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5

스타 오션 퍼스트 디파처

스타오션 시리즈 중 처음 해본 4편은 망작이었지만, 3편은 꽤 재밌게 즐긴 기억이 있어서 1, 2편도 해보고 싶었다.
1편은 1996년 슈퍼패미컴으로 나왔고, 2007년에 PSP로, 2019년에 스위치와 플스4로 리메이크되었다.

처음엔 스위치 에뮬로 돌렸는데, 랜덤 인카운터 없애는 치트가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편의상 PSP판을 돌렸다. 스위치판이 PSP판보다 해상도가 높고, 캐릭터 일러스트도 더 세밀하게 바뀌었지만, 둘 다 해보니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었다.

PSP판은 랜덤 인카운터 없애는 치트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게임은 필드 이동이 잦은데다 적 조우율이 높아서 치트 쓰지 않으면 너무 지루해진다. 걸음 속도 높이는 치트까지 적용하니 아주 쾌적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전형적인 왕도물 같아서 스토리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나름 SF 요소가 있는 점이 취향에 맞았다. ‘로크’라는 별이 무대이고 주인공 라티는 그곳의 원주민이다. 인간과 다른 점은 귀가 엘프처럼 뾰족하고 꼬리가 있다는 점.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구인 일행도 등장해서 주인공과 모험을 함께한다.

로크에 퍼진 석화 전염병의 근원을 찾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어 300년 전 과거로 간다. 그런데, 300년 전이나 현재나 문명 수준이 똑같다. 시간여행물에서 흔히 나오는 ‘과거가 바뀌면 미래에 영향을 주는 전개’도 안 나온다. 이러면 굳이 300년 전 과거로 무대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전투 화면에선 마치 액션 게임처럼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다. 슈퍼패미컴으로 나왔을 당시엔 매우 혁신적인 전투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롬팩으론 드물게 음성까지 잔뜩 나왔으니 놀라웠을 것 같다.

명작으로 칭송받은 이유는 이 색다른 전투 시스템, 그리고 8명까지만 영입할 수 있는 동료를 누구로 선택할까 고르는 재미, 풍부한 호감도 올리기 이벤트, 판타지에 SF를 섞은 점 등이 아닐까 싶다. 

난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그리 많지 않아서 동료를 8명 다 채우지 않았다. 마을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통해 호감도 올리는 이벤트는 엔딩에 영향을 주긴 하는데, 엔딩의 수가 3개뿐이고 진 엔딩이라고 할만한 화려함도 아니라서 모든 이벤트를 다 봐야겠다는 의욕은 생기지 않았다. 보고 싶은 이벤트만 찾아 보고, 빨리빨리 진행했다.

색다르게 진행되던 스토리가 뒤로 가면서 좀 진부해지긴 한다. 주인공 친구 돈은 연적이 될 것 같았는데, 초반에 병으로 드러눕더니 끝날 때까지 비중을 안 주는 게 의외였다. 소개 일러스트에서도 거의 주인공 다음급 비중인데 말이다.
그리고 무조건 지켜야만 할 것 같은 ‘미개행성보호조약’이란 잣대를 뒤에 가서 유야무야 해버리는 것도 실소가 나오긴 했다.

PSP 리메이크판에선 ‘웰치 빈야드’란 동료가 추가되었다. 숲에 숨어 살아서 공략을 안 보면 찾기 힘든 동료다. 기억이 안 나는데 3편과 4편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시간을 뛰어넘어 나오는 걸 봐선 3편에 나온 창조주 FD인들이 아닐까 한다. 2편에도 나온다고 하니 또 동료로 추가해야겠다.

지금 기준에선 평범할 수 있겠지만, 당시 슈퍼패미컴 기준으로 본다면,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점도 있지만, 충분히 명작으로 평할 수 있는 RPG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대사>

이리아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현상과 마주했을 때,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신, 이익이 아니면 악마라고 했죠."

로니키스 "기본적으로 종교의 구원이라든가 하는 건 거기서 온 거지."


엔딩 본 날 - 2022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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