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7

사가2 비보전설 GB


1편에 이어 2편 플레이. 2편은 닌텐도DS판으로 리메이크된 것도 있지만, 게임보이판을 해봤던 이들 사이에서 졸작이라는 평이 있어서 오리지널인 게임보이판을 골랐다.


닌텐도DS판은 대두 캐릭터에 어린애 취향의 색감인 게 무척 마음에 안 들었다. 3편도 DS용으로 리메이크되었는데, 잠깐 하다가 이질감에 그만둔 적이 있다. 추억을 파괴하는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다. 원더스완판처럼 원작의 느낌에 컬러만 입혔으면 어땠을까 싶다.


게임보이용 사가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래픽이 소박하다. 게임보이를 실기로 해본 기억이 없는 요즘 세대가 굳이 이 게임을 할 것 같진 않다. 그러나 당시에는 휴대용 게임보이로 제대로 된 RPG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RPG 흉내를 낸 수준이 아니라 지금 봐도 제대로 만든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흑백이고 단순한 점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이것이 게임보이의 매력 아닐까.
2편은 1편이 나오고 1년 뒤인 1990년 12월 14일에 발매되었다. 전작의 요소를 그대로 살리면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1편은 주인공이나 조연들의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2편은 달랐다. 주인공과 아버지는 캐릭터가 살아 있다.


전작이 단 4개의 세계만 나온 데 반해 2편은 9개의 세계가 나온다. 플레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다채로운 세계들이 나와서 스케일이 큰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사람의 몸속 세계도 나오고, 일본 게임답게 에도 시대도 나온다. 하지만 에도 시대에 기계병이 나타난다든가 상점에 총이 판다든가 하는 혼돈의 세계다. 적 보스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등장한다. 비너스가 통치하는 세계는 미의 여신답게 미를 숭배한다. 못생겼거나 장애인이면 왕국에서 추방해버린다. 스토리가 흥미롭게 짜여 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77개의 비보를 찾는다며 아내와 자식을 두고 떠난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찾으러 간다. 세상을 구한다든가 마왕을 무찌른다든가 그런 거창한 동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목적으로 움직인다. 학교의 동급생들도 주인공을 도와 같이 떠난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고고학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가 과거에 성배와 성괘를 지켰다는 대사를 보면 인디아나 존스를 모델로 삼은 게 확실해 보인다. 엔딩 때까지 자주 등장하며 주인공에게 오해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가 크리스탈을 찾아다녔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크리스탈은 전작에만 나왔던 아이템이기 때문에 전작의 일행 중 한 명이라는 설도 있다.


PC용 RetroArch로 하다가 3DS용 GameYob으로 엔딩까지 봤다. 치트 파일이 RetroArch용과 호환이 안 되어서 애먹었지만, 문법을 안 뒤에는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전투 없음+이동 속도 2배 치트를 써서 아주 쾌적하게 했다.

1편은 다소 심심한 인상이었지만, 2편은 게임보이 RPG 중 최고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당시 게임보이에서 이 정도의 RPG를 구현했다는 게 놀랍다. 사가 3편은 2편 끝내고 이어 했지만, 2편보다 딱히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고 스토리도 정돈된 느낌이 아니라서 중도에 그만두었다. 사가 3부작 중에선 2편이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17년 7월 27일

댓글 1개:

  1. 리메이크도 평가 좋은데 틀딱들 안티스레 보고 오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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