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6

기타큐슈 4박 5일 여행기 4 - 가라토 시장, 모지코 구경

2023년 6월 2일(금)
가라토 시장의 초밥을 먹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앞의 선착장으로 가서 9시 50분 시모노세키행 배를 탔다. 이 배를 타면 후쿠오카현에서 야마구치현으로 넘어간다. 1인 편도 400엔이고 5분이면 도착한다.

배에 탈 때는 날씨가 흐리기만 했는데, 베에서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호텔에서 우산을 가져와서 다행이었다.

가라토 시장에선 금토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초밥을 판다. 관광객이 많다고 들어서 오전 10시 개점 시간에 맞춰 시장에 왔는데, 평일 오전이고 비도 와서 그런지 엄청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한국 관광객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주로 일본 사람과 대만 사람이 많아 보였다.

시장의 초밥 가게들을 쭉 둘러본 뒤, 300엔짜리 복어국을 두 그릇 사서 아내에게 주고 먼저 가서 자리를 잡으라고 했다. 날씨가 화창하면 밖에서 바다를 보며 먹는 게 보통인데, 비가 내려서 다들 2층 자리에서 초밥을 먹었다.

다른 가게 가서 초밥을 샀다. 이왕 온 거 참치 뱃살 등 좀 비싼 초밥을 골랐고 새우튀김, 복어튀김도 샀다. 초밥은 싸진 않았지만, 아주 신선해서 맛있었다. 아내가 무척 만족해서 나도 좋았다.

복어국은 생소했는데, 복어살이 꽤 있었고, 맛도 괜찮았다. 이 주변은 복어 요리 식당이 많았다. 시장 안에도 큰 복어 동상이 있었고 근처 신사에도 복어 동상이 있었다.
새우튀김은 맛났고, 복어튀김은 눅눅해서 그저 그랬다.

가라토 시장을 나온 뒤, 근처 가게에서 과일 3종 아이스크림과 블루베리 쥬스를 사서 맛나게 먹었다.
그 뒤, 신사와 전망대에 가려고 했지만, 우산 들고 오래 걷기는 힘들 것 같아 포기하고 가라토 시장으로 다시 가서 선물용으로 복어 반찬과 센베를 샀다.

다시 배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 출출해져서 오후 2시 반쯤 나와 어제 허탕을 쳤던 다이헤이잔(大平山) 라멘으로 갔다. 모지코 레트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라멘집이면서 현지 평이 좋은 곳이었다. 현지인 맛집이라 외국어 메뉴판 같은 건 없었다.

400엔짜리 미니 라멘과 츠케멘을 시켰는데, 아내가 미니 라멘의 돈코츠 국물을 먹어보고 반해서 미니를 시킨 걸 후회했다. 기본 라멘이 600엔이니 양이 반밖에 안 되는 400엔짜리 미니 라멘을 시키면 손해였다. 그래서 260엔을 주고 차슈를 추가했다. 그걸 추가로 넣어서 먹고 아내가 만족했다.
츠케멘은 면을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 중 고를 수 있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찍어먹는 국물이 덜 짜서 나에겐 좀 밋밋했다. 츠케멘보다는 라멘이 더 나은 것 같다.
아내는 이 집 라멘이 이치란보다 더 맛있다고 평했다.

배를 채우고 구오사카상선 건물에서 1인 150엔을 주고 와타세 세이조의 일러스트들을 감상했다. 1945년생 작가라고 하는데, 그림이 디테일하고 시원시원했다. 인쇄해서 집에 걸고 싶을 정도로.

다 보고 칸몬해협박물관으로 걸어가서 1~2층 해협 레트로 거리를 구경했다. 개항 당시의 일본 옛 모습을 재현해놨는데, 상당히 잘 만들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좀더 내부에는 배 모형들을 전시해놨다. 할아버지 두 명이 배 모형을 만드는 모임의 멤버인 듯 했다. 우리가 배 모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찍어주겠다고 말을 걸어오셨다. 배 모형 하나 만드는 데는 2~3년이 걸리고 보통 20만엔 이상 든다고 한다. 이걸 만드는 마니아가 일본에 많다고 한다. 한국 배도 만드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없다는 투로 말씀하셨다. 주로 옛날 유럽 배 모형이 많았다. 만들어서 팔기도 하는지 물어보니 제작 자체가 목적이라 팔지는 않는다고.
마니아의 자존심이 느껴졌다.

옆 건물 1층의 일본 고전 영화 자료 수집품까지 구경했다. 7인의 사무라이, 남자는 괴로워 등 옛 일본 영화 포스터와 홍보 자료를 볼 수 있었다.

기타큐슈 시가 배 모형 제작자, 고전 영화 자료 수집가 같은 오타쿠들을 인정해주고, 그들의 성과물을 근사한 공간에 전시할 수 있게 해주는 까닭을 생각해보면, 기타큐슈에 이런 인재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게 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어서가 아닐까 한다.

호텔로 돌아와서 쉰 다음, 밤 8시쯤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호텔 근처의 인도 카레집 뉴난단 모지코가 밤 9시까지 하는 걸 보고, 그리로 갔다. 점원이 전부 인도인이어서 일본말은 좀 어눌했으나 친절했다.

대형 란과 3가지 소스를 주는 스페셜 세트, 탄두리 치킨 하나, 음료수 2개를 시켰는데, 가격 대비 양이 많고 맛도 훌륭해서 대만족했다. 야키카레보다도 더 맛있게 먹었다. 다 해서 3,000엔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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