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30

리조이스 - 아레사 왕국의 저편


1995년 야노만이 슈퍼패미컴으로 발매한 액션RPG.
게임보이와 슈퍼패미컴으로 나온 아레사 시리즈의 외전이다. 스토리상 시간대는 게임보이용 아레사 2편과 3편 사이이고, 무대는 아레사 왕국에서 멀리 떨어진 마하루 국에서 시작한다.
아레사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완전한 RPG였던 전작들과 달리 액션 RPG로 나왔다.


게임보이판 아레사 1, 2편의 마왕 하워드가 다시 부활하고, 그의 배후인 마법사 벤마르키스트 역시 등장한다.
사기와 도둑질로 살아가던 4인조 그룹 '리조이스'는 어느 날 마법사 벤마르키스트로부터 동굴에서 여신상을 가져오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의뢰 때문에 이변이 일어나고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리조이스의 리더 토레노는 해안가에서 우연히 마법인형 돌과 만난다.
돌은 마테리아와 함께 마왕 하워드를 물리친 뒤(아레사 2편 내용), 인간이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행하던 중이었다. 마왕 하워드가 부활했음을 알게 된 돌은 토레노와 동행하기로 한다.


주인공 토레노가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사기꾼에 도둑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따라서 정의감이 아니라 친구를 찾겠다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움직인다. 대사에도 그런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아레사의 모든 시리즈에 다 등장하는 마법인형 돌은 여기서 주인공 다음으로 비중 있는 인물로 나온다.


그래픽은 슈퍼패미컴의 다른 RPG들과 견줘도 손 꼽을 만큼 좋은 편이다. 다만, 음악은 밋밋하다.
다양한 무기와 마법을 쓸 수 있으며, 타격감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액션RPG로선 나쁘지 않다. <성검전설2>와 비슷한 면이 있다. RPG인데 2인용이 되는 점도 비슷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레벨이 너무 쉽게 올라서 밸런스가 좀 안 맞는 느낌이다.
지금은 게임을 안 만드는 제작사 야노만은 스퀘어, 에닉스 등보단 역량이 떨어졌기 때문에 당시 야노만 게임을 보면 디테일이나 밸런스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리조이스도 언뜻 보면 잘 만든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군데군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부분이 있다. 파티가 최대 4명인 것처럼 상태 창을 꾸며놓고, 거의 2명으로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거나, 점프 기능이 있으면서도 점프할 일이 많지 않다거나, 보스전에서 무기와 마법을 선택할 수 없다거나, 전투에서 우리 HP가 안 보인다든가... 슈퍼패미컴 황혼기에 나온 게임치고는 덜 고심하고 만든 인상이다.


진행 힌트를 주는 '동료끼리 회화'가 있음에도 한 세 군데에서 막혔다. 공략 없으면 누구나 막힐 수밖에 없는 곳이 있다. 설명이 부족한 게 아레사 시리즈의 특징인가...
해본 이가 많지 않은 게임이라 그런지 일본 사이트에도 공략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오래 헤맸다. 간신히 동영상 공략을 찾아서 막히는 부분을 넘길 수 있다.


이 게임은 이동에서 대각선 키 입력을 지원한다. 이게 뭐 대수냐 싶지만, 옛날 슈퍼패미컴 RPG는 대각선 이동이 안 되는 것도 많다. 리조이스에선 대각선 방향 미로도 나오고, 대각선 방향으로 선착장을 옮겨야 하는 이벤트가 있어서 대각선 이동을 못 하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에뮬레이터로 한다면, 반드시 아래처럼 대각선 키 입력 설정을 해둬야 한다.


일반 몬스터들 상대하긴 꽤 쉬운 편인데, 보스전으로 가면 어려워진다. 보스들의 HP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쓰러뜨리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체력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보스전이 시작되면 무기를 교체할 수 없으니 미리 해둬야 한다. 가능하면 원거리 공격 가능한 무기나 마법으로 해야 덜 고생한다.


엔딩까지 보고 느낀 점은 원래 기획한 것보다 축소해서 만들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캐릭터는 많이 나오는데, 주로 쓸 수 있었던 건 2명 정도였다. 게임 내내 파티 4명 모두 채워진 적이 거의 없었다.
미루로즈 같은 캐릭터는 프롤로그에서 잠깐 쓴 게 다였고, 아레사2에도 나왔던 크리스는 동료로 쓸 수도 없는데,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스토리상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아니었다.
엔딩에서 게임보이용 아레사1~3의 주인공 마테리아 얼굴이 나오는 것도 생뚱맞다.


비슷한 액션RPG인 <성검전설2>와 비교하자면, 그래픽 말고는 딱히 나은 점이 없다. 스케일이 작고 디테일이 떨어진다. 걸작이라고 할 순 없고 평작이나 그보다 좀 나은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그래도 게임보이용 아레사 1편과 2편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몇몇 인물이 반가울 것이다.


엔딩 본 날 - 2019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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