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8

그라디우스2 MSX 개선판(PSP용)

1980년대 후반, 국산 MSX1 기종인 대우 IQ1000을 보유했는데, ‘메가롬 게임’으로 일컫는 고용량 게임을 하려면, 메모리를 확장해주는 메가램팩을 MSX 슬롯에 꼽아야 했다.

엄마를 졸라서 재미나 본사에서 메가램팩을 손에 넣었고 그때 같이 받은 게임 테이프가 그라디우스2였다. 그 그라디우스2는 재미나의 해킹으로 전투기 메탈리온이 펭귄으로 바뀌어서 나오는 버전이었다. 그 탓인지 난 지금도 원래 주인공보다 펭귄이 친숙하다.

그라디우스2는 옛날에 MSX 에뮬로 깼지만, PSP용 <사라만다 포터블>에 MSX판 그라디우스2가 포함되어 있길래 다시 해봤다. 재밌게도 설정에서 MSX 롬팩 슬롯2 비기를 적용할 수 있다.

카트리지를 YUMETAIRIKU으로 설정하면 과거 MSX 슬롯 2개에 그라디우스2와 꿈 대륙 어드벤처 롬팩을 함께 꼽은 효과가 나온다. 차이점은 메탈리온이 펭귄으로 바뀌고 파워 캡슐이 생선 모양이 된다는 것이다. 옛날에 내가 했던 버전이 바로 이것이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PSP 이식판의 특징인데 설정에서 리파인 버전을 선택하면, MSX 원판보다 스크롤이 부드러워지고 색상이 추가되어 약간 보기 좋아진다.

그라디우스2는 1987년에 나온 MSX판이 오락실 버전보다 반년 이상 먼저 나왔다. 설정, 스토리 모두 달라서 거의 별개의 작품이라고 보는 게 낫다. 난 그라디우스2 하면 MSX판이 떠오르는데, 나중에 패미컴판 등을 해보고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다. MSX판에선 보스 전함을 파괴한 뒤, 전함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무기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런 요소가 다른 기종판에는 사라져서 아쉬웠다.

다시 해보니 역시나 무진장 어려운 게임이었다. 적탄이 무수히 난무하는 건 둘째치고, 7스테이지까지 갔다가 다시 7스테이지부터 1스테이지까지 역순으로 진행되는 구성이라 총 14스테이지나 된다. 옛날 그라디우스2 롬팩엔 세이브 기능도 없었으니 엔딩을 보려면 상당한 근성과 체력이 요구되었으리라.

같은 스테이지를 두 번 깨야 한다는 점은 지금 해보니 지루하다. 슈팅 게임인데 굳이 어거지로 길게 만들었어야 했나 싶다.
대신 PSP 이식판은 게임 중 엑스트라 세팅을 불러내는 비기가 있다. 일시적으로 확산 레이저를 쓰거나 적을 느려지게 할 수 있어 어려운 구간에서 유용하다.

끝판왕은 베놈의 전함에 있다. 전함 안이 협소해서 세밀한 조종술이 요구된다. 투명 옵션 기체가 있는 상태이면 끝판왕을 쉽게 부술 수 있다. 아래 포대와 중심부 사이의 오목한 곳이 보스의 공격을 받지 않는 안전지대이다. 옵션 기체를 적의 중심부로 향하도록 두고 안전지대로 가서 쏘면 쉽게 클리어.

엔딩은 스태프롤 없이 그림 3장과 글 조금 나오고 소박하게 끝난다. 그리고 고전 게임답게 다시 스테이지1부터 무한 반복.
이 게임을 처음 해본 게 1988년 서울올림픽 시절이었을 것이다. 지금 해보면 반복 구성 탓에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당시엔 그때까지 즐겨왔던 MSX 저용량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음악과 그래픽을 선보여서 감동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게임.


엔딩 본 날 - 2022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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