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MSX 게임의 역사 (마이컴 1990년 8월호 기사)

마이컴 1990년 8월호 기사
<특집 게임을 아십니까? - MSX 게임의 역사>
원글에 새 게임 화면을 넣고, 편집한 글입니다.

MSX 컴퓨터는 1983년 일본에서 탄생한 이래 금년 초 출하대수가 400만 대를 넘어섰다. MSX용 게임S/W가 다른 S/W와 크게 다른 점은 ROM카트리지를 사용한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주류를 이루었던 카세트테이프용 S/W는 프로그램을 로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뢰성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슬롯에 꽂아 전원을 켜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ROM 카트리지를 사용함으로써 그러한 걱정은 사라졌다.

초기 MSX 게임계를 흥분시킨 것은 남코사였다. 이 회사는 1983년에 <팩맨>이라는 게임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갤러그>, <보스코니안> 등 MSX 특유의 스프라이트 기능을 충분히 살린 액션 게임을 주로 개발, MSX 유저를 기쁘게 했다.

참고로 스프라이트 기능은 한 번에 많은 캐릭터를 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액션 게임에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기능이다.

남코가 액션 게임 바람을 일으켰다면 코나미는 그 인기를 절정에 달하게 했다.

코나미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펭귄의 귀여운 동작이 돋보인 <몽대륙>, PC S/W 업계 최초로 TV 광고 방송으로 주목을 모은 <하이퍼 올림픽 시리즈>는 세련된 디자인과 코믹한 캐릭터로 커다란 히트를 기록했다.

1985년에 개발된 <쿵후>는 기록적인 매상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는 또한 퍼즐 게임이 인기를 끌었는데, 퍼즐 게임에서는 아직도 유저들 눈에 생생한 <로드런너>, <창고번> 등이 유명하다.

한편, 어드벤처 게임은 단조로운 액션 게임에 싫증을 느낀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대용량 미디어의 탄생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1985년 5월, 그래픽 기능을 대폭 확장한 MSX2가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게임S/W는 오히려 MSX1용이 더 활개를 쳐서 많은 명작이 쏟아져 나왔다.

이 시기에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것은 역시 액션 게임. 그러나 이전처럼 단조로운 게임은 이미 통용되지 않았다. 당시의 유저들은 여러 가지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러한 유저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 바로 T&E소프트의 <하이드라이드>였다. 당시로써는 보기 드문 롤플레잉 게임에 액션 요소를 첨가한 이 S/W는 게임 순위에서 2년 이상 상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이 게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하이드라이드>는 독특하게 액션형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확립, 롤플레잉 게임 세계를 폭넓게 만들었다.

1986년, T&E소프트는 또한 본격적인 MSX2용 슈팅 게임으로 <레이독>을 개발하였다. MSX2의 기능을 120% 발휘한 이 게임은 어떠한 게임에도 지지 않는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게임 내용이 단조로운 것이 '옥에 티'였다.

1986년에 가장 활약한 게임업체를 든다면 역시 코나미일 것이다.

코나미는 수많은 함정과 풍부한 아이템을 사용하면서 통과하는 액션형 어드벤처 게임인 <구니스>를 개발한 것을 필두로 뛰어난 BGM(Back Ground Music)이 흐르는 가운데 한 명의 용사가 대활약하는 게임인 <마성전설>, 두 명이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코믹한 슈팅 게임 <트윈비> 등 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다.

그리고 같은 해 7월에는 지금까지의 상식에서 벗어나 기존의 롬카트리지에 비해 4배 이상의 용량을 자랑하는 1MB(128KB)의 대용량 메가롬을 사용한 <그라디우스>를 개발, 당시 액션 게임의 최고봉으로 평가되었다.

이로써 MSX용 게임S/W는 일시에 대용량 시대를 맞이하였고 게임S/W에 고도화, 복잡화 바람이 불게 되었다. 게다가 대용량 덕택에 MSX2의 그래픽 기능을 보다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그때까지 그다지 많지 않았던 MSX2전용 S/W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 무렵, 코나미에서는 넓은 드라큘라성을 모험하는 또 하나의 액션형 어드벤처 게임인 <악마성 드라큘라>를 개발하였으며 일본 팔콤에서는 롤플레잉 게임인 <로맨시아>를, 보스텍에서는 <레릭스>를, 그리고 T&E에서는 <하이드라이드 II>를 속속 개발하였다.

그러나 고속이면서 대용량인 메가롬도 반도체 부족의 영향을 받아 만족스러운 공급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작품의 고도화, 복잡화가 진행되던 중인 1987년 가을, 저가의 디스크드라이브 내장형 기종이 등장하면서 점차 디스크판 S/W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메가롬의 등장이나 디스크드라이브가 보급되면서 발생한 현상은 시나리오의 고도화 외에 어드벤처나 롤플레잉 게임 그리고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즉 미디어의 대용량화는 장르의 다양화에 한몫을 담당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다양해진 장르 중에서도 유독 인기를 끌었던 롤플레잉 게임은 아스키의 <위저드리>, 스타크라프트의 <마이트 앤드 매직>, 포니캐년의 <울티마> 등 미국의 뛰어난 S/W들이 계속 MSX용으로 이식되었다.

일본 게임으로는 브레인그레이의 <라스트 아마겟돈>, 허밍버드소프트의 <라플라스의 마> 등이 있었고, 이들 게임은 모두 복잡하고 어렵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이것은 최근 게임의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롤플레잉 게임의 인기가 최고 절정에 오른 것이 바로 니혼팔콤의 <YS 시리즈>다. 이 게임은 치밀하고 심오한 줄거리 전개로 플레이어가 좀처럼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데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향은 최근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 두드러지게 많아졌는데, 그 대표적인 회사가 코에이사이다. 코에이는 1986년 가을, 중국의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를 개발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87년에는 일본 전국시대 장수들의 싸움을 묘사한 <신장의 야망-전국판>을 각각 개발했으며 그 후에도 <칭기즈칸>이나 <수호전> 등 역사물을 소재로 한 게임 개발에는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어드벤처 게임의 세계도 크게 변해 조작성이 보다 간편해지면서 애니메이션 등의 연출 효과도 자주 사용되는 등 다분히 영화적인 감각을 중시한 작품이 증가하였다.

액션 게임 개발의 대명사인 코나미에서는 독자의 SCC 음원을 처음으로 사용한 <그라디우스2>나 <메탈기어>, 야구 게임의 결정판 <격돌 페넌트레이스2>, 액션 게임의 결정판 <스페이스 맨보우> 등을 개발, 유저들의 관심을 계속 끌었다.

이 외에도 <테트리스>, <상해> 등 비교적 단순하지만, 사고력을 요구하는 게임도 등장, 커다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편, MSX용 게임S/W의 개발 종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1983년에 14종류, 1984년에 30종류, 1985년에 55종류, 1986년에 63종류, 1987년에 50종류, 1988년에 40종류, 1989년에 32종류로 나타나 1986년을 고비로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S/W 개발업체별로 구분해 보면 코나미가 37종류로 가장 많고 아스키가 21종류, 포니가 20종류, 소니가 18종류, 남코가 14종류, T&E소프트와 마이크로캐빈이 각각 12종류, HAL연구소 및 허드슨, 에닉스가 각각 11종류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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