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6

대패수 이야기 2


전작이 나온 지 2년 다 되어가는 1996년 8월에 슈퍼패미컴으로 나온 속편이다. 1편의 경우엔 90년대 우리나라에서 해본 분이 꽤 있지만, 2편의 경우는 슈퍼패미컴 시대가 저물고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차세대 게임기가 득세하던 시절이라 묻힌 감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1편보다 2편이 더 궁금했다.


평화를 되찾은 환대륙 쉘도라도에 다시 위기의 조짐이 보인다. 쉘도라도 밖의 세상에서 날아온 비룡 드래곤버드가 상처입은 몸으로 패수(貝獣) 마을에 떨어진다. 드래곤버드를 타고온 기사 루카는 500년 전 봉인된 암흑마도사 다크가 부활했음을 알리고 숨을 거둔다. 다크의 목적은 오라 스톤(1편의 오라 구슬)들을 모두 모아 막강한 힘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위기를 직감한 패수 마을의 선인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지구에서 불의 조개 용사를 소환한다. 이 용사는 전작에서 활약했던 중동 소년이 아니고 보통의 현시대 소년이다. 소환에 문제가 생겼는지 소년의 반려견만 패수 마을로 떨어지고 주인공 소년은 다른 지역으로 떨어진다. 게임은 이 주인공 소년과 그를 찾아 도우려는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주인공은 달라졌지만, 먹는 것만 밝히는 푸욘 등, 전작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래픽이 전작보다 조금 나아졌으며, 시스템도 더 편리해졌다. B 버튼 빨리걷기가 없어진 대신, 옵션에서 걸음 속도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롭게 추가된 요소로는 <천외마경 ZERO>에서 도입되었던 퍼스널 라이프 게임 시스템(PLGS)의 탑재다. 시작할 때 현실 시간과 플레이어 생일을 입력하면, 게임에서도 그 시간이 반영되고 생일 등 특정 시간에 이벤트가 펼쳐지는 시스템이다. 각지에 있는 우물 등에서 이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 무시해도 게임 클리어엔 지장이 없지만, 특별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전작과 달리 파티를 둘로 나눠서 번갈아 가며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중반부터 꽤 된다. 파티 하나가 4명이라서 핵심 캐릭터를 키우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중반 이후엔 두 파티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


동료 캐릭터는 전작과 비슷하게 다양하지만, 동료 캐릭터의 과거 회상 등은 전보다 줄어든 느낌을 받았다. 전작처럼 숨어 있지 않고, 핵심 캐릭터 몇몇의 과거가 스토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스토리 진행과 상관 없지만 파고들 수 있는 서브 이벤트는 이번에도 다수 있다.


스토리에선 전작의 바이오베이스 던전 같은 잔혹한 부분은 없다. 지극히 평범한 왕도물로 나아간다. 다만, 죽음은 묘사된다. 일본 작품들은 조연 캐릭터가 목숨을 바쳐 모두를 구하는 걸 곧잘 미화하곤 하는데, 이 게임에서도 나온다. 옛날엔 그냥 그렇구나 했지만, 요즘은 불편하다. 자기가 죽으면 좋은 세상이 와도 뭔 소용인가. 게임에서 자기 목숨을 바칠 정도의 동기가 상세히 묘사되지 않았기에 더 공감이 안 갔다.
후반부 이변으로 세상이 한 번 뒤집어지는 건 1편이나 2편이나 비슷하다. 어떤 이벤트 뒤, 마을에 자잘한 변화가 있는 디테일도 살아 있다.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적 조우율이 높아서 성기시고, 끝판왕은 약점을 계속 바꿔대서 장시간을 요한다. 라스트던전에선 두 파티를 번갈아가며 해야 넘어갈 수 있는데, 공략 안 보면 쉽지 않다.


이 게임만 놓고 보면 슈퍼패미컴 RPG 기준으로 수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1편과 견주면, 1편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각 이야기의 연계성이 1편이 더 잘 짜여진 느낌을 받았고, 2편은 시나리오가 굴곡이 없어서 평범해 보였다. 분기가 있는 점은 좋았지만, 순서만 달라지는 정도다.

1편은 걸작, 2편은 수작으로 생각한다.


엔딩 본 날
2020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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