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0

사라만다 MSX판 enhanced 버전

국산 8비트 MSX 호환 기종인 대우 IQ1000을 가지고 있을 때, 메가램팩을 구입한 뒤 즐겼던 게임은 그라디우스2와 사라만다였다. 램을 늘려주는 팩인 메가램팩을 IQ1000에 꼽은 뒤, 연결된 카세트테이프에 메가롬 게임 테이프를 넣고 돌리면, 무려 20분 넘게 로딩 후 게임 하나가 실행되었다.


사라만다는 그라디우스 시리즈 속편이며, 원래 오락실용으로 나왔던 게임을 1987년에 MSX용으로 이식한 슈팅 게임이다. 당시 횡스크롤로 진행되다가 중간중간 종스크롤로 진행되는 부분이 주목을 끌었다. 어린 시절 열심히 해봤지만, 초반 집게손 두 개가 나오는 부분에서 늘 죽었다. 아무리 쏴도 그 집게손을 파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디 중간의 파란색 부분을 쏴야 없앨 수 있단 사실을 그땐 몰랐다. TV가 아니라 흑백 모니터에 연결해서 했기에 그 파란 부분을 구분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당시의 한을 풀고자 MSX판 사라만다를 다시 잡았다. 양덕들이 패치한 enhanced 버전이 있길래 이번엔 그걸로 했다. enhanced 버전은 스크롤, 스프라이트, 컬러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움직임이 MSX 게임답지 않게 부드럽고 음질도 좋았다. 무엇보다 MSX판 사라만다는 그라디우스2 팩을 같이 꼽아야 굿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제약이 있는데, 이 버전은 그라디우스2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좀 해보고 살인적인 난이도에 좌절했다. 내 실력으로 도저히 깰 수가 없었다. 인간이 깨라고 만든 건가. 결국 치트를 썼다. enhanced 버전은 부팅할 때 키보드 I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무적 치트가 적용된다. 이렇게라도 엔딩을 보고 싶었다.


굿엔딩을 보는 데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스테이지 어딘가에 숨어 있는 크리스탈 브리즈라는 아이템을 찾아내야 한다. 중반에 선택 가능한 세 스테이지 중 어딘가에 있다. 문제는 할 때마다 숨겨진 위치가 랜덤이라서 다 들쑤셔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게임인데, 굿엔딩 보는 것마저 너무 어렵다. 크리스탈 브리즈를 얻지 못하면, 배놈이 등장하는 스페셜 스테이지도 안 나오고, 깨도 베드 엔딩으로 끝난다고 한다.


일본 웹의 공략을 보고 숨겨진 구멍들에 다 들어가봤다. 화산 스테이지에서 운 좋게 크리스탈 브리즈를 얻었고, 그 뒤엔 마음 놓고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조건이 까다로운 것치곤 엔딩이 짧다. 굿엔딩은 그냥 그림 한두 개 추가되는 정도고 그 그림도 오프닝에 나왔던 것 재활용이다. 아, 허무하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한을 풀 수 있어서 좋았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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