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6

옥토패스 트래블러 PC판


이런 게임이 나온 줄도 몰랐는데, 일러스트가 마음에 쏙 들어서 시작했다. 일러스트는 브레이블리 시리즈의 이쿠시마 나오키(生島直樹)가 맡았다고 한다.

일러스트 담당 이쿠시마 나오키

성인용인 걸 염두에 두고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어른스러운 그림과 달리 게임 속 그림은 옛날 슈퍼패미컴 RPG의 짜리몽땅 도트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고전 RPG에 추억이 있는 나는 빨려 들어가서 끝까지 달렸다.


스퀘어에닉스의 고전 RPG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 배경은 3D이고, 성우 음성을 넣었다. 배경 음악은 상당히 좋게 들었다.


주인공은 8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고, 각자 스토리가 다르다. 하지만 누굴 선택하든 게임 진행하면서 다른 주인공들 스토리를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나 골라도 무방하다. 난 춤꾼 프림로제를 주인공으로 골랐다. 색기 넘치는 몸에 슬픔이 깃든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다.


프림로제의 스토리는 성인 취향이었다. 술집에서 무희로 일하며, 고용주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처지다. 유곽도 등장해서 놀랐다. 물론 원작이 가정용 게임기 스위치용인 관계로 암시만 있을 뿐 노골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른 주인공들은 옛날 슈퍼패미컴 RPG의 흔한 스토리를 답습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예측 가능한 전개가 속출해서 전체 스토리엔 다소 실망했다. 어차피 이 게임에 매료되는 사람들은 슈퍼패미컴 RPG 유저였을 텐데, 그 사람들 연령대를 고려해서 더 어른스러운 스토리로 진행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 8명은 모두 개성적이고, 각자의 목적이 확실하다.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잘 진행된다. 대사들이 오글거리긴 한다. 옛날 RPG에선 감동의 클리세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JRPG 대사들이다.


게임 진행에 스트레스 받는 요소는 많지 않았다. 이벤트 진행 시 뭘 해야 할지 힌트가 많은 편이고, 복잡한 미로도 없었다. 한 번 가본 곳은 지도상에서 클릭만 하면 바로 갈 수 있기에 먼 길을 두 번 이상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슈퍼패미콤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시스템은 파이널 판타지5와 로맨싱사가를 섞어둔 느낌을 받았다. 파이널 판타지5의 잡 시스템과 로맨싱사가의 프리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잡 포인트를 모아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고, 시나리오는 원하는 주인공의 스토리를 원하는 때에 진행할 수 있다. 게이머에 따라 시나리오 진행 순서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자유도를 좋아한다.


각 주인공의 스토리는 4부로 진행된다. 8명×4부작 스토리=합계 32편의 스토리다. 선택한 주인공의 경우엔 4부까지 완료하면 스탭롤 엔딩이 나온다. 모든 주인공의 스토리를 깨고 마지막에 선택한 주인공의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스탭롤과 지금까지 과정이 함께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미리 깨는 바람에 스탭롤만 봤다. 스탭롤을 봐도 게임이 계속 진행된다. 수많은 서브 스토리와 히든 보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중요 서브 스토리를 완료하면, 히든 보스가 나온다. 주인공 8명 모두에 얽히고설킨 스토리를 읽을 수 있고, 그 원흉이 보스다. 이걸 깨도 진엔딩이 따로 나오진 않는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그만둬야 끝난다. 진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옛날 JRPG의 추억이 떠올라서 재미나게 했다. 슈퍼패미컴 시절에 같은 스토리와 시스템으로 이 RPG가 나왔다면, 당대 최고의 RPG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여러 RPG 중 하나일 뿐이고, 요즘 세대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본에선 성공을 거뒀는지 스마트폰으로 후속작이 나온다고 한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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