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5

샤이닝 포스 GBA판

샤이닝 포스는 1992년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게임입니다. 판타시스타와 더불어 세가의 간판 RPG였죠. 다른 RPG와 다른 점이라면, 전투가 턴제 시뮬레이션이라는 겁니다. 샤이닝 포스가 최초는 아니었지만, 전투 장면의 그래픽이 그 당시로선 대단히 화려해서 많은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GBA판은 2004년에 리메이크되어서 나왔습니다. 원작의 부제는 ‘신들의 유산’이었지만, GBA판의 부제는 ‘검은 용의 부활’로 바뀌었습니다. 끝판왕을 부제에서부터 드러내는군요.
1992년 메가드라이브판을 삼성에서 정식 발매했을 때는 한글화 대신 게임의 대사를 모두 번역한 대화집이 제공되었습니다. 일본어를 몰랐지만, 그 대화집 덕에 대충 내용을 알 수 있었죠. 그래도 대사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보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금은 일본어를 이해할 수 있어서 GBA판으로 제대로 다시 했습니다. GBA판의 그래픽은 원작과 견주면 이질적입니다. 메가드라이브판은 원색적이면서도 깔끔한데, GBA판은 파스텔톤으로 뿌옇습니다. 그래서 첫인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것 이외엔 휴대용 게임답게 글씨와 캐릭터가 큼지막해서 플레이가 편했습니다.

젤다의 전설에 나오는 링크인 줄 착각했다

마을에선 일반적인 RPG처럼 NPC와 대화하며 정보를 얻고 아이템과 무기를 사서 싸울 준비를 합니다. 새로운 동료도 마을에서 얻습니다. 숨겨진 동료까지 포함해서 30명 정도 등장합니다.


일본의 고전 RPG들은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뺑뺑이 심부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샤이닝 포스는 그런 게 거의 없어서 편합니다. 마을 이벤트보다는 턴제 시뮬레이션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게임입니다.


동료를 얻으면 그 캐릭터의 전투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어서 빨리 참전시키고 싶습니다. 전투는 12명까지만 참전할 수 있어서 중반부부턴 누굴 빼야 할지 고민됩니다.
전투는 단순한 턴제 시뮬레이션입니다.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캐릭터도 있고, 지형 효과와 상성이 있긴 하지만, 전략성이 그렇게 높아 보이진 않네요.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엄선해서 집중적으로 키우는 게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벨을 올려서 10 이상이 되면, 교회에서 전직을 할 수 있습니다. 전직하면 레벨이 1로 돌아가버리고 능력치도 떨어지지만, 다시 키우면, 전보다 향상된 능력치를 갖게 되고, 새로운 무기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모습이 바뀌어서 전투 장면에서 기대를 하게 됩니다. 다만, 바뀐 모습이 전보다 더 안 멋있는 캐릭터도 있네요.


샤이닝 포스 1편의 스토리는 같은 제작사의 던전RPG <샤이닝&더 다크니스>보다 앞선 시간대를 다룹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침략국에 맞선 군대의 리더가 되고, 세상을 정복하려는 다크솔의 야욕을 막는 내용입니다. 그 군대의 이름이 ‘샤이닝 포스’입니다.


세계관을 보자면, 흔한 중세 서양 판타지 배경입니다. 다만, 여러 종족이 등장합니다. 하반신이 말인 켄타우로스, 난쟁이 호빗, 힘센 드워프, 귀가 특이한 엘프, 늑대인간 울프링, 하늘을 나는 조인 등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과거에 해당되는 고대 문명은 로봇을 만들 정도로 과학 기술이 발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샤이닝 포스 세계관에 나오는 ‘신’이라는 건 영적인 존재가 아니라 과학 문명을 갖추었던 고대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 곳곳의 교회는 하느님을 믿는 게 아니라 그 고대인들을 믿는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스토리는 왕도물이라서 옛날에 했을 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 다시 해보니 상당히 잘 짜인 것 같습니다. 흔한 클리세도 많지만, 완성도 높게 잘 버무렸다고 할까요. 걸작이라는 평가가 어울립니다.


GBA판은 원작에 없던 세 명의 추가 캐릭터가 나옵니다. 적국 왕의 딸 나샤, 카드 마스터 쿄카Q, 곤충인간 즈이카입니다. 적국 공주의 존재가 스토리를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카드 마스터는 마을 등에서 얻는 캐릭터 카드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인물입니다. 원작에 없는 요소죠. 찾은 카드는 2회차를 하게 되면, 그대로 전승됩니다. 다 모으는 걸 목표로 하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얻는 게 까다로운 두 캐릭터, 닌자와 사무라이는 원작과 달리 전직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전직한 게 개인적으론 더 볼품이 없네요.


요구르트라는 HP 1에 레벨업도 안 되는 무쓸모 동료도 나옵니다. 그냥 장난삼아 넣은 것 같군요. 요구르트는 각 장마다 등장하는 곳이 있는데 모두 보고 클리어하면, 엔딩에서 요구르트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메가드라이브 원작과는 분위기가 달라서 그렇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GBA판도 재미나게 했습니다. 명성은 어디 가지 않네요.


물론 샤이닝 포스를 처음 하신다면, GBA판보다는 그래픽이 더 깔끔한 원작을 권해드립니다.


엔딩 본 날 - 2019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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