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5

폴리스너츠 3DO판


1994년 PC-9821로 나온 코나미의 어드벤처 게임. 1994년에 3DO로 이식된 뒤, 플스와 새턴으로도 이식되었다.
난 2001년에 플스판으로 하다가 암호 입력하는 부분에서 막혀서 포기했다. 그 암호가 정품 게임CD 매뉴얼에 실려 있었기에 에뮬로 진행하던 나는 암호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은 검색하면 암호를 찾을 수 있다.


폴리스너츠가 마지막으로 이식된 기종은 세가새턴이다. 새턴판이 성우 연기와 애니 품질이 가장 좋다고 해서 새턴판으로 진행했으나 레트로아크에서 실행 시 불안정했다. 가끔 멈추거나 강제 세이브하면 튕겼다. 포기하고 3DO판을 레트로아크로 실행했다. 새턴판과 달리 강제 세이브도 잘 되고 안정적이었다. 다만, 정식 세이브가 안 되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건 레트로아크 옵션에서 NVRAM Storage를 Per Game에서 Shared로 바꾸면 해결된다.
아쉬운 점은 3DO판이나 새턴판이나 화면의 글자가 저해상도라서 요즘 디스플레이에선 또렷하게 안 나온다는 점이다. 읽는 데는 문제 없지만, 거슬렸다.


서기 2010년, 인류 최초로 스페이스 콜로니 '비욘드 코스트'가 완성되고, 주인공 조나단 잉그램은 비욘드의 치안 유지를 위한 '폴리스너츠' 5명에 선발되어 비욘드로 파견 나간다. 임무 도중 사고로 우주로 튕겨나간 조나단은 25년 동안 동면 상태로 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그 뒤 지구에서 탐정 일로 연명하던 조나단은 사고 전의 아내였던 로레인에게 실종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미국 영화 덕후인 코지마 히데오의 작품답게 옛날 할리우드 영화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조나단과 에드의 외모부터 영화 <리썰 웨폰>의 두 주인공과 흡사하고, 전개도 옛날 미국 액션 영화 같다.


스페이스 콜로니 '비욘드'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그곳의 문화나 생활상이 흥미로웠다. 태어나서 지구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콜로니 출신들도 있고, 우주에서 작업하는 데 유리한 유전자 조작 인간들도 등장한다.


일본이 만든 게임인데도 주인공이 미국인이고, 악당이 일본인인 점이 재미있다. 할리우드 영화스럽게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일본인이면 맛이 안 났겠지. 물론 곳곳에 일본 문화나 일본인들이 나오긴 한다. 비욘드의 매춘 환락가는 일본의 가부키초가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90년대 일본에서 의약 분업이 이슈였는지 그 논쟁이 게임에도 담겼다. 비욘드에선 의약 분업이 안 되어 있어 병원이 약을 비싸게 팔아 돈 버는 모습이 나온다. 코지마가 은근히 의약 분업을 지지하고 있다.


코나미의 게임인 스네처나 메탈기어 관련된 것도 깨알 같이 숨어 있다. 등장인물 중 메릴은 메탈기어의 폭스하운드 출신이라고 한다. 물론 메탈기어에 나오는 그 메릴과는 설정이 다른 인물이다.


여러 곳을 클릭해서 다 살펴봐야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성우 음성은 모든 대사에 나오진 않고 중요한 장면에서만 나온다. 특별한 점은 총격전 장면이 건 슈팅 방식이라는 것이다. 목표물에 조준해서 사격해야 하는데, 게임 컨트롤러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중요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 작화는 90년대 초반의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싼 티가 난다. 하지만 당시 어드벤처 게임으로선 고용량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하는 몇몇 미녀를 품평하거나 가슴 등을 만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성추행급이다. 옛날 일본 게임은 참 자유로웠다. 지금 이렇게 내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주인공 조나단은 에드와 함께 비욘드를 장악한 도쿠가와 회장의 비리를 캐내 그의 야욕을 무너뜨린다. 폴리스너츠 5명 중 주인공과 에드를 제외한 3명은 결국 악당이 되었다. 과거의 동료가 적이 되는 설정인데, 이게 놀라운 반전은 아니고 예측 가능한 전개로 흘러가는 점이 아쉬웠다.


주인공 조나단의 전 부인 딸인 카렌은 주인공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나중에 밝혀지지만, 부녀 관계였다! 그런데도 원작인 PC-9821판에선 키스까지 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다른 이식판에선 삭제되었다.

게임기판에서 삭제된 키스 장면

카렌이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나오지 않아서 고백이 느닷없었다.


마지막 챕터는 중간에 세이브도 안 되는데, 총격전이 아주 길다. 엔딩을 보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 끝판왕은 주인공이 아니라 에드가 죽이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지금 해보니 예측 가능한 전개, 다소 어려운 총격전과 폭탄 해체 과정 등 아쉬운 점이 있지만, 90년대 발매 당시엔 큰 스케일과 깊이 있는 스토리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기준으론 명작이다.


엔딩 본 날 - 2020년 7월 25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