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1

Angel Halo


건전하기 그지없는 콘솔 게임을 계속 하다보면, 성인만을 위한 이야기에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FM-TOWNS 에뮬을 테스트하다가 이 엔젤 헤일로가 눈에 들어와서 했다. 아주 옛날에 해봤지만, 그땐 오마케로 그림만 보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놀랍게도 PC9801판과 윈도우판에 비공식 한글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텍스트 비중이 높은 게임은 번역이 중요하다. 뜻은 잘 통했지만, 대사의 맛. 특히 야한 장면 대사가 와닿지 않았다. 직역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말의 맛을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비공식 한글화에서 거기까지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그냥 일본어판(FM-TOWNS판)으로 하기로 했다.

FM-TOWNS 에뮬인 UNZ는 내 컴에서 문제가 있었다. 가상드라이브의 CD 인식이 에뮬에서 되다 안 되다 했다. 결국 FM-TOWNS판을 포기하고 PC9801판을 하려던 찰라, FM-TOWNS판의 SETUP 파일을 윈도우즈10에서 무심코 눌러보니 윈도우판이 설치되었다! 한 CD에 FM-TOWNS판과 윈도우판이 함께 들어있는 모양이다.
PC9801판과 달리 모든 대사에 음성이 나온다. 음성이 나오고 안 나오고는 크다. 게임의 품질이 달라져 보이니까. 하지만, 성우 목소리가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았다.


이 게임에 끌린 이유는 악마로 나오는 릴리스의 매력이었다. 일러스트를 처음 봤을 때 섹시해서 끌렸다. 그러나 성우 목소리는 내가 상상했던 게 아니어서 매력이 반감되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세기말 1999년을 앞둔 어느날. 고등학생인 주인공 앞에 천사 소피아와 악마 릴리스가 전학생으로 나타난다. 소피아는 주인공이 세상을 구할 메시아라고 하고, 릴리스는 주인공이 세상을 파괴할 마왕이라고 한다. 그 둘은 주인공이 메시아 또는 마왕이 되는 데 돕겠다며 유혹한다. 누구를 믿어야 할까? 누구와 섹스하느냐에 따라 엔딩이 변한다.


주인공의 잠자리 상대는 악마와 천사만이 아니다. 소꿉친구를 포함해 여러 여성들이 나온다. 연애 경험도 없는 주인공에게 별안간 섹스할 기회가 막 생긴다. 하렘 요소가 다분하다. 게임에서 진짜로 주인공을 좋아하는 여자는 소꿉친구 마리모뿐이다. 다른 여자들은 주인공을 이용하거나 어쩔 수 없이 안길 뿐.


엔딩은 다섯 종류가 있는데, 해피엔딩은 하나도 없다. 분기는 고작 두세 가지 질문에 따라 확 바뀔 정도로 단순하다. 그만큼 쉽게 엔딩 볼 수 있어서 게임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의 고뇌라든가 감정 교류 등이 잘 나오지 않아서 감정이입하긴 좀 어려웠다. 주제에 비해 내용이 그리 깊진 않다. 다만 그림체는 내 취향이라서 만족했다.


엔딩 본 날 - 2017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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