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5

기타큐슈 4박 5일 여행기 2 - 고쿠라 첫날

■2023년 5월 31일(수)
드디어 여행일이다. 아침 7시 15분 비행기라서 새벽 4시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그 시간엔 대중교통으로 인천공항에 갈 방법이 없어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앞서서 타다, 티머니온다로 택시를 불렀지만, 실패했다. 우리 동네엔 카카오택시만 올 수가 있었다.

집에서 공항까지 38분 걸려 34,400원 정도 나왔다. 신한카드 혜택으로 여기서 3,000원이 할인되어 31,400원으로 선방했다. 2명 이상이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공항이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30분 더 늦게 왔어도 비행기 타는 데 문제 없었을 것 같다. 출국 수속을 원활하게 끝내고 연착 없이 진에어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떴다.

24시간 전 모바일체크인으로 좌석을 최대한 앞쪽으로 잡아서 도착 후 비행기에서 금방 나올 수 있었으나 위탁수화물이 늦게 나와서 기다려야 했다. 사전 체크인 한 의미가 없어졌다.

기타큐슈 공항은 아담해서 동선이 짧았다. 빠르게 입국 수속을 끝내고 바로 고쿠라행 리무진 버스표를 2장 샀다. 1인당 710엔이었다.

1번 게이트에서 조금 기다리니 9시 5분에 리무진 버스가 왔다. 좌석 다 채울 때까지 기다려서 버스는 9시 20분에야 출발했고, 10시 5분에 고쿠라에 도착했다. 우리는 고쿠라역 신칸센구치 다음 정거장인 고쿠라 버스센터에서 내렸다. 그곳이 첫날 묵을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였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 캐리어를 끌고 육교를 지나 다이와로이넷 호텔로 갔다. 별로 긴 거리는 아니었으나 고쿠라역에 있는 JR큐슈스테이션 호텔로 예약했으면 실내라서 더 편했을 것 같긴 하다.

다이와로이넷 호텔에 짐을 맡긴 뒤, 첫 끼를 뭘 먹을까 궁리하다가 호텔에서 가까운 이치란 라멘을 먹기로 했다. 호텔 뒷편 골목으로 갔는데, 날이 우중충하고 뒷골목 정경이 깔끔하지 않아서 고쿠라의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치란 라멘은 5배 매운 소스 골라 얼큰하게 먹었다. 생맥주 한 잔 680엔, 반숙 계란 하나 120엔이나 해서 비싸지만, 첫 끼 기념으로 시켜서 함께 먹었다.

첫 끼로 이치란 라멘을 먹는 한국인은 우리 말고도 있었다. 비행기에서 본 한국인을 여기서도 봤다. 손님이 많지는 않아서 줄서지 않고 들어갔다. 이후 기타큐슈에서 뭘 줄서서 먹은 적이 없다. 자리는 카운터석밖엔 없었지만, 중간 칸막이를 여닫을 수 있어서 아내랑 얼굴 보고 건배하며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아침에 비가 내려서 추웠지만 점차 비가 그쳤고 점심 무렵에 맑아졌다.

장마철인데다 태풍이 오키나와 쪽으로 오고 있어 종일 비 내리는 것도 각오했는데 점심 이후론 날씨가 상당히 좋았다.
새벽에 오느라 잠을 잘 못 잔 관계로 일본 도착 후 너무 졸려서 짜증이 몰려왔다. 이른 아침 출발 비행기의 단점이다. 걷는 것도 힘들고 뭘 봐도 감흥이 없었다. 여행이고 뭐고 빨리 쉬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체크인 시간까진 3시간이나 남았다.

기타큐슈시 관광안내소에 가서 1일 버스 무료 패스와 관광시설 할인권을 받았다. 행사 기간이라 한국인 직원이 무료로 줬다. 1일 버스 무료 패스는 기타큐슈의 니시테츠 버스를 하루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승차권이었는데, 여행 기간 동안 쓸 일은 없었다.

고쿠라역의 긴다코 하이볼 사카바에서 카쿠하이볼 메가 사이즈와 유즈 다코야키를 먹었다. 400엔짜리 하이볼 메가 사이즈 잔 크기에 놀랐다. 다코야키는 그냥 무난한 맛이었다.
기타큐슈 점원들은 잘 웃지 않고 막 친절하단 느낌은 없었는데, 아내가 잊고 간 우산을 가게 청년이 한참 뛰어와서 우리를 찾아내 건네주었다.

아직도 시간이 남아서 코로나노유 온천에 갈까 생각했으나 무료 셔틀 버스 시간도 안 맞고, 수건을 호텔에 놓고 와 못 갔다. 고쿠라성 가기에도 걷기가 귀찮았다.
고쿠라역 아뮤플라자 쇼핑몰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웠다. 한국 쇼핑몰과 별반 다르지 않아 재미는 없었다. 지하 마트에서 캔맥주, 초밥, 안주거리를 좀 샀다.

졸리고 너무 힘들어서 호텔에 일찍 가서 얼리 체크인을 하기로 했다. 1000엔 내고 원래 체크인 시간인 2시에서 1시로 바꿨다. 지금 생각하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졸린 상태로 관광해봐야 짜증만 날 뿐이니까.

다이와로이넷 호텔은 체크인한 뒤, 직원이 룸키 카드를 주는데, 그 카드로 숙박비 결제를 기계에 가서 해야 했다. 결제 후 나오는 종이에서 방 번호를 확인한 뒤, 11층으로 올라갔다.

욕실 비품과 드립 커피는 승강기 앞에 있어서 마음껏 가져갈 수 있었다. 아내는 드립 커피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수준급 커피라고 한다. 그래서 호텔 들어갈 때마다 드립 커피를 몇 개씩 가져갔다.

호텔 오기 전날에 메일로 고층에 모노레일이 잘 보이는 방을 요구했는데, 딱 내 요구에 부응했다.

다이와로이넷 호텔은 도시 건물 사이에 있어서 전망이 좋다곤 할 수 없었지만, 그나마 내 방은 좋은 편이었다. 모노레일을 내려다볼 수 있었고, 소음도 없었다. 더블룸보다 살짝 위인 모더레이트룸으로 해도 방이 넓은 느낌은 없었지만 깨끗하고 깔끔했다. 모더레이트룸은 사이드 제일 끝이었다. 침대가 커서 편했다.

마트에서 사온 술과 안주를 해치운 뒤, 바로 쓰러져 4시간 가까이 잤다. 일어난 시각은 저녁 6시 40분이었다. 자고 나니 개운해져서 전날 hotpepper.jp에서 미리 예약한 야키토리집으로 향했다.

야키토리 혼진(焼鳥本陣 魚町本店)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들어가서 직원에게 8시에 두 사람 예약했다고 하니 바로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직원이 북을 치는 게 이 가게 특색이었다. 평일인데도 손님이 계속 들어와서 예약하고 오길 잘한 것 같다.
금연이라 담배연기는 없었지만, 대신 야키토리 굽는 연기가 자욱했다. 메뉴는 야키우동, 모듬 꼬치 세트, 맥주, 진저하이볼를 시켰다. 중간에 시키지도 않은 꼬치를 내오길래 말해서 가져가게 했다.

야키우동은 금방 나왔으나 모듬 꼬치가 20분 이상 걸려 나왔다. 맛은 뭐 그저 그랬다. 현지 술집 분위기를 느끼는 데 만족했다.
결제는 트래블월렛카드(visa)로 했는데, 결제 통신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잘 되었다.

고쿠라성 쪽으로 산책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리버워크부터 고쿠라성까지 야경이 환상적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관광 기분이 나기 시작했다.
고쿠라 주변을 즐겁게 산책한 뒤, 돈키호테 들러 밀크티와 염색약을 산 뒤, 호텔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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