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08

히어로 전기 - 프로젝트 올림푸스


윙키소프트가 개발해서 1992년 11월 20일에 발매한 슈퍼패미컴용 게임.
건담이나 특촬 작품들을 크로스오버해서 SD 형태로 만든 게임을 콤파치(Compatibility의 일본식 줄임말)라고 하는데, <히어로 전기>는 이 계열 최초의 RPG다.


건담, 가면라이더, 울트라맨의 등장인물들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그것을 막기 위한 부대 'ZEUS'가 결성된다. ZEUS의 구성원은 아무로 레이(건담), 미나미 코타로(가면라이더 블랙), 모로보시 단(울트라맨 세븐), 길리엄(반프레스토 오리지널).
이들이 힘을 합쳐 테러 집단과 맞선다.


이런 크로스오버 게임은 내용이 어수선하고 유치한 게 많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았다. 캐릭터나 설정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서로 잘 어울린다. 슈퍼로봇대전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은 작품이 크로스오버되다보니 복잡하지만, 히어로 전기는 크게 네 작품뿐이고 같은 그림체라 깔끔하다.


플레이면에서도 쾌적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은 버튼 하나로 가능하게끔 되어 있어서 다른 RPG처럼 필드에서 적을 만나지 않는다. 전투는 옛날 파이널 판타지처럼 옆에서 보는 방식이다. 나름 움직이는 모션도 있고 그래픽이 깔끔해서 보기 좋다.


크로스오버 작품답게 건담, 가면라이더, 울트라맨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건담 쪽은 친숙해서 뭘 패러디하고 있는지 금방 알았지만(카뮤와 제리드의 싸움이라든가), 가면라이더나 울트라맨 쪽은 어린 시절 영상으로 본 적이 없어서 생소한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다. 이들 이외에 슈퍼로봇대전의 캐릭터들도 나온다. 길리엄 예거(게슈펜스트), 마사키 안도(사이버스타), 슈우 시라카와(그랑존)이다. 길리엄의 경우는 처음에 아군이었다가 끝판왕이 되는 등 비중이 매우 높다. 마사키와 슈우는 스토리에 큰 영향을 안 주는 조연 수준. 후반부에서 그 둘 중 하나를 정식 동료로 할 수 있는 비기가 있다. 나는 슈우 그랑존 선택.


스토리가 난해하진 않았다. 요즘 RPG에 비해 내용이 단순해서 알기 쉬웠다. 피식 웃게 하는 개그도 나온다. 그러면서도 어떤 에피소드는 전설의 고향처럼 으스스하다. 당시 그 에피소드를 보고 공포를 느낀 어린이도 있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론 가볍고 밝은 느낌인데, 게임의 주제는 가볍지 않았다. 적의 보스 길리엄은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어서 세상의 암울한 미래를 본다. 그래서 그 미래를 바꾸고자 선택한 방법이 기존 것을 모조리 파괴하고 세상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왜 그런 결론이... -_-;).
마지막에 그 방법을 선택한 이유에 어떤 반전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묘한 대사만 남긴다.


끝마무리가 개인적으론 아쉬웠지만, 크로스오버 게임치고는 잘 만든 RPG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여러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그걸 단 하나만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뭘 위해서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게임 속 아무로 레이의 대사


엔딩 본 날 - 2017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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