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0

젤다의 전설 이상한 나무 열매 시공의 장

2001년 닌텐도와 캡콤이 합작해서 내놓은 게임보이 컬러용 젤다. 특이하게 '대지의 장'과 '시공의 장'으로 나눠 동시 발매했다. 처음 봤을 땐 등장인물만 살짝 다르고 같은 게임이 아닐까 했지만, 그래픽만 같지 스토리와 구성이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 게임 진행 중 얻을 수 있는 패스워드는 두 게임 모두에 쓸 수 있어 아이템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엔딩 후 나오는 패스워드로 다른 버전을 시작하면, 대마왕 가논이 나오는 추가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시공의 장은 옛날에 에뮬로 깼지만, 당시 진 엔딩을 본 적이 없어서 다시 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대지의 장으로 진 엔딩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중간에 치트 남용하는 바람에 클리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 시공의 장으로 바꿨다. 엔딩 후 패스워드는 인터넷에서 찾아 입력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대지의 장보다 시공의 장이 낫다고 생각한다. 대지의 장은 계절이 바뀌고, 시공의 장은 시간이 바뀌는 스토리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여행이 내 취향이었다.

1MB(8메가비트)짜리 게임치곤 내용이 방대하다. 게임보이로 이렇게 많은 요소를 넣었다는 데 감탄했다. 즐길거리가 많고 아이템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던전마다 꼭 얻어야 하는 도구가 한 개씩 있다. 그 던전뿐 아니라 앞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들인데, 진행할수록 이 도구들을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머리를 싸매야 한다.
던전 한 면 한 면이 퍼즐투성이라서 상당히 어렵다. 공략 없이 한다면 무수한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 같다. 특히 물의 수위를 여러 번 조절해야 하는 자부자부 뱃속 던전은 너무 복잡했다. 어려운 던전이 8개나 있어서 후반으로 갈수록 지쳤다. 보스전도 공략 방법을 모르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상세한 공략이 없었다면, 난 포기했을 것이다.

시공의 장 스토리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과거에서 행한 일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점이 재미났다. 1년 앞서 나온 <드래곤 퀘스트7>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고 노멀 엔딩을 보면 트윈노파가 링크를 지켜보는 장면이 나오고 흑막이 더 있음을 암시한다. 대지의 장 패스워드를 입력해서 시공의 장을 시작하면, 그 트윈노파가 오프닝부터 등장하고 젤다 공주도 나온다.

라스트 던전에서 트윈노파를 물리치면 그들이 부활시킨 가논과 싸우게 된다. 젤다 시리즈의 단골 끝판왕이다. 가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무난하게 진 엔딩을 볼 수 있었다. 진 엔딩을 보지 못한 게 계속 찝찝했는데, 이제라도 봐서 한을 풀었다.

너무 힘들었던 게임이라 또 하고 싶진 않지만, 만듦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게임보이로 이게 가능한가 싶은 방대함에 감탄했고, 젤다 특유의 게임성이 인상적이다.


엔딩 본 날 - 2022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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