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6

기타큐슈 4박 5일 여행기 5 - 고쿠라성 프리마켓, 홈런 식당

2023년 6월 3일(토)
새벽에 산책 겸 세븐일레븐에 가서 아이스크림, 푸딩, 숙면 음료를 사서 먹고 또 잤다.

아침 11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경치가 훌륭했던 모지코를 떠나려니 아쉬웠다. 오늘따라 날씨가 화창해서 더 그랬다.

오기 전에 일본 장마를 걱정했지만, 폭우는 없었고 비가 적당히 내려서 덥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화창한 시간대도 있어서 다니기 편했다. 결과적으론 기타큐슈 여행하기 최고의 시기에 온 것 같다.

모지코역 안에서 종 몇 번 쳐주고 전철를 탔다. 모지코역에선 어느 전철을 타든 고쿠라역을 거친다.
고쿠라역에서 내려서 호텔로 향하던 중에 홋카이도산 미역 스프와 후리카케를 밥과 함께 시식시켜주며 파는 곳이 있어서 맛을 보고 구입했다. 가라토 시장에선 더 싸게 팔지 않았나 싶다.

역 앞에선 동물보호단체들이 고양이들을 내놓고 입양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자기 신세를 모르는지 태평한 모습이었다. 너무 귀여워서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

니시테츠 인 고쿠라 호텔에 짐을 맡긴 후, 12시 반쯤 고쿠라역 아뮤플라자 1층의 모츠나베 오오야마(博多もつ鍋おおやま)에서 모츠나베 런치 메뉴와 고기 정식을 먹었다.

모츠나베는 1인분을 시킬 수 있는 게 좋았다. 짬뽕면과 밥 중 고를 수 있었는데, 면을 선택해서 같이 넣어 먹었다. 고기 정식에 밥이 나와서 밥과도 같이 먹었다. 맛있었지만, 모츠나베에 곱창이 몇 개밖에 없는 건 아쉬웠다.

고쿠라성에서 프리마켓이 오후 3시까지 열려서 호기심에 고쿠라성 쪽으로 또 갔다. 딱히 살만한 물건은 없었다. 다만, 푸드트럭도 있고 그래서 축제 비스무리한 기분은 났다. 짧게 둘러본 뒤, 아내를 카페에 잠시 머물게 하고, 나는 북오프로 가서 책과 고전 게임 물품을 구경했다.

별로 당기는 상품은 없었다. 그냥 가기 뭣해서 110엔짜리 패미컴 롬팩 하나 산 게 다였다.
술값이 싼 술집을 찾다가 홈런 식당(ホームラン食堂)으로 갔다. 삿포로 생맥주 한 잔에 199엔밖에 안 된다. 고쿠라 번화가 술집 중 최저 가격이 아닌가 싶다.

QR코드 찍어서 주문하는 방식으로 알고 갔는데, QR코드가 도무지 보이지 않아서 점원에게 물어봤다. 앉아서 기다리면 점원이 QR코드를 준다고 한다. 우선 생맥주 두 잔 내오라고 하니 QR코드를 같이 가져왔다. QR코드를 스마트폰 네이버앱으로 찍으니 메뉴가 보였다. 한국어도 지원해서 아내도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메뉴들이 저렴해서 아내에게 마음껏 시키라고 했다. 취향껏 각자 자유롭게 시켰다. 점원 부르지 않고 스마트폰만으로 주문하니 너무 편했다.

생맥주, 사케, 하이볼, 꼬치, 튀김, 고로케 등 작은 양을 다양하게 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둘이서 실컷 시키고 배부르게 먹었는데 4,000엔 정도밖에 안 나왔다.
안주의 질이 뛰어나다곤 할 수 없지만, 가성비로 대만족했다.

한국 손님도 드문드문 보였는데, 한국 사람이 일본 사람보다 술 많이 마신다는 게 이 술집 테이블만 봐도 알겠다. 일본 손님들은 술 한 잔에 안주 한 두개가 고작인데 한국 손님 테이블엔 술잔이 엄청 많았다.

니시테츠 호텔 가서 짐을 찾고 체크인 했다. 기타큐슈 와서 묵은 호텔 중 방이 제일 작았지만, 깔끔해서 부족함은 없었다. 첫날 묵은 다이와로이넷 호텔방보다 환해서 기분은 더 좋았다. 5층 방인데 전망도 답답하지 않았다. 욕조는 좁았지만, 대신 호텔에 대욕장이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방에 잠깐 있다가 호텔 근처의 조그마한 라멘집 이치류(一龍)로 갔다. 원래는 아뮤플라자의 신신 라멘을 먹고 싶었지만, 오다가 보니까 손님이 많아서 가깝고 조용한 이곳을 선택했다.

기본 라멘과 돈코츠된장라멘을 시켰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고 있던데, 맛이 훌륭했다. 굳이 브랜드 라멘집 안 가고 여기서 먹는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한국어 메뉴판 같은 건 없다. 아사히 병맥주와 함께 라멘을 맛나게 먹었다.

원래 계획은 사라쿠마야마 전망대로 가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었지만, 아내가 별로 안 당긴다고 해서 생략하고 쉬기로 했다.

호텔의 대욕장으로 갔다. 규모는 작았지만, 물이 깨끗한 편이고 북적이지 않아서 잘 이용하고 나왔다. 자동판매기에서 140엔짜리 우유를 하나씩 사서 마시니 개운했다.

쉬다가 할 일이 없어서 밤 10시쯤 산책 삼아 고쿠라성 쪽으로 또 갔다. 녹색의 날(みどりの日)을 기념해서 6월 2일 밤 한정으로 성의 조명이 녹색으로 켜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갔는데, 성의 조명이 꺼져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딱 밤 10시까지만 녹색 조명이 켜져 있었다고 한다. 10시 넘어서 간 우리는 깜깜한 성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여행 중 여러 번 가서 흰색 조명의 성은 봤기에 아쉬움은 덜했다.

오면서 드럭스토어 마츠모토키요시에 들렀다. 각종 약을 6,000엔 좀 넘게 사서 면세 혜택을 받고 쇼핑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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