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7

듀얼 오브 성령주전설

1993년 I'MAX가 슈퍼패미컴용으로 내놓은 RPG. 문득 <듀얼 오브 2>를 할까 하다가 전편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B급 게임이기에 아무런 기대 없이 했다.

드래곤이 신의 반열에 오른 세계에 15살 소년 랄프는 드래곤 ‘라제스’의 계시를 받고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근원을 봉인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평범한 소년에게 갑자기 왜 그런 큰일을 맡길까?). 그 과정에서 3명의 소년소녀 동료를 만나고 함께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이야기.

전형적인 판타지 배경이지만, 후반부는 증기기관 등 과학 문명이 발달한 스팀 펑크 세계도 보여준다.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래픽은 RPG쯔꾸르가 연상되는 소박한 수준이다. 또한 8비트 패미컴 게임처럼 대사에 한자가 하나도 안 나온다.

상점에서 물건을 고른 다음, 바로 결제하는 게 아니라 계산대로 가서 값을 치르게끔 되어 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불필요해진 물건은 그 상점에서 못 팔고, 매입만 하는 가게가 따로 있다. 전혀 독창적이지 않은 시스템 속에서 유일하게 특이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귀찮기만 하다.

적 조우율이 높아서 스토리 진행보다는 전투에 걸리는 시간이 많다.

스토리는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다. 너무나 평범한 왕도물이다. 등장인물의 성격도 대사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어머니가 아이를 잃는 비극 정도. 여운도 없고 개운하지가 않다. 마을의 모습도 거의 비슷비슷해서 지루하다.

후반부엔 광차(鑛車)로 이 마을 저 마을 왔다갔다 해야 한다. 공략 안 보면 헤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나마 한 번 갔던 마을은 워프로 갈 수 있어서 편했다.

마지막 던전은 예상 외로 복잡하지 않았고 끝판왕은 강했지만, 카리스마가 없어서 인상적이지 않았다. 엔딩도 단순해서 ‘이게 끝이야?’ 했다.

1992년 9월 드래곤 퀘스트 5가 나왔고, 이 게임은 1993년 4월에 나왔다. 드래곤 퀘스트 5를 많이 참고해서 만들었지만, 그래픽, 음악, 스토리, 시스템 모든 면에서 나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
타성에 쩔어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초망작이면 흑역사로서 얘깃거리가 됐을 텐데, 아주 심하게 엉망인 부분도 없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상에 남는 부분이 없으니 아무도 이 게임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엔딩 본 날 - 2022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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