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2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YUZU로 엔딩 본 후기

2022년 3월에 스위치 전용으로 출시된 SRPG. 도트 그래픽과 멀티 엔딩에 끌려서 꼭 해보고 싶었다.
스위치 에뮬로 할 수 있다길래 돌려보았다. 스위치 에뮬은 YUZU와 Ryujinx이 쌍벽을 이룬다.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의 경우는 Ryujinx로 하는 게 프레임이 안정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YUZU로 돌려보니 전투 중간에 프레임이 확 떨어져서 느려지는 문제가 있었다. Ryujinx는 그래픽 세팅을 통해 오리지널 30프레임보다 높은 60프레임으로 즐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Ryujinx로 돌렸더니 프레임은 잘 나오는데, 첫 전투에서 첫 공격을 하니 튕겨서 진행이 안 되었다. 해결법 찾기 귀찮아서 그냥 익숙한 YUZU로 느려지는 거 감수하고 해보기로 했다.

YUZU로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를 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해결책은

1. 플레이 도중 느려지는 문제(프레임 하락)
→YUZU를 닫고 다시 실행

2. 장면이 넘어갈 때 튕김
→다시 실행

3. 일부 텍스처 깨짐
→게임 옵션의 그래픽 설정에서 피사체 심도를 OFF로 하면 정상적으로 보임

좀 불편하긴 하지만, 게임 자체의 오토 세이브 기능 덕에 닫았다 다시 실행해도 그 장면 직전부터 이어서 할 수 있었기에 감수하고 엔딩까지 볼 수 있었다.

게임은 많은 면에서 슈퍼패미컴 시절의 <택틱스 오우거>를 떠오르게 했다. 그 게임의 후속작 같은 느낌이었다. 게임 내용이 하드보일드한 점, 멀티 엔딩인 점, 같은 SRPG인 점이 그렇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에서도 쓰였던 HD-2D 그래픽이 마음에 든다. 2D 도트 그래픽 감성을 살리면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그래픽이었다. 음악 역시 수준급이다.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면 대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체감상 전투 시간보다 대사 읽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토리는 꽤 세밀하고 충실하다. 등장인물마다 다른 동기, 전쟁의 비참함, 정치인들의 표리부동함이 잘 묘사되었다. 일본 RPG들은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누굴 죽이는 모습을 자제하는 편인데, 이건 확실히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도트 그래픽 시절 게임을 즐긴 세대가 지금은 중년이라는 걸 고려해서 어른을 위한 스토리를 채택한 것 같다. 현실적이다.

세계관에 관한 각종 문서들을 게임 내에서 찾아 읽을 수 있는데 그 내용이 다양하고 방대하다. 완성도 높은 게임이란 인상을 받았다.

캐릭터는 전투와 아이템을 통해 육성할 수 있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클래스와 무기를 강화할 수 있다. 전투는 전형적인 턴제 시뮬레이션이지만, 특징 있는 캐릭터들을 지형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등 나름 전략성이 있다. 요즘 게임인 만큼 친절하게 알려주는 부분이 많아서 헤맬 염려도 없었다.

캐릭터는 30명이 넘는데, 저절로 들어올 수도 있고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도 있다. 숨은 동료 찾기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일부 캐릭터는 들어오는 게 좀 개연성이 없어서 아쉬웠다.

스토리는 이 세계에서 귀한 자원인 소금을 둘러싸고 세 나라가 격돌하는 이야기다. 중동 문화와 흡사한 성 하이샌드 대교국이 소금을 독점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난다. 여기서 소금은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강력한 병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로 나온다.

게임엔 분기가 많은데, 중요한 분기는 일행의 의향을 물어서 다수결로 결정한다. 다수결로 결정하지만, 주인공 설득 능력에 따라 인물마다 의견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인공 의견이 모두의 의견이 된다. 플레이어 노력 정도에 따라 분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이 게임의 묘미다.

아쉬운 점은 어떤 분기를 선택해도 과정만 다르지 결과는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분기에 따라 엔딩이 크게 바뀌긴 한다. 엔딩은 4종류가 있고 그중 하나가 모두가 만족하는 해피 엔딩이다.

해피 엔딩은 2회차 때 볼 생각으로 1회차에선 내 성향상 선택 안 할 것 같은 분기를 일부러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분기는 에스프로스트 공국과 동맹해서 성 하이샌드 대교국의 교황을 물리친 뒤, 참모 베네딕트의 의견에 따라 친우 롤랜드를 물러나게 하고 주인공이 그린부르크의 왕이 되는 내용. 왕국엔 아직 문제가 산적하고, 롤랜드가 주인공과 맞설 것 같은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4개의 엔딩 중 3개는 찝찝하게 끝난다. 2회차에서 진 엔딩에 도전했다. 1회차 클리어 세이브를 로드하면, 육성된 상태 그대로 처음부터 할 수 있어서 쉬워진다. 봤던 이벤트는 넘길 수 있어서 대사를 일일이 다시 읽을 필요도 없다.

진 엔딩을 보려면 초중반 이후 몇몇 분기에서 꼭 정답(?)을 골라야만 한다. 그러면 마지막 분기에서 투표를 거치지 않고 주인공이 결단을 내린다. 진 엔딩은 주인공에게서 누구도 떠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엔딩이다. 깔끔하지만, 개인적으론 찝찝한 나머지 3개 엔딩이 현실적이 아닌가 싶다. 진 엔딩 직전 마지막 화 제목이 ‘이상’인 걸 보면 진 엔딩은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선 나머지 3개 엔딩 같은 비극이 다반사일 것이다. 진 엔딩을 보니 여운이 남는 건 다른 엔딩이었다.

지금 시대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임이지만, 개인적으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선과 악의 모호함, 전쟁의 허무함, 비장함 등이 잘 묘사된 게임이었다. 정치인들은 이익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지만, 그 사이에서 피해보는 건 국민들이다. 이 게임은 그런 면이 드러나 있어서 공감이 갔다. 

엔딩 본 날 - 2022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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