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2

고전 18금 게임 지침서 <미소녀 게임의 세계>

1998년에 나온 책인데요. 일본 18금 미소녀 게임의 역사와 그 내용에 관해 시간순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당시 한국에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데 놀랐고, 그 내용의 충실함과 방대함에 또 놀라서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은 중고로 구하기 매우 힘들 거예요.

저자는 1970년생 남창훈 씨라고 합니다. 1인 출판사 하신다는 글을 2015년도 즈음에 봤습니다. 

머리말에서 당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일본 대중문화와 비교하며 한국 문화의 낙후성을 지적했는데요. KPOP,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 줄은 1998년 당시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미소녀 게임이 많았던 MSX를 비롯해 PC9801 등 기종에 관해서도 언급합니다. 당시 MSX2 디스크 드라이브 보유했던 분들은 18금 게임도 아마 하셨을 듯.

<삼국지 2> PC9801판에 저런 장면이 있었다는데, 아쉽게도 당시에는 못 해봤네요.

그림체가 제 취향이었던 그 시절 미소녀 게임. 주로 PC9801용 게임이 많습니다. <일루미나> 같은 게임은 나중에 에뮬로 해봤는데, 내용은 빈약했지만 일러스트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90년대 소년들이 많이 해봤을 <천사들의 오후3>. 그 시절 학생들에겐 충격적인 게임이었죠. CAL은 PC엔진판으로 했다가 완전 순화 버전인 걸 알고 대실망. 나중에 MSX판으로 해보고 삭제된 부분을 다 확인했죠. ㅎ

나이키. 여주인공이 마음에 들어서 했던 게임. MSX로 했던가 가물가물합니다.

18금 게임은 아니지만,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졸업>. 전 이 게임 주제곡을 너무 좋아합니다. 일본어 모르면서도 PC엔진용 <졸업 2>를 자주 했죠.

엘프의 간판 시리즈였던 <드래곤 나이트>. 개인적으론 2편을 좋아합니다.

PC엔진CD로 처음 나와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도키메키 메모리얼>. 전 PC엔진판을 했는데, 일본에서 큰 붐이 인 건 플레이스테이션판부터라고 하더군요. 

90년대 10~20대 남성이고 PC 유저인데, <동급생2>를 몰랐다면 인생 헛 산 것. 책에는 중요 장면의 대사를 번역해놨네요.

<에이미라 부르지마!>. 시즈웨어 작품이고 표지가 자극적이라 해본다 해본다 하고 세월이 꽤 지났네요.

여러 번 리메이크된 <이브 버스트 에러>. 여주인공 마리나의 매력에 푹 빠진 적이 있습니다. 범인의 정체가 충격이었죠. PC9801판이 아마 그런 장면 다 나오고, 이후는 순화되어 나온 버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미소녀 어드벤처 게임의 걸작이지만, 후속작들은 이 첫 편의 아성을 못 넘고 있습니다.

아는 분은 아는 수작 RPG <흑의 검>. 18금 분위기인데, 18금은 아닙니다. 어른스러운 그림체와 비장한 면 때문에 좋아했습니다. 만일 리메이크 한다면 그분 살리는 루트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리스소프트의 <데아보리카>. 사랑하는 연인이 환생을 반복하는 이야기. 잔혹하고 반전 있고 그렇습니다.

시즈웨어의 또 다른 걸작 <데자이어>. 마지막 반전이 놀라웠습니다. 그런 신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던...

<Luv Wave>. SF 어드벤처. 네트워크 안을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지르는 존재와 맞서는 형사 이야기인데, 블레이드 런너 분위기가 납니다.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마무리가 난해한 작품. 버그가 많았습니다.

유명한 <취작>. 변태 관리인이 여자들 협박해서 욕구를 채웁니다. 한글 패치도 나왔다고 함.

마지막 쪽엔 다른 책 광고가 있네요. 저 에뮬 게임 책들 저도 샀지요. 에뮬 게임 롬이 꽉꽉 담긴 CD를 4장이나 줘서 롬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었습니다. 원하는 롬 파일 수집이 쉽지 않은 시대였거든요. 지금이라면 게임 저작권 때문에 나오기 힘든 책이겠지요.

이 책은 그 시절 제가 미소녀 게임을 고르는 데 지침서 역할을 해줬습니다. 볼 때마다 그 시절 했던 미소녀 게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