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소서 킹덤

랑그릿사 시리즈로 유명한 메사이야가 1992년에 개발한 메가드라이브용 RPG다.

게임뉴스 1992년 4월호에서 공략을 내줬지만, 당시 주목받은 게임은 아니라서 국내에서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RPG 장르에서 라이벌 슈퍼패미컴에 많이 밀렸던 메가드라이브라서 평작 정도의 RPG라도 감지덕지다.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한 그래픽이 마음에 들어서 해본다.

란데일 왕국의 국왕은 나라를 위협하는 몬스터 토벌을 위해 청년들에게 모험을 장려했고, 공을 세운 모험가에게 칭호를 내려 명예를 찬양했다.
행방불명된 모험가 카난의 아들은 16세를 맞아 국왕의 허가를 받고 모험가로 첫 발을 내딛는다.

고전 RPG답게 시스템이 불편하다. 무기는 무기점에서만, 방어구는 방어구점에서만, 아이템은 아이템점에서만 팔 수 있다거나 아이템을 각자 괸리해야 한다거나 자잘한 불편함이 있다.

대사창의 글꼴은 개인적으론 잘 안 읽혀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일본인들 평을 봐도 글꼴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다. 무난한 글꼴을 썼어야 했다.

전투 시스템은 당시 JRPG로선 특이한 방식이다. 필드의 적에 닿으면 전투가 시작되며 화면 전환 없이 필드 화면에서 곧바로 전투한다. 적의 등 뒤로 가서 공격하는 게 반격을 받지 않아서 유리하다.
아군 캐릭터는 한 턴에 1명만 조작한다. 그래서 한 캐릭터만 집중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특이한 점은 경험치와 레벨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전투에서 취했던 행동에 따라 해당 능력치가 이따금 올라가며, 이벤트 클리어 후 국왕에게 가면 칭호를 받아 능력치가 올라간다.

국왕에게 받는 칭호는 주인공의 경우, 배틀러→파이터→워리어→나이트→소드마스터→히어로→로드 순으로 올라간다. 이벤트 후에 이 칭호 받는 의식을 끝내면 뭔가 성취감이 있다.

게임 진행은 쾌적한 편이다. 랜덤 인카운트가 아니라서 필요한 전투만 할 수 있고, 전투 진행도 빠른 편이다. 한 번 간 곳은 지도에서 워프할 수 있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처음엔 주인공 혼자 진행하지만, 진행에 따라 마법사 에드가, 승려 아스티나, 도적 미디가 합류한다. 80~90년대 RPG가 흔히 그렇듯 캐릭터의 개성이나 성격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 4명 파티로 모험 끝에 있는 흑막과 맞선다.

스토리는 반전 없는 왕도물이다. 놀랍거나 감정이입할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에 좀더 굴곡을 줬으면 더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후반부의 한 던전에서 길을 조금 헤맸지만, 전체적으론 난해한 미션이 없어서 쉬운 편이었다. 10시간 정도면 클리어할 수 있다. 그만큼 볼륨이 없다는 얘기도 되는데, 요즘 즐기기엔 짧은 게 부담 없어서 좋은 것 같다.

불편한 옛 시스템을 제쳐놓고 보면, 진행이 쾌적하고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RPG다. 큰 기대를 안 해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었다.

메사이야가 이 게임의 시스템을 좀더 편하게 개선하고 캐릭터성을 강화해서 후속작을 냈다면 걸작이 나올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랬다면 훗날 재조명받을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소서 킹덤은 주목받지 못한 채, 바로 다음달에 나온 샤이닝 포스에 완전히 묻히고 만다.

엔딩 본 날 - 2024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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