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6

기타큐슈 4박 5일 여행기 3 - 고쿠라성, 코로나노유

2023년 6월 1일(목)
새벽 3시 넘어 눈이 떠졌는데 출출했다. 4시쯤 뭘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호텔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요시노야가 있어서 좋았다. 철판 갈비 정식과 아침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맛있었다. 무엇보다 값이 저렴해서 만족했다.

호텔로 가서 잠을 좀 잔 뒤, 아침 10시쯤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겼다. 고메다 커피의 모닝 세트를 먹기 위해 고쿠라성 쪽으로 또 갔다. 11시 전에 가서 커피를 시키면 빵을 같이 준다.

근사한 경치를 창밖으로 보며 커피와 빵을 먹었다. 난 커피 맛을 잘 몰라서 그냥 마셨지만, 아내 왈 그저 그런 커피라고 한다. 빵 맛은 특별하진 않고 무난했다.

카페에서 나와 유료 시설인 고쿠라성 정원을 들러봤는데, 돈 받는 직원이 안 보였다. 덕분에 공짜로 봤다. 근데 돈 내고 볼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다.

고쿠라성은 밤과는 또 느낌이 달랐다. 경치가 좋아서 산책하기 그만이다. 근처 신사까지 둘러본 뒤, 탄카 시장으로 갔다.

탄카 시장은 두 번의 화재로 규모가 축소되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은 느낌인데, 위생적으로 좀 지저분한 느낌이 들어서 뭘 먹고 싶진 않았다. 빠르게 보고 나와서 모노레일을 타고 2분 걸려 고쿠라역으로 돌아왔다.

고쿠라역 북쪽 출구로 나가니 메텔, 철이, 하록선장 동상이 있었다.

기타큐슈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고향인지라 고쿠라 주변엔 그의 캐릭터가 곳곳에 보였다. 자국의 유명 캐릭터들을 지역 부흥에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기념으로 사진 찍고 아루아루 시티의 만화 박물관으로 갔다. 관광 안내소에서 받은 할인권을 입장료만큼 사용해서 공짜로 둘러볼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은 제한적이었다. 옛 만화 자료를 못 찍어서 아쉬웠다. 대신 하록선장을 찍을 순 있었다.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아래 층 스루가야에서 고전 게임 물품을 대충 봤는데, 비싸고 종류도 많지 않아서 딱히 살 것은 없었다.

아루아루시티 정문 앞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코로나노유 온천으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정각마다 온다. 우리는 오후 1시 셔틀버스를 탔다. 타기 전에 어떤 일본 남자애가 코로나노유 가는 데 승차권 필요하느냐고 나한테 물어보길래 필요없다고 얘기해줬다. 내가 일본 사람처럼 보였나보다.
참고로 갈 때는 승차권이 필요없는데, 올 때는 승차권이 필요하다. 온천에서 나올 때 데스크 직원에게 달라고 하면 준다.

코로나노유 온천은 평일 950엔에 이용할 수 있다.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는 신발장에 신발을 벗어 넣은 뒤, 데스크로 가서 접수하면 팔찌를 준다. 이 팔찌는 한국 찜질방처럼 결제용이다.

코로나노유 온천은 수질이 대중탕 느낌이긴 했지만, 평일이라 사람이 적고, 노천탕도 넓은 편이라 만족스러웠다.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온천물이 흐르는 곳에 누울 수 있었는데, 돌바닥인데도 잠이 잘 왔다.

노천탕 벽에 도마뱀처럼 생긴 돌이 있어 자세히 봤더니 움직였다. 진짜 도마뱀이었다! 다행히 저 도마뱀이 근처로 오진 않았고, 벽을 기어 밖으로 사라졌다.

온천에서 나오면 앉을 곳은 있었지만, 한국처럼 누워서 잘 곳은 없었다. 바로 나와서 데스크에서 셔틀버스 승차권을 받았다. 서비스로 커피도 받았다. 가성비로 만족.

셔틀버스 타고 고쿠라역으로 다시 와서 무인양품 들러 아내가 문구 쇼핑을 하게 했다. 고쿠라 최고 인기 빵집인 시로야 베이커리에서 빵 좀 사려고 했으나 줄이 너무 길어서 바로 포기했다. 대신, 근처 빵집에서 빵 몇 개 샀는데, 맛은 특별하지 않았다.

고쿠라에서 술집에 들렀다 가려고 했으나 아직 4시도 안 된 관계로 열지 않은 곳이 많았고, 마음에 쏙 드는 가게가 없어서 다이와로이넷 호텔에서 짐을 찾은 뒤, 다음 묵을 호텔이 있는 모지코로 향했다.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1일 무료 버스 패스로 모지코 가는 방법이 있었지만, 나는 JR전철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버스로 가면 시간이 두 배나 걸리고 캐리어를 따로 실을 곳이 없어서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JR전철로 가니 승객이 적어서 편하게 짐을 자리에 놓을 수 있었고, 2정거장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모지코역에 내리는 순간, 분위기가 고쿠라하곤 전혀 달랐다. 유럽풍 디자인의 건물 일색이고 거리가 깔끔했다. 오후 4시가 넘은 때였는데 맑았던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나름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아내도 모지코를 처음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

모지코역에서 프리미어 모지코 호텔은 걸어서 금방이었다. 이 호텔이 내가 계획한 여행의 핵심이었다. 고급스런 시설에 전망이 좋아서 방에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기대대로 로비부터 마음에 들었고, 비교적 넓은 방과 탁 트인 전망에 감탄사가 나왔다.

오기 전에 메일로 고층을 요구했는데, 따로 답변 없이 최고층인 9층을 줘서 투숙 기간 내내 이 호텔 최고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 개폐식 다리인 블루잉 모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낮에는 음악 소리와 함께 다리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걸 방에서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 다만, 낮잠 잘 때는 하루에도 여러 번 울리는 음악 소리가 거슬릴 수 있다.

배가 고파서 짐을 내려놓자마자 카레혼포(伽哩本舗)라는 야키카레집으로 향했다. 야키카레가 모지코의 대표 음식이라고 한다. 호텔 주변에 야키카레집이 흔했다.

평일이라 손님이 거의 없어서 전망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다소 비싼 1960년대 옛날 야키카레, 시푸드 야키카레, 그리고 사쿠라 맥주를 시켰다.

사쿠라 맥주는 작은 병 700엔이나 했는데, 맛은 있었다. 캔맥주 작은 크기도 500엔이나 해서 그 뒤론 안 사마셨지만.

야키카레는 극찬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고, 가격에 견주어 양도 적었지만, 배고파서 뭐든 맛있었다. 특별한 카레라는 느낌은 안 들었다.

양이 부족해서 라멘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650미터쯤 떨어진 다이헤이잔(大平山) 라멘에 우산을 들고 힘들게 찾아갔으나 영업 시간이 5시까지라 이미 문 닫은 뒤였다. 허탕친 우리는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했다. 모지코는 저녁 5시 넘으면 주변 식당들이 문을 닫아서 밤에 갈 곳이 많지 않다.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가서 가방을 가져간 뒤, 마트로 가서 장을 봤다. 맥주, 사케, 컵우동, 회, 다코와사비, 과자를 샀다. 호텔로 와서 술판을 벌였다.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하루를 배부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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