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7

2007년 4월에 일본 가서 느낀 점~

일본은 94년도에 처음 가보고 몇 달 살아본 뒤, 그 뒤로 2~3년 주기로 갔는데요.
94년도에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고, 한국이 언제 따라잡나... 하고 한탄도 했습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10여년 전에는 한국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는 일본인도 꽤 많았는데, 지금은 한류 덕택에 한국을 모르는 일본인은 거의 없더군요.

이번에 도쿄에서 일주일 있어 보고 느낀 점입니다.
* 일본은 물가 상승이 거의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좀 내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일본라면 값은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자장면은 내가 초등학교 때 500원이었는데, 지금은 3500원씩이나 한다. 일본은 몇 년이 지나더라도 2배 이상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 일본 가서 본 첫 뉴스가 오렌지주스 값이 오른다는 거였다. 왜 오르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뤘다. 우리나라는 오르는 게 하도 많아서 저런 건 뉴스 거리도 안 되는데, 고작 한 품목의 인상 가지고 크게 보도하는 게 상당히 이채로웠다.

* 일본도 애 키우는 문제로 고생하는 거 같다.
소프트뱅크사에서 아이 3명째에 300만엔, 4명째에 400만엔, 5명째에 500만엔을 여사원에게 주는 출산장려제도가 일본에서 화제였음. (현재 일본은 출산하면 나라에서 35만엔을 줌)

*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외형상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
10여년전엔 확실히 일본이 모든 면에서 나아보였는데, 지금의 서울과 도쿄는 그렇게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일본이 아직 좀 낫긴 하다. 지역 전체가 고루 발전되어 있고, 깔끔한 거리... 하지만, 갈 때마다 변화와 발전의 폭이 크지 않다. 반면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발전속도가 무척 빠르다. 일부분에선 이미 대등하거나 앞선 면도 있는 것 같다.

* 일본 물가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물가가 올라가 버렸다.
원화 가치도 올라가고 일본물가는 옛날과 별 차이가 없어서 한국보다 약간 부담되는 정도이다.

* 거리에 의외로 담배꽁초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선진국이니까 무조건 깨끗하겠지 하는 것도 이젠 아닌 거 같다.

* 역 앞에서 담배 피는 여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여자들은 대개 화장실이나 개인적인 장소에서 피는데, 여긴 스스럼이 없다.

* 한국과 다른 일본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자들의 스타일
화장하는 스타일이 우리나라 여자들하고 다르다는 점 이외에 뭔가 또 달라 보이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 가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걸음걸이가 다르다. 일본 젊은 여자애들 걸음걸이는 어째 좀 불안정하다. 약간 자포자기 걸음걸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지만, 어색해보이는 걸음걸이...
어떤 여자애는 얼굴을 흑인처럼 완전히 새까맣게 화장하고, 눈에는 별무늬.... 머리는 샛노랗게...
한국에선 아무리 튀는 애라도 저렇게 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텐데, 이 일본에선 가끔 볼 수 있었다.

* 거지나 집없는 사람이 역 주변에 눈에 띈다. 하지만, 전철 안이나 역 주변에서 물건을 팔거나 동냥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다.

* 한국 방송국들이 일본 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한 것이 많다.
방송내용이 분위기나 포맷이 너무나 흡사하다. 솔로몬의 선택이나 두뇌의 벽도 똑같구... 
자막으로 연애인의 말을 강조하는 거... 어떤 장면을 보여줄 때 연애인 얼굴을 작은 화면에 따로 보여주는 것도 똑같다. 말만 다를 뿐, 방송내용이나 분위기가 흡사해서,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몇몇 스타 MC가 이 프로 저 프로 나오는 것도 비슷.

*영화개봉전에 토크 프로그램 등에 출연진이 나와서 영화 홍보이런 건 일본도 똑같았다. <게게게의 귀태랑>의 영화 홍보을 주연남여배우가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겹치기 출연하면서 영화홍보에 열을 올렸다.

* 일본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야한 것이 많았다. 변태적인 것도 많아서 저런 건 굳이 우리나라 공중파에서 따라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야하고 자극적인 것은 한국영화에서도 충분히 시도하고 있으니 공중파에선 굳이 보여줄 필요 없다고 본다.

*TV의 일본CF와 우리나라CF 수준이 거의 대등해진 거 같다.
옛날에 한국 것은 촌스럽고, 일본 것은 많이 세련되어 보였는데, 지금 보니 외형상으론 우리나라CF가 뒤질 게 별로 없는 거 같다. 예쁜 사람도 더 많이 나오고 더 화려하고... 취향의 차이겠지만, 보기에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가수들의 댄스는 난이도가 낮은 것이 많다.
우리나라 댄스가수들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비교적 높은 난이도의 춤을 구사하는데,
여기 가수들은 파워풀하거나 섹시한 춤보다는 귀엽고 쉬운 춤을 추구하는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하기도.... 
춤 실력이나 가창력이 한국 가수들보다 특별히 나아보이진 않았다.

* 연휴 때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서울'이었다. 아무래도 가깝고, 비용도 일본의 다른 지방 가는 것보다 오히려 싸서 그런 거 같다.

* 한류는 이미 일본에서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겨울연가를 능가하는 컨텐츠가 나오지 않는 한, 한류는 올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사그러질 것 같다.

* 일본라면은 전반적으로 느끼의 극치였다. 취향 차이겠지만, 한국사람이라면 김치 생각이 간절하게 만든다.  반면 카레라이스는 우리나라보다 맛있는 곳이 많았다.

* 도쿄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할 만한 도시 같다. 쇼핑할 곳도 많고, 음식 파는 곳도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

* 살 게 적어졌다.
13년전에 일본에 갔을 땐 살 게 많았다. 전자제품이 특히 그랬다. 그땐 용산이나 세운상가보다 많이 쌌고, 일본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제품도 있었기 때문에 일본 가면 꼭 전자제품 하나씩 들고 왔다. 근데, 지금은 일본회사들이 한국에 지사를 내고 직접 팔고 있기 때문에, 약간 싸다는 이유만으로 AS도 안 되는 일본내수제품을 살 이유가 없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DVD 등도 한국 인터넷에 너무 널려있어서 굳이 일본에서 돈 주고 살 필요성을 못 느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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