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5

마계탑사 사가 WSC


게임보이 간판 RPG <SA·GA>의 리메이크판. 게임보이판을 잡지에서 처음 봤을 때, 그 작은 게임보이에서 RPG가 돌아간다는 게 신기해서 꼭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못할 때라 우선순위에서 늘 밀렸다. 결국 2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에뮬로 해볼 수 있었다.


주인공이 사는 세계의 중심에는 신이 만들었다는 탑이 있다. 그 탑의 최상층에는 낙원이 있다고 한다. 많은 이가 최상층에 도전했지만, 탑 안에는 마물들도 있어서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주인공도 이 탑에 오르려는 젊은이 중 하나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싫어서 낙원을 꿈꾸는 것이다. 탑 안에는 바다만 있는 대륙, 멸망한 도쿄로 보이는 대륙 등등 여러 세계가 있다. 윗층으로 가는 문의 봉인을 풀려면 그 세계에서 크리스탈을 찾아야 한다.


북미 쪽에는 '사가'가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란 이름을 붙여서 출시했는데, '크리스탈'의 존재 말고는 파이널 판타지와 관련된 부분이 없다. 그냥 인지도를 위해 파이널 판타지란 이름에 기댄 것이다.

이 RPG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 주인공의 성별과 종족을 시작할 때 선택할 수 있으며 종족에 따라 능력치 올리는 방법이 다르다. 초능력자는 전투를 통해 능력치를 올리지만, 인간은 상점에서 구입한 약으로 능력치를 올리고, 몬스터는 전투 후 나오는 먹이로 모습을 바꿔간다. 레벨이 없는 특이한 시스템이다. 무기와 마법은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다. 다 쓰면 사라진다. 심지어 방패마저 그렇다.


옛날 RPG답게 힌트가 부족하고 불친절하다. 대사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고 잘 생각해야 한다. 공략 없이 하면 꽤 헤매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하드보일드하다. 주인공들이 특별히 정의감 넘치진 않는다. 최상층에 가기 위해 적을 물리칠 뿐이다. 그 와중에 몇몇 등장인물들은 죽어나간다. 성검전설1처럼 비장함이 있다.


탑 안의 세계 중에는 도쿄도 나온다. 괴물 봉황 때문인지 전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멸망한 모습이다. 아키하바라, 신주쿠, 아메요코 시장이 나온다.


난이도나 전투 인카운트율은 적당한 편이다. 레벨 올리기나 헤매는 일 제외하고 7시간 이내로 최상층 보스까지 갈 수 있다. 끝판왕의 정체는 신이었다. 심심한 신이 탑을 만들었고, 인간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겼던 것이다. 낙원을 꿈꾸며 고생 끝에 올라온 주인공들은 빡쳐서 신에게 싸움을 건다.


이 전투에서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때려도 신이 죽지 않는 것이다. 에뮬레이터와 롬파일을 바꿔도 마찬가지. 에디터로 능력치를 과도하게 올려서 뒤틀린 건가? 도저히 클리어가 안 되길래 포기하고 유투브에서 엔딩을 찾아서 봤다. 엔딩은 소박했다.

스토리나 캐릭터성보다는 게임성에 중점을 둔 RPG로 보인다.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수작인 건 틀림없다.


엔딩 본 날 - 2017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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