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1

미래 소년 코난 PC엔진판


<미래 소년 코난>은 1978년 NHK에서 방영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TV판 만화영화이며, PC엔진용 게임으로는 1992년에 나왔습니다.
원작은 한국에서도 1982년부터 1983년까지 KBS1을 통해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죠. 지금 생각하면, 먹히기 쉽지 않은 소재였는데,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전개로 명작이 된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도 자신의 인생 베스트 10 작품 중 하나로 뽑은 적이 있습니다.


코난 게임은 원작이 종영된 지 14년 가까이 된 시점에 나왔습니다. 라이엇(RIOT) 사가 제작했으며, 비교적 원작을 충실히 담았습니다.
오프닝 영상에 나오는 주제곡은 일본판입니다. 한국판 TV 주제곡이 훨씬 힘차고 신나네요. CD롬 게임답게 비주얼신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 분위기를 흡사하게 재현했습니다. 성우도 일본 원작과 거의 동일합니다.


게임은 단순합니다. 점프로 함정을 뛰어넘고 발차기로 적을 물리치는 식이죠. 특수 아이템 작살 공격도 있긴 하지만, 발차기가 기본이고 발차기만으로 게임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코난의 발 괴력 기억하시죠?


적들 공격이 매우 단순해서 처음엔 쉬운 것 같은데, 가면 갈수록 고도의 점프 기술이 필요합니다.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어 미끌미끌한 느낌이거든요. 세심함이 요구됩니다.


높은 데서 떨어지면, 발에 충격이 와서 코난이 잠시 아파한다든가 떨어질락 말락 한 곳에서 서 있으면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썼네요.


중간중간 나오는 대화 장면은 등장인물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옵니다. 한 스테이지가 끝나면 코믹한 아이캐치도 나오네요. 비주얼신도 PC엔진에서는 꽤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원작 처음부터 끝까지 다룹니다.  원작의 명장면도 꽤 나오구요. 후반부엔 쓰나미 장면도 나오는데, 잘 묘사가 되어서 일본인들에겐 더 와닿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적이었던 몬스리가 심경의 변화를 겪고 아군이 되는 과정이 생략되었단 겁니다. 전 스테이지에서 적이었던 여인이 어느 순간 우리 편이 되어 있습니다. 원작대로 선장과 결혼합니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로 봤을 땐 참 놀라운 전개였습니다.


끝판왕 레프카를 물리치면, 엔딩입니다. 레프카는 지금 보니 소련 느낌이 물씬 나네요.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태양 에너지 기술로 정복하려 했던 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들을 보면 첨단 과학 기술보다는 자연을 더 소중히 여기는 느낌을 받습니다. 코난도 그렇습니다. 과학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고향 섬에 가서 땀 흘려 농사짓고 자연과 함께 사는 모습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특정 커맨드를 입력하면, 난이도도 조절할 수 있고, 포미(원작 이름은 지무시)로 플레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해보진 않았네요. 포미는 고작 10살인데, 원작에선 술담배를 합니다. 고아로 홀로 살아왔으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도저히 10살 외모로 보이진 않지만.


게임은 단순하고 별것 없었지만, 원작을 재미나게 봤던 저에겐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엔딩 본 날 - 2019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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