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9

파지어스의 사황제


1992년에 휴먼이 PC엔진용으로 발매한 RPG. 휴먼은 당시 축구, 레슬링 같은 스포츠 게임에 강한 제작사였는데, 이례적으로 RPG를 냈다.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에 가깝고 PC엔진답게 성우 음성과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있다.
세계관은 '네오 메탈 판타지'라는 홍보문구처럼 판타지와 SF를 섞었다. 검과 마법이 있는 판타지에 로봇과 총이 등장한다.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모습의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이다.


파지어스라는 대륙에 파괴신이 출몰하여 세상을 정복하려고 했지만, 신이 만든 영웅, 디메오라의 활약으로 봉인된다. 그러나 디메오라는 그 싸움으로 연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자신의 영혼을 넷으로 나눠 긴 잠에 빠진다.
1000년 후, 파괴신을 부활시키려는 자가 나타난다. 그는 파괴신을 숭배하는 지그라 민족을 이끌고 주변국을 침공하여 정복해나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 남자를 '파지어스의 사황제'라고 불렀다.


그에게 대항하기 위해 영웅 디메오라를 깨울 힘이 있다고 알려진 무녀 마티아는 디메오라 석상에 입맞춤하여 그를 깨운다. 그러나 부활한 것은 어린 꼬마였다.


주인공은 디메오라이지만, 초반을 이끌어가는 건 소녀 마티아다. 마티아가 납치된 뒤에야 디메오라가 주인공이 된다. 디메오라는 힘이 4등분되는 바람에 어린애의 모습이고, 기억을 잃었다. 중후반 자신의 나머지 분신을 되찾으며 소년, 성인순으로 모습이 바뀐다.


옛날 RPG이지만 시스템이 쾌적한 편이다. 적 조우율이 적당하고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어디서건 빨리 걸을 수 있다.


판타지 세계이지만, 과학 문명이 어느 정도 발달한 설정이다. TV 방송국도 있어서 주점에 가면 TV 뉴스를 볼 수 있다. 게임의 힌트를 준다.


파티엔 여러 인물이 자주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횟수가 잦으니 디메오라를 중점적으로 키우는 게 좋다. 하반신이 말인 기마 종족도 나오는데, 얼굴이 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 헷갈렸다.



내용이 꽤 긴 편이다. 정석대로 하면 30시간 이상은 걸릴 수도 있겠다. 스토리는 지루한 편이었다. 반전이 있지만, 너무 뻔해서 예측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작화는 다소 B급 느낌이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딱 들어맞지 않는다. 그래도 엔딩까지 본 것은 게임의 템포가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걸작과는 거리가 있고 그럭저럭 즐길만한 평작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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