 작품이라서 리메이크가 나왔을 때 무조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플스4가 없는 관계로 PC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뒤늦게 해봤다.

우선은 원작에서 환골탈태한 캐릭터 모델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티파와 에어리스는 매력적이어서 자꾸 눈이 갔다. 모드 파일로 옷을 바꿔봤는데 더 매력적이었다. 티파가 클라우드의 앞에서 굳이 상반신을 숙이며 대사를 날리는 장면은 쌍팔년도스럽긴 하지만, 남성 팬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다만, 현실 슬럼가에선 저런 여자애가 있을 수가 없겠지. 거칠고 위험한 슬럼가에서 자랐는데, 말씨도 곱고 착하다. 제목 그대로 판타지.

일부 빼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없고, 대신 그들끼리 하는 대화가 음성으로 들린다. 일일이 대화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라 편해졌다. 그런데 이 음성은 번역 안 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환락가 월마켓의 배경 그래픽은 묘사가 실감 났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마을 중 가장 화려하고 볼만했다. 안마소 등 유흥업소도 나오는데, 가정용 게임이라 선을 넘지는 않는다. 훌륭한 캐릭터 모델링과 더불어 이 퀄리티로 야겜이 나오면 히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GTA 같은 오픈월드 게임 하다가 요거 하면 저 정도 장애물을 왜 못 뛰어넘는지 왜 거기서 떨어지면 안 되는지 하는 불만이 생긴다. 일방진행 RPG라서 제약을 준 건 이해하지만, 요즘 게임 기준으로 보면 자연스럽지 못하지 않나 싶다.

칭찬은 여기까지. 엔딩까지 보고 느낀 점은 음......
파판 시리즈에 관심이 꺾인 건 파이널 판타지10부터였다. 8편 제외하고 9편까진 중2병 대사 날리거나 유치한 장면이 나와도 캐릭터가 짜리몽땅 저연령층 느낌이라서 넘어갈 수 있었는데, 8등신 성인 캐릭터가 오글오글하게 굴면 볼썽사납다.

그걸 파판7 리메이크에서 다시 느꼈다. 스토리나 연출에서도 화려하지만, 실속 없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인위적으로 보여주려는 장면이 많고 연출이 과해서 오히려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 전개는 갸우뚱하다. 리메이크 첫 편이 다루는 이야기는 아발란치가 신라 컴퍼니의 야욕을 분쇄하려는 건데, 세피로스의 여러 차례 등장이 난해하다. 클라우드와 에어리스는 세피로스를 알겠지만, 아발란치 분파의 리더 바레트는 그를 모르지 않나. 신라 타도가 목적인 바레트가 세피로스와 싸우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이 안 된다. 원작을 모르는 팬은 세피로스가 갑톡튀로 느껴지고 왜 끝판왕인지 알 수 없다.

이 리메이크는 3부작 예정이라고 하는데, 첫 편이 원작 스토리 4분의 1밖에 안 된다. 이야기에 살을 많이 붙였는데, 그 살을 붙인 부분들이 별로 중요한 장면들이 아니라서 아쉽다. 쓸데없이 늘리는 바람에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졌다고 본다. 원작처럼 한 편으로 깔끔하게 끝내는 게 좋았다.

후반부 모터사이클 액션의 기계 보스는 꽤 어려워서 노멀 난이도로 한 10번 도전해서 겨우 깼다. 액션이 약한 나로선 원작에서 비중이 낮았던 모터사이클 장면을 길게 넣은 게 성가셨다.

마지막 챕터는 끝날 듯 끝날 듯 보스와 연전. 빨리 끝나길 바랄 정도로 적들이 매력이 없고 지루했다.
엔딩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원작을 바꿔놨다. 원작과 프리퀄 작품을 아는 팬들을 위해서 이렇게 한 것 같다. 원작을 '운명'이라고 보고 그걸 바꾸는 쪽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그 캐릭터의 죽음도 막을 수 있을지도.

2부, 3부 나오면 결국 하긴 하겠지만, 1부를 해보니 기대치를 많이 낮춰야겠다.

엔딩 본 날 - 2022년 1월 1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