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6

벤케이 외전

일본 겐페이(源平) 전쟁 때 활약했던 무장 요시츠네(義経)와 그의 충신 벤케이(弁慶)가 등장하는 RPG. 1989년 선소프트가 PC엔진 휴카드로 발매했다.
요시츠네는 천재 전략가였으나 권력 다툼에서 친형에게 패해 자살하는 비극적 삶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유명한 인물이다. 요시츠네를 지키다 죽은 벤케이는 힘 센 사람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 게임 제목엔 벤케이가 들어가지만, 벤케이는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으로 나온다.
벤케이와 요시츠네는 1189년 전쟁에서 죽었지만, 일본인들이 신격화하여 온갖 전설과 구전이 돈다.
이 게임은 그들의 생존설을 소재로 했다. 일본 가마쿠라 시대를 다룬 건 RPG로선 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다.

1180년 후반 가마쿠라 시대의 일본. 승려 호간에게 맡겨져 자란 주인공 키쟈쿠(鬼若)는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밝히기 위해 일본 전토를 돈다. 그 과정에서 사부로, 사야카, 벤케이, 요시츠네를 동료로 맞이해, 요괴를 거느린 요시츠네의 친형 요리토모에 대항한다는 이야기.

캐릭터 디자인은 <천지를 먹다>로 유명한 만화가 모토미야 히로시가 맡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체를 느낄 수 있는 건 상태 화면뿐이다.

게임은 전형적인 드래곤 퀘스트 방식이다. 패미콤용 <드래곤 퀘스트3>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라 많은 일본 RPG가 드래곤 퀘스트의 방식을 표준처럼 따랐다. 불편한 점도 그대로 계승하여 말을 걸거나 조사할 때 메뉴창을 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티는 최대 4인 구성이고 세이브는 패스워드와 데이터 백업 방식 두 가지를 지원한다.

경험치를 올려서 최고 레벨에 도달하면 극(極)으로 표기된다. 최고 레벨이 고작 50이기 때문에 끝까지 올려도 쉬워지는 데 한계가 있다. 필드에선 걸음 속도가 느려서 답답하다. 일반RPG의 마법에 해당하는 법술로 걸음 속도를 올릴 수 있지만, 성가시다. 그리고 던전에서 보통 5~6걸음 할 때마다 적을 만나게 되어서 고역이다.

적으로 나오는 괴물들은 일본 요괴뿐 아니라 서양 판타지에서 볼 수 있는 종류도 나온다.

옛날 RPG답게 힌트가 너무 부족하다. 막히는 곳이 많은데, 공략 안 읽고 엔딩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다. 나도 일본 웹의 공략이 없었다면 도중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 스토리는 불친절하면서 평이하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개그도 없고 대사에서 등장인물의 개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유일한 굴곡이라고 하면, 주인공의 아버지가 요시츠네라는 점 정도? 마을의 이벤트라든가 미션이 너무 평이해서 싱겁다.

음악의 질은 높은 편이고 그래픽도 당시 기준으론 깔끔하지만, 너무 심심한 스토리에 높은 적 조우율이 아쉬운 RPG. 그래도 옛 일본 배경 RPG라는 점 때문에 팬이 있었는지 슈퍼패미컴으로 속편이 나왔다.


엔딩 본 날 - 2022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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