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3

이스 셀세타의 수해

이스4는 크게 네 가지 버전이 있다.
① 이스4 The Dawn of Ys (PC엔진판 1993년)
② 이스4 MASK OF THE SUN (슈퍼패미컴판 1993년)
③ 이스4 MASK OF THE SUN -a new theory- (플레이스테이션2판 2005년)
④ 이스 셀세타의 수해 (플레이스테이션Vita판 2012년, PC판 2018년)

이스는 원래 팔콤의 게임이지만, 팔콤 제작진이 당시 <바람의 전설 제나두>를 만드는 데 바빠서 팔콤은 시나리오와 음악만 맡고, 나머지 작업은 허드슨, 톤킨하우스에 맡겨서 나온 게 PC엔진판과 슈퍼패미컴판이었다. 같은 시나리오 원안 가지고 제작사마다 독자적인 해석이 들어가는 바람에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훗날 나온 플레이스테이션2판도 팔콤이 아닌 타이토가 만들어서 또 별개의 게임이 되었다.
팔콤이 직접 이스4를 만든 건 PC엔진으로 첫 작품이 나온 지 무려 20년 가까이 지난 2012년이었다. 팔콤이 만들었으니 이 작품이 이스4의 진정한 공식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나온 작품들은 IF 스토리나 평행세계로 생각하는 게 좋겠다.


진짜 이스4라는 점 때문에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다. PC엔진판은 허드슨 독자 해석이 너무 들어가서 공식 스토리로 인정받지 못했고, 플레이스테이션2판은 대단히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PS VITA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는데, PC판으로도 나온 걸 보고 시작했다.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색감이나 등장인물들의 3D 움직임이 어색해 보였기 때문이다. 잠깐 해보고 문득 PC엔진판이 궁금해져서 돌려봤더니 그게 훨씬 마음에 들었다. PC엔진판은 옛날 게임이라 단순했지만, 원색적인 그래픽과 박력 있는 음악이 내 취향이었다. 게다가 <이스1·2>의 히로인 리리아가 나와서 눈을 사로잡았다.

PC엔진판 이스4의 리리아. PC판 셀세타의 수해에선 안 나온다.

PC엔진판을 진행할까 고민하다가 PC판에 다시 적응해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팔콤 공식 이스4를 안 하고 지나가는 건 찝찝해서 결국 PC판으로 엔딩까지 갔다.


몇몇 음악과 효과음은 <이스1·2>에서 들었던 것들이라 친숙했다. 시스템도 편리하고 방대한 맵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니 모험하는 느낌이 났다. 다른 기종 버전에서 나왔던 캐릭터의 디자인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카나가 역대 작품 중에선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나 싶다. PC엔진판의 카나는 선머슴아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리리아가 안 나오는 게 아쉬웠다.


성우 음성이 나오긴 하는데, 짧게만 나와서 아쉬움을 준다. 오히려 옛날 PC엔진판이 음성 양이 더 많은 것 같다. 마을에서 대사량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개인적으론 빨리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회화보다는 전투 액션 비중이 높아 보인다. 전투 장면은 옛날 몸통 박치기 전투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필드 화면과 전투가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적 움직임도 부드럽다.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은 다른 기종 작품과 달리 기억 상실 상태에서 시작하는데, 하나하나 기억들을 찾아가는 부분 덕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를 더한다. 엘딜이 인간에게 지혜를 주면서 세상의 조화를 지키는 모습이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다만, 후반부에서 엔딩까지 내용은 고전적이라고 해야 하나. JRPG에서 자주 나오는 신의 이야기라 특별하진 않았다. 팔콤 RPG의 스토리는 튀진 않지만, 그 진부한 내용을 완성도 있게 잘 짰다고 할 수 있다. 아돌이 '모험가'로 알려진 이유가 나온다.


막판엔 팔콤답게 모든 등장인물이 한 번씩 얼굴 비추지만, 엔딩에선 그 인물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언급 없어서 서둘러 끝내는 인상이다. 아쉬운 면이 있지만, 상당히 잘 만든 액션RPG라고 생각한다. 팔콤 공식 이스4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했다는 데 만족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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