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9

플스1용 조이스틱을 USB 범용으로 만들기 - 호리 커맨드 스틱 PS 커스텀 개조기

라즈베리파이 피코로 조이스틱을 완성했지만, 케이스가 영 맘에 들지 않아서 내다 팔고 다시 만들기로 했다.
흔한 메이크 스틱 미니 케이스를 살까 하다가 나만의 조이스틱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개조가 가능해 보이는 옛날 스틱들을 물색했다.

눈에 띈 건 HORI사의 플스1용 커맨드 스틱 PS 커스텀(HPS-26)이었다. 1998년에 발매된 조이스틱으로 빨간 색상과 버튼 많은 점에 끌렸다. 한국에선 구하기 힘들어서 일본 라쿠텐 중고를 배송대행으로 시켰다.

막상 도착해서 뜯어보니 작업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외관이 중고 티가 나서 스킨을 붙여야 할 것 같고, 기판이 버튼과 납땜되어 있어 떼어내려면 인두질이 필요했다.

귀차니즘에 한 달 동안 방치하다가 찔끔찔끔 작업했다. 버튼 하나 떼고 뒤로 미루는 식이었다. 중간중간 필요한 부품과 도구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 달 반 지난 시점에 하루 날 잡아서 완성까지 치달았다.

■작업에 필요했던 준비물
·별 드라이버 - 레버와 버튼 끼우는 철제 판이 별 모양 나사 여섯 개로 고정되어 있다. 집에 있어서 해결.

·인두기, 납 - 기판을 떼어낼 때 납땜 제거, 새 버튼 장착에 필요.

·홀쏘, 전동 드라이버 - 홀쏘는 버튼 구멍 뚫는 데 필요. 플라스틱 케이스 뚫는 거라서 드릴이 아니라 전동 드라이버에 끼워서 써도 뚫린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

·스킨 시트지 - 떼어낸 버튼 장착용 철제 판을 스캐너로 읽은 뒤, 그 이미지 파일을 이용해서 포토샵으로 스킨 출력용 파일을 디자인. 키우는 개 두 마리 사진을 넣었다. 이게 나만의 조이스틱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 아수라팩토리란 업체에 출력 의뢰를 했고 이틀 만에 재단과 타공까지 잘 되어서 도착했다.

·3M 스프레이 접착제 - 스킨 시트지를 철제 판에 붙이는 용도. 스티커 시트지인 줄 알았더니 아니어서 할 수 없이 스프레이 접착제를 썼다.

·라즈베리파이 피코 - 조이스틱용 핵심 보드. 저렴한데 딜레이 없기로 유명.

·라즈베리파이 피코 케이스 - 피코를 스틱 내부에 고정하려면 이 케이스를 피코에 장착한 다음, 양면테이프로 붙이는 게 깔끔하다. 케이스 없이 피코를 직접 내부에 닿게 해서 붙여도 된다.

·버튼 - 30mm 투명 LED 버튼 5개, 12mm 메탈 버튼 3개, 24mm 권바 버튼 2개(알리익스프레스와 국내 플럼킷에서 구입). 기존 순정 버튼은 감도가 알리산보다 못해서 새 걸로 바꾸고 싶었다.

·버튼 연결용 케이블 - 원래는 피코 연결용 케이블이 따로 필요한데, 그냥 집에 있는 전선을 활용해서 만들기로.

·고무 와셔 패킹 30x35.1x2.55(내경x외경x두께) - 새 30mm 버튼 장착에 필요.

·레버 손잡이 - 사탕 손잡이는 써봐서 봉으로 바꿔봄. 산와 호환 레버에서 가져왔는데, 잘 맞는다.

■작업 과정
01) 밑면 나사를 풀어서 내부의 기판을 떼어냄. 기판이 버튼에 납땜으로 붙어 있어서 인두기로 녹인 뒤, 손으로 잡아떼어냈다.

02) 커맨드 입력 확인용 액정, 작은 버튼들이 장착된 상단 기판은 드라이버로 쉽게 뗄 수 있었다. 커맨드 입력 확인용 액정은 개조하면 쓸 수 없으므로 위에 스티커 붙여서 가리기로 했다.

03) 윗면 철제 판은 별 나사를 풀어서 떼어냈다. 그다음 버튼들을 탈거하고, 스킨 시트지를 철제 판에 스프레이 접착제로 붙인 뒤, 마를 때까지 놔뒀다.

04) 상단의 작은 버튼 2개는 쓸 수가 없어서 그곳을 홀쏘로 뚫어 24mm 버튼 하나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다. 권바 24mm 버튼을 끼웠더니 딱 맞는다. 그 옆의 셀렉트, 스타트 버튼 구멍은 10mm라서 홀쏘로 12mm로 넓힌 뒤, 알리산 12mm 메탈 버튼을 끼웠다.

05) 철제 판에다 알리산 30mm 버튼을 끼워보니 철제 판이 얇아서 버튼의 걸쇠가 딱 걸리지 않는다. 헐렁헐렁. 이 상태론 쓸 수 없어서 고무 와셔 패킹을 걸쇠 틈새에 넣어서 고정했다. 알리산 30mm 버튼은 5개밖에 안 가지고 있어서 나머지 3개는 기존 순정 버튼 쓰기로 했다.

철제 판 하단의 24mm 버튼 구멍은 미묘하게 규격이 달라서 권바 24mm 버튼이 제대로 장착되지 않았다. 이건 고무 와셔 패킹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존 순정 24mm 버튼을 살펴보니 아래쪽 부품은 권바 버튼과 규격이 비슷하길래 권바 버튼 아래쪽 부품으로 교체했다. 그래서 버튼 상단은 순정이지만, 감도는 권바가 되었다.

06) 순정 스틱 레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중국산 산와 호환 레버하곤 규격이 달라서 교체할 수 없었다. 일본 쪽 개조기를 보니 좀 가공하면 산와 레버 JLF-TP-8Y 같은 걸로 교체 가능한 모양인데, 그냥 순정 레버 쓰기로 했다. 오리지널 산와는 몰라도 내가 가진 중국산 산와 호환 레버보단 나아 보인다. 순정 레버는 원형 사각 방식이다. 철권4용에 맞는다고 한다.

07) 라즈베리파이 피코와 버튼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전용 케이블이 있으면 편할 텐데, 없어서 가지고 있는 케이블들을 자르고 납땜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쓰기로 한 30mm 순정 버튼 3개는 연결 부위가 짧아서 납땜으로 케이블을 붙여줘야만 했다.

08) 순정 레버를 피코와 연결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레버의 접촉부 8곳과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데, 그 접촉부가 상하좌우 어느 쪽인지 알아내기 위해 하나씩 꼽은 뒤, USB로 PC와 연결해서 컨트롤러 테스트로 방향을 알아냈다. 레버 방향 하나당 GND를 연결해야 하는 식이었다.

09) 개조 후 쓸 수 없게 되는 액정 화면엔 가지고 있던 MSX2+ 스티커를 붙여서 가렸다. 크기가 맞는 개 사진이 있다면 그걸 넣었을 것이다.
안에 라즈베리파이 같은 걸 넣는다면, 여기다 소형 액정 넣어서 간단한 텍스트나 이미지가 나오게 하는 것도 재밌겠다.

10) 버튼과 레버가 잘 작동하는지 USB로 PC에 연결해서 하나하나 확인한 뒤, 피코와 USB케이블을 양면테이프로 내부에 고정.

11) 밑판을 닫은 뒤 테스트해 보니 버튼이 작동되지 않거나 두 개 동시 눌린 상태가 되는 등, 난리였다. 원인을 파악해 보니 버튼과 전선 연결 부위가 철제로 된 밑판에 닿는 바람에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전선 연결 부위를 구부리고, 밑판에는 테이프를 붙여서 전류가 흐르는 걸 방지했다.

12) 레버 손잡이를 봉으로 바꿔 돌려 고정하고, 밑판을 닫은 뒤, 나사를 조이니 드디어 완성. 처음 의도했던 대로 완성했다.

개조 전과 후

완성품을 보니 뿌듯하다. 난관이 많았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시간과 돈 절약하려면 이렇게 개조하기보다 기성품을 사는 편이 좋다. 난 라즈베리파이 피코와 기존에 놀고 있는 부품들을 활용하고 개 사진을 넣기 위해 개조를 선택했다.

1998년에 나온 플스1용 일본산 조이스틱이 바다를 건너 한국에서 USB 범용 스틱으로 24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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