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화랑의 검 (검성전)

화랑의 검은 1988년에 세가마스터시스템으로 나온 검성전(剣聖伝)을 1990년에 삼성에서 한국 현지화한 게임이다.
1990년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이라서 왜색이 짙은 이 게임을 그대로 들여올 수 없었다. 그래서 삼성은 머리를 썼다. 게임의 일본어를 한글로 다 바꾸고, 주인공의 사무라이 복장을 화랑의 복장으로 교체했으며, 일본 지도도 한국 지도로 바꿔서 냈다.

난 삼성겜보이가 아닌 패미컴 사용자라서 게임월드 1991년 7월호에서 공략한 이 게임을 봐도 별 관심이 없었고 일본 사무라이를 화랑으로 둔갑시킨 것에 조소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정도로 현지화한 게임은 드물어서 언젠가 해보고 싶었다.
나온 지 30년이 넘어 해본다.

서기 627년, 흑혈대마왕이 나타나 한반도를 악귀들의 소굴로 만들려고 하고, 그에 맞서려는 검술가 웅이 한반도 북쪽 두만강부터 남쪽 경주까지 가며 마귀들을 물리치는 이야기.

조작은 칼질과 점프가 기본이고, 각 스테이지의 보스를 물리칠 때마다 기술을 얻는다. 완전한 일반 통행 액션 게임은 아니고, 약간의 미로가 있다.

액션이 그렇게 찰지지는 않다. 타격감이 약하고, 점프 공격에서 통쾌한 맛이 떨어진다. 적에게 칼질할 때 적이 타격입는 모습이 있었으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원작이 발매된 1988년이면 이 정도라도 재밌게 즐겼을 것 같다.

중간에는 수행 스테이지가 두 번 정도 있고, 짜증 나는 화살과 함정을 피해 끝까지 가면 방어력이나 체력을 올릴 수 있다.

영화 <파묘>에서 본 일본 요괴 누레온나도 나온다. 화랑 소년으로 현지화했어도 적들이 일본 요괴라서 부자연스럽긴 하다. 어차피 억지라면, 한반도에 침입한 일본 요괴들과 싸우는 한국 검사 이야기로 바꿔서 파묘처럼 한국 vs 일본의 구도를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영산의 해골 보스를 물리친 뒤, 최종 보스가 있는 경주로 가는 루트가 안 보여서 헤맸다. 유튜브 영상을 보니 탐라로 돌아갔다가 사비로 가서 경주로 가야 했다. 게임에서 아무런 힌트가 없었다.

마지막 스테이지 보스는 두 번 나온다. 술사를 물리치면 끝판왕 흑혈대마왕이 출몰한다. 얼굴이 약점이다.
물리치면 한 장의 그림과 텍스트가 나오고 스탭롤 없이 끝난다.

일본에서는 원평토마전의 아류작으로 취급받아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삼성겜보이가 제법 팔렸고, 한글이 나오는 이 게임이 나름 인기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기준으로도 평작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임이지만, 귀한 현지화 게임이라 역사에는 남으리라 본다.

엔딩 본 날 - 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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