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6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2013년에 미국의 제작사 이래셔널 게임즈가 내놓은 FPS 게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바이오쇼크1, 2보다 앞선 시간대를 다룬 프리퀄이다. 게임 속 시간은 1912년이지만, 과학기술이 진보한 공중도시 컬럼비아(Columbia)가 배경이라 현실의 역사와는 다른 스팀펑크 세계관이다. 여기서 ‘컬럼비아(Columbia)’는 남미 국가 ‘콜롬비아(Colombia)’와는 철자가 하나 다른, 미국 여러 곳에서 널리 쓰이는 지명이다. 컬럼비아(Columbia)는 신대륙을 발견한 컬럼부스에서 파생된 단어이며, ‘신세계의 유럽 식민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게임이 인종 말살과 차별을 다룬 만큼, 어울리는 국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부거 트윗은 최소 마흔 중반으로 보이는 군인 출신 남성이며, 도박에 빠져 지내 빛만 많은 사설 탐정이다. 공중 도시 컬럼비아에 있는 어떤 여자를 구출해오면, 빚을 모두 탕감해준다는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그는 공중 도시 컬럼비아에 잠입한다.


컬럼비아는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이면에는 독재, 인종 차별이 만연한, 부조리의 도시였다. 컬럼비아의 통치자 컴스탁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으로 자신을 김정은처럼 신격화했으며, 독재와 인종 차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인물이다. 그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엘리자베스를 거대 동상 안에 가두고 있었는데, 그 엘리자베스가 바로 주인공이 구해야 할 대상이다.

독재자 콤스톡

1인칭 3D 배경의 FPS 게임은 진득하게 해본 적이 없는데, 나온 지 몇 년 지난 게임인데도 세밀한 묘사와 음악에 감탄했다. 1인칭 3D 시점은 실제 사람의 시야와 같아서 실감이 났다. 세밀하게 묘사된 도시와 그 소품들은 하나도 섣부르게 만든 게 없었다. 굳이 여기까지 신경 쓸까 하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표현이 되어서 현실감이 넘쳤다.
대화 중에도 시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다른 음성 대사가 동시에 들리는 등, 현세대 서양 게임들이 구현하는 세계는 놀랍다. 산업혁명 당시의 미국 복고풍 세계관이 잘 녹아 있는데, 그게 매우 독특했다.


난이도를 쉽게 해서 그런지 깨는 데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3D 게임들은 길 찾기가 짜증 난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십자키 위를 누르면, 친절하게 화살표로 갈 곳을 표시해주어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꼭 화살표대로 안 가도 중간중간 들러서 구경할 곳이 많다. 클리어 뒤 나중에 진득하게 살피면서 감상하고 싶은 충동도 들었다.


세이브는 따로 할 수가 없었는데, 챕터마다 자동 세이브가 있어서 오히려 편리했다. 세이브를 신경 안 쓰고 할 수 있었다. 난이도 쉬움이어도 여러 번 죽었는데, 그때마다 되살아나서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로드되었다. 다만, 선로에서 스카이후크로 이동하는 부분은 길 찾는 데 좀 헤맸다.


적을 죽일 때 피가 튀고 몸이 분해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고, 내용 자체도 애들용은 아니다. 애니스러운 일본 게임 대다수와 확연히 구분되는 분위기다.


스토리는 처음엔 이해가 어려웠다. 특별한 설명 없이 느닷없이 하늘 도시로 올라가는 장면부터 궁금한 점투성이였고, 도시 사람들의 대사도 이해가 쉽지 않았다. 복잡해 보여서 이 게임은 나랑 안 맞나보다 하고 포기 직전이었는데, 엘리자베스 등장부터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져서 끝까지 달렸다. 생소하거나 의미 불명으로 여겼던 장면들도 게임 안의 단서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스토리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병렬 세계를 다뤘단 점이다. 흔한 소재이기도 하고 같은 인물이 여러 차원의 세계에 다수 존재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반칙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엔딩 후 여러 생각과 궁금증이 교차하게 하고, 선도 악도 없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게임의 만듦새를 보면, 도저히 몇 사람이 만들 수준이 아니다. 5년 동안 20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게임이다.
왜 많은 이가 걸작으로 인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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