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0

신 모모타로 전설


허드슨이 1993년에 발매한 슈퍼패미컴용 RPG. 패미컴판 <모모타로 전설>의 6년 후를 그린 속편이다. 전편은 리메이크된 플스1판으로 엔딩을 봤지만, 저연령층을 노린 스토리가 취향에 안 맞아서 이걸 할까 말까 오래 고민하다 문득 하게 되었다. 별 기대가 없어서 그냥 여러 치트를 써서 하루 만에 클리어. 스토리를 거의 훑는 수준으로 진행했다. 방대한 편이라 제대로 하면 시간이 꽤 걸리는 RPG다.


전편에서 복숭아에서 태어난 아이 모모타로는 염라대왕을 물리치고 그를 개심시킨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염라대왕은 도깨비와 인간의 공존에 힘썼지만, 도깨비족의 왕 바사라가 그걸 괘씸하게 여긴다. 그의 화를 부채질한 심복 가루라의 계략으로 염라대왕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바사라 왕의 명을 받은 그의 아들 다이다 왕자와 가루라는 모모타로가 전편에서 구출했던 카구야 공주를 다시 납치하기 위해 달로 쳐들어간다. 모모타로가 그들을 가로막지만, 다이다 왕자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모든 힘을 잃는다(즉, 전편에서 얻은 술법과 경험치를 모두 잃고 레벨1로 돌아감).
생가에서 3일 만에 깨어난 모모타로는 위기에 빠진 인간계를 구하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선다.


패미컴과 PC엔진용으로 나왔던 전편들과 견주면, 개그 요소가 대폭 줄었고, 시리즈 처음으로 죽음이 묘사되는 등, 내용이 진지해졌다. 패미컴판 1편(1987년)을 즐겼던 어린이가 이 후속작(1993년)을 할 때는 6년이 지나 어린이가 아니라는 점을 의식한 게 아닌가 싶다. 스토리도 1편에서 딱 6년 지난 시점이다. 이면에는 대승불교와 소승불교의 대립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데, 불교를 잘 모르면 알기가 어렵다.


전투는 드래곤 퀘스트식인데, 특이한 점은 날씨 개념이 있어서 날씨에 따라 캐릭터의 전투 능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론 별로 재밌는 요소는 아니었다. 그리고 '인기도'라는 수치가 있어서 모모타로의 행동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인기도가 높으면 상점에서 할인을 받거나 동료들이 명령을 잘 듣는 효과가 있지만, 스토리엔 아무 영향이 없다.


바사라 왕의 심복 가루라는 모모타로 일행 앞에 자주 등장하며 잔학한 행위를 일삼는데, <파이널 판타지5>의 케프카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고전 RPG팬들 사이에선 가장 기억에 남는 악당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래픽은 시리즈 첫 작품인 패미컴판보다야 당연히 좋지만, 리메이크작인 PC엔진판이나 플스1판보단 낫다고 할 수 없다. 원래 PC엔진판으로 더 유명했던 작품인 만큼, 슈퍼패미컴판 후속작은 PC엔진판 전작의 화사한 맛이 없다. 나은 점이라고 한다면, 스케일과 내용이 방대해졌다는 것이다. 왜색 RPG 중에선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발매 당시 기준으로 본다면, 일본인들에게 수작으로 평가받을 정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작들보다 어른스워졌다곤 하지만, 그렇게 임팩트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모모타로 시리즈의 색깔을 벗어나진 않았다. 싸워서 지면 우정과 사랑을 깨닫는다는 모모타로 특유의 오글오글한 정서는 변함이 없다.


이 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탕 엿보기였다...


엔딩 본 날 - 2020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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