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9

이스8 라크리모사 오브 다나

2016년 PS VITA, 2017년 PS4로 나온 뒤, 2018년 PC로 이식된 작품. 초반만 잠깐 살펴본다는 게 점점 빠져들어서 엔딩까지 달렸다.

시간대는 이스5와 이스6 사이라고 한다. 이스5의 주 무대였던 산드리아 대륙에서 여객선을 타고 북쪽으로 가던 아돌은 바다 괴물의 습격으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세이렌 섬으로 표류하게 된다. 무인도에서 뿔뿔이 흩어진 승객들을 찾고 생존하며 탈출을 노리는 이야기.

기존 이스 시리즈와 달리 섬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고, 과거 회상 빼면 섬에 마을이 없다. 아돌과 승객들이 만든 임시 거처가 섬의 유일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낚시도 하고 요리도 하고 사냥도 하고 유유자적 무인도 생활인데, 그러면 재미없으니까 섬에 괴물이 나오고 몰락한 과거 문명이 나온다.

섬에서 아돌은 잘 때마다 꿈을 꾸는데, 그 꿈은 이 섬에 있던 옛 고대 왕국에 관한 것이었다. 그 고대 왕국에서 다나 이클루시아라는 소녀가 무녀로 추대된다. 다나에겐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어서 아돌 일행의 행동을 보게 된다. 아돌의 꿈은 섬의 과거, 다나의 예지는 섬의 미래를 내다보며 서로 이어지는 것이다.


베일에 싸인 무인도 탐험하는 게 재미난다. 그래픽은 요즘 기준으론 별로라고 하지만, 고전 RPG를 주로 했던 나에겐 괜찮아 보였다. 섬의 경관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처음 만나는 여성 캐릭터 락샤가 섹시해서 눈이 즐거웠다. 엉덩이 묘사에 공을 들인 것 같다. 중반 이후에 나오는 여주인공 다나도 노출이 많은 옷차림이라서 남성 게이머의 신경을 자극한다. 게임에 눈이 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오픈RPG까진 아니지만, 공략 순서에 어느 정도 자유가 있어서 좋았다. 섬 곳곳에 있는 표류자 구조, 표류자들이 주는 서브 퀘스트, 경치 좋은 곳 발견, 괴물 사냥, 낚시 등 파고들 요소가 많았다.

전투는 액션이라서 덜 지루했다. 거대 괴물들이 부드럽게 움직여서 실감 났다. 다만, 괴물의 습격을 막는 요격전은 지나치게 잦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들었다.

이 게임은 엔딩이 진엔딩, 노멀엔딩, 배드엔딩으로 나뉘는데, 명성치 200을 넘겨야 진엔딩을 볼 수 있다. 명성치 200을 넘기려면 다른 표류자들이 주는 의뢰와 각종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나는 주로 거주지 사수 이벤트로 명성치를 많이 벌었다. 노멀엔딩과 베드엔딩은 진엔딩에서 일부가 삭제된 느낌이라 진엔딩이 완전한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진엔딩 루트여야 진짜 끝판왕이 나온다.

스토리는 한 고대 왕국의 진화와 종말이 얽힌 이야기다. 후반부 전개는 일본 RPG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구도로 흘러간다. 한 인물의 정체가 반전이긴 했지만, 예상이 어렵지 않았다. 스토리보다는 무인도 탐험하는 재미, 캐릭터들의 매력, 다채로운 이벤트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도에서 살면서 가족애,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고, 여주인공 다나는 기구한 삶을 보내서 애뜻했다.

최근 이스3, 4, 5를 한 뒤, 8로 넘어왔지만, 이게 이스 시리즈라는 느낌은 거의 안 들었다. 아돌과 도기가 나올 뿐, 옛날 이스와는 시스템과 그림체가 너무 달라져서다. 스토리 상 연결점도 거의 없었다. 주인공 옷을 1, 2 시절 복장으로 바꾸면 그나마 이스 느낌이 조금 들었다. 굳이 이스가 아니어도 되었을 게임이다. 그래도 내가 해본 이스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 8편을 꼽겠다. 27시간(치트 써서 이 정도. 보통은 60시간 이상 걸림) 동안 몰입해서 했다.


엔딩 본 날 - 2020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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