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3

비욘드 투 소울즈 PC판


프랑스의 개발사 퀀틱드릭이 만든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게임으로 영화를 플레이하는 듯한 재미를 준다. 2013년 플스3로 나왔고, 2019년에 PC판로 이식 발매되었다.
일본의 비주얼 노벨은 정지 일러스트 위주로 만들어 제작비가 낮은 편인데, 퀀틱드릭의 인터랙티브 무비는 배우를 기용해서 모션캡처 촬영하고 세트 숫자도 많아서 제작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비욘드 투 소울즈>는 영화배우 ‘엘렌 페이지’와 ‘윌렘 데포’를 기용했고, 9000장 분량의 시나리오와 1년 걸린 모션캡처 작업으로 규모상 영화 2~3편이나 미국드라마 한 시즌 분량과 맞먹지 않나 싶다. 그래픽과 음악이 대규모 인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수준이다.


2013년에 나온 게임인데 2020년 기준에서 봐도 그래픽에 감탄했다. 땀구멍까지 묘사되고 모션캡처 덕에 연기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태어날 때부터 '에이든'이라는 영혼이 붙어 있어 초능력을 구사할 수 있는 조디 홈즈(엘렌 페이지)의 이야기. 그 능력 때문에 겪고 싶지 않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 여덟 살 때부터 20대까지 조디의 모험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배열되지 않아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리믹스 시나리오는 시간순으로 흘러간다. 리믹스가 이해하긴 좋은데, 리믹스를 해보고 나니, 작가의 의도를 살린 오리지널을 선택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주인공 조디가 커가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얼굴도 의상도 바뀌기 때문에 그 변화가 흥미롭다. 같은 인물이 맞나 할 정도로 여러 가지 모습이 나온다.


CIA 추격 신이나 소말리아 잠입 작전 장면은 영화보다 스펙터클했다. 게임에서 이 정도 표현이 가능하구나 하고 감탄했다.


조디의 인생이 파란만장하다. 좋은 집에서 좋은 대접 받으면서 살다가도 집도 절도 없는 무일푼 거지가 되기도 한다.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게임이라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선택문이 무수히 많지만, 엔딩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선택문은 후반부에 집중된다. 사소한 질문들은 어떻게 답하든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일본 게임들은 보통 진엔딩이란 '정답'이 있는데,  이 게임은 뭘 선택하든 '정답'이 없어서 좋았다.


일본 게임들은 애니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드는 데 반해 서양 게임들은 실사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든다. 내용 전개가 훨씬 현실적이고 쿨하다. 성인이 되니 애니스러움보단 현실에서 있을 법한 내용에 더 끌린다.
다만, 이걸 영화로 만들면 흥행할지 갸우뚱하다. 클리세가 많은 편이고, 몇몇 전개는 헐리우드 영화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탄할 부분이 많아서 게임으로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왕따에 외톨이였던 그를 변화시킨 건 노숙자, 인디언 같은 사회 소외계층들의 따뜻한 관심이다. 상대를 인정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주인공은 그들을 구원한다. 노숙자 시나리오는 비참함을 느낌과 동시에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난 엔딩도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선택했다.


인간에게 상처받은 주인공이 결국 인간에게 치유받았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자세, 이것이 이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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