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4

부라이1 메가CD판 하면서 다른 이식판과 비교


90년대 게임 잡지에서 소개되었을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부라이를 인제야 해봤다. 당시 기준으로 명작으로 손꼽히는 RPG라서 많은 기종에 이식이 되었다.

부라이 上권
1989년 PC8801, PC9801
1990년 MSX2
1990년 FM TOWNS
1991년 PC엔진
1992년 메가CD
1993년 슈퍼패미컴

부라이 下권
1990년 PC9801
1991년 FM TOWNS
1992년 MSX2
1992년 PC엔진

이 중에서 난 메가CD판을 선택했다. 메가CD판은 PC엔진판을 기반으로 이식되었으며, 비주얼신과 시나리오가 동일하다. 차이점은 일부 성우가 바뀌었고, 상태창과 몇몇 이미지가 메가CD판 쪽이 큼지막해서 더 보기가 좋다. 둘 중에 고르라면 메가CD판이 낫지 않나 싶다.


치트의 편의성 때문에 레트로아크가 아닌 옛날 MD 에뮬 Fusion으로 진행했는데, 윈도우10에서 풀스크린이 되지 않는 것 말고는 잘 진행되었다. 하지만, 치트가 돈 최대밖에 없어서 굳이 Fusion으로 했어야 했나 싶다. 가장 필요한 건 랜덤 인카운트를 없애는 치트였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그래서 그 치트가 있는 슈퍼패미컴판으로 1장만 잠시 해봤다.


슈퍼패미컴판은 메가CD판과 달리 오프닝이 그냥 텍스트로 나오고 음악도 심심하게 바뀌었다. 부라이가 자랑하는 음성과 비주얼신이 몽땅 잘리니 그냥 초라한 RPG가 되어 버렸다. CD가 아닌 롬팩이니 이해는 하는데, 기기에 맞게 편의성을 개선하거나 도트 그림이라도 많이 추가할 것이지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초창기 컴퓨터판에도 있었던 것들이 다 잘렸다. 마을 상점에서 인물 얼굴이 같은 걸로 다 대체된 것도 너무 성의가 없었다. 그리고 상태창 여는 건 왜 이렇게 느릴까. 롬팩인데도 굼떠서 답답하다.

메가CD판의 상점
슈퍼패미컴판의 상점

가장 나중에 이식된 버전인데, 다른 게임으로 생각될 정도로 형편없었다. 슈퍼패미컴판으로 부라이를 하는 건 의미가 없어서 그만뒀다. 쓰레기 이식이다.


메가CD판으로 마지막 장까지 진행했다. 부라이의 캐릭터 디자인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세인트 세이야> 애니메이션의 작화 감독인 아라키 신고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체가 비슷하다. 그림체가 강렬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개성적이라 좋았다.


게임은 <드래곤 퀘스트4>처럼 장마다 주인공이 있고, 마지막 장에서 그 8명의 주인공이 한데 모여 끝판왕을 물리치러 가는 식이다. 8명 모두 개성이 강하고 얽힌 과거 이야기가 있어서 흥미롭다. 다만, 너무 애니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게임성이나 밸런스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적 조우율이 대단히 높고 한 번에 적이 대거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스토리 상의 이벤트들은 짧은데, 전투로 플레이 타임을 대부분 때우는 느낌이다. 전투 횟수만 적으면 금방 클리어할 수 있었을 게임이다.


잦은 전투에 지쳐서 마지막 장에서 멈추고 유튜브로 엔딩을 봤다. 메가CD판 엔딩은 PC엔진판과 거의 흡사하다. FM-TOWNS판 엔딩도 궁금해서 유튜브로 확인해보니 세부적인 면이 다르다.
메가CD판은 8용사가 헤어질 때 서로 인사하는 장면도 안 나오고 음성으로 때운다. 그런데 FM-TOWNS판은 그 장면이 나왔고 후일담도 더 자세히 나온다.

FM TOWNS판 엔딩 중

무엇보다 마지막에 하야테를 리사가 쫓아가면서 나오는 대화가 메가CD판에선 잘렸다. 나름 중요해 보이는 장면이 아닌가 싶은데, 下권에서 풀려고 했는지 잘렸다. 하지만 下권은 가정용 게임기에선 PC엔진용으로만 나왔고, 메가CD판은 上권으로 끝이었다.


개인적으로 엔딩 부분은 컴퓨터판 쪽이 더 세밀해서 나아 보였다. 어린 시절에 잡지 소개로 보고 '대작' 느낌이 나서 무척 궁금했던 RPG였는데, 지금 해보니 RPG로선 밸런스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또 게임의 음성 내레이션은 고풍스러웠다.
그래도 부라이가 어떤 게임인지 호기심을 풀어서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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