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9

일본의 패미컴 수집가가 보는 레트로 게임계의 시대상

일본인 패미컴 게임 수집가의 글을 요약 번역 발췌 했습니다.
출처 - https://famicoms.net/blog-entry-2211.html

<요약>
저는 초등학생 시절, 패미컴 전성기를 겪은 세대입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새턴이니 플스이니 떠들썩하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게 된 패미컴은 그야말로 ‘빙하기’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 저는 패미컴 게임을 모으기 시작했죠.

전 실시간으로 패미컴을 즐겼던 세대였기에 롬팩을 10개 정도 갖고 있었지만, ‘패미컴 게임은 전부 몇 개나 될까’라는 지적 호기심이 생겨 수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패미컴 전성기엔 게임 매장뿐 아니라 카메라 매장, 비디오 대여점 등 게임과 별로 관계가 없는 가게에서도 패미컴 게임을 팔았습니다. 패미컴 빙하기가 되자 그 매장들이 패미컴 게임들을 빨리 팔아치우려고 가게 앞에다 헐값에 내놓더군요.

레어든 프리미어 롬팩이든 상관 없이 패미컴 게임들이 수백 엔 정도에 널려 있던 시기였죠.

당시 레트로 게임 수집은 돈이 별로 안 드는 취미였습니다. 제가 패미컴 롬팩들을 왕창 들어서 계산대로 가져가면, 점원이 ‘이 사람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닌가’ 하는 눈으로 보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웃음).

그 시기에 매장들은 패미컴을 악성 재고로 생각했지만, 저에겐 빛나는 보물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지방에선 1990년대 후반까지 패미컴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물건이어서 저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패미컴 빙하기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패미컴이 재평가되는 시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2000년대에 인터넷이 보급되자 인터넷 옥션 거래가 활발해지고, 패미컴 재평가의 파도가 일본 지방까지 밀려왔습니다. 그 시기가 패미컴 탄생 20주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본 수도권에서는 신품급 패미컴 롬팩이 1만엔이 넘는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패미컴은 재평가 시대를 거쳐 양극화 시대로 돌입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늘어난 패미컴 수집가들이 흔한 롬팩들은 다들 손에 넣었고, 희귀품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희귀품은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이후가 되자 레트로 게임의 해외 유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일본의 레트로 게임이 세계적으로 널리 평가되고 있다는 뜻도 되지만, 해외 업자들의 구매 공세로 인해 수도권의 레트로 게임샵 진열대가 텅텅 비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RetroN 5나 레트로프리크 같은 패미컴 호환기가 발매되면서 레트로 게이머뿐 아니라 일반층에게도 패미컴이 주목받게 되었고, 2016년 닌텐도가 패미컴 미니를 발매하자 금방 매진이 될 정도로 큰 붐이 일었습니다.

이후 패미컴 프리미어 게임 가격의 폭등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옛날과 달리 이제 레트로 게임이란 취미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저처럼 요즘 게임에 관심 없고, 패미컴에 집착하는 사람은 요즘 게임 회사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동차에도 클래식카 애호가가 있는 것처럼 레트로 게임 애호가가 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쟤들은 옛날 자동차만 사서 자동차업계에 하나도 공헌하지 않아”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동차라는 문화에 경의를 표하고 그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형태로 업계에 공헌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게임도 훌륭한 문화입니다.

왜 저는 아직도 패미컴 게임을 모으는가? 그 답은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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