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06

SD건담 외전 나이트건담 이야기 위대한 유산


난생 처음으로 엔딩을 본 RPG가 패미컴판 SD건담 외전 3편이었다. 일본어를 몰랐지만, 공략에 의지해서 깼다. 다시 한 번 해볼까 하다가 그 전편을 먼저 해봤다. 패미컴판 SD건담 외전 1편과 2편을 하나로 묶어서 슈퍼패미컴으로 1991년에 나온 작품이다.
패미컴판을 리메이크했다고 하는데, 내용이 꽤 다르다. 단순 리메이크가 아니라 거의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슈퍼패미컴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그래픽이 어설프다. 특히 전투 장면의 적 캐릭터 색감은 파스텔톤이라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패미컴판 쪽이 더 좋게 느껴진다.


모빌슈츠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에 악의 세력 지크지온이 나타나고, 건담 캐릭터를 중심으로 대항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이트건담은 하늘에서 떨어져서 기억을 잃은 상태이다. 그런 주인공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사탄건담을 무찔러달라는 왕과 공주. 단지 '건담'이란 이름이 전설의 용자라는 이유에서다. 빨리 진행해야 하므로 의심 따윈 없다.


건담을 패러디한 작품답게 건담뿐 아니라 아무로, 라라, 샤아, 하만, 세일러도 등장한다. 하지만 옛날 RPG답게 등장인물의 성격 같은 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등장인물 사이에 이렇다 할 감정교류가 없다. 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냥 지온이 나쁜 놈이니까 싸우는 것이다. 그나마 존재감 있었던 캐릭터는 샤아 정도. 백식과 동일인물이다. 중간에 건담 알렉스가 아이 때문에 잡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건담0080을 패러디한 것 같다.


요즘 RPG에 견주면 불친절하다. 힌트가 너무 부족해서 공략 없으면 헤매기 쉽다. 옛날 일본RPG가 그렇듯이 스토리상 중요한 장면도 조용히 지나간다. 전부 4장 구성이고, 특이하게 3장만 아무로가 주인공이다. 드래곤 퀘스트4처럼 옴니버스 구성으로 간 모양인데 거기에 견줄만한 완성도는 아니다. 가슴을 울리는 슬픈 이야기도 피식 웃게 하는 개그도 없다.


게임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치트를 쓰고 공략을 보면서 하루 만에 깨긴 했지만, 만일 그것들에 의지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몇몇 보스가 꽤 강하다. 마지막 4장은 당시 드퀘식 RPG가 그렇듯이 지도 위를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힌트를 얻고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야 한다. 그걸 모아야 끝판왕으로 가는 길이 열리니까.


엔딩까지 거의 굴곡 없는 왕도RPG라고 할 수 있다. 중간중간 벌어지는 일들이 개연성이 없어서 어떤 감동을 느끼긴 어려웠다. 모든 것이 평범 그 자체. 엔딩은 성의 없어 보인다. 스탭롤마저 대사창에서 해결하고 거기서 END 나오고 끝이다. 특별한 화면을 기대했다면 허무할 것이다.
SD건담은 어릴 때 무척 좋아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건담을 활용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든 아이디어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패미컴 가지고 있을 때 SD건담 외전 1, 2편을 못 해봤던 아쉬움을 이걸로 풀었다.


엔딩 본 날 - 2017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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