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5

러싱 비트 수라

쟈레코의 슈퍼패미컴용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 3부작의 마지막 편. 최악의 쓰레기 게임이라고 평가받은 1편, 나름 호평을 받은 2편에 이어 러싱비트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2편보다 타격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2편에서 때릴 때마다 나오는 그 의성어 표기가 거슬려서 3편을 더 좋아한다. 비공식 한글 패치가 있는데, 미완성인 탓에 외계어로 나오는 부분이 있어서 아쉽다.

캡콤의 액션 게임을 참고해서 만든 티가 나며, 여성 캐릭터인 엘핀의 복장은 SNK 아랑전설의 테리 보가드와 비슷하다. 이것저것 짬뽕해서 싼티는 숨길 수 없지만, 선택한 길에 따라 분기가 있는 등 나름 신선한 구석이 있다. 조작 가능한 캐릭터가 6명이나 된다는 점도 내세울만하다. 그중 둘은 특정 경로를 지나가야 쓸 수 있다. 스테이지 시작할 때마다 주인공을 바꿀 수 있다.

<파이널 파이트>의 타격감에 견줄 순 없지만, 그럭저럭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많이 맞으면 분노 모드가 발동해서 스피드와 공격력이 올라가는 게 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다.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적의 동태를 보여주는 등, 스토리에 공을 들인 느낌이 난다. 인간뿐 아니라 생체 실험을 통해 만든 괴물, 로봇 등이 적으로 나오는데, 인간인 주인공들이 맨주먹으로 싸운다는 게 매우 이상하지만, 따지면 끝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게임은 꽤 긴 편이다. 세이브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중반 이후 되면 좀 지친다. 끝판왕은 강화 인간 벨크다. 마치 초사이아인 브로리 같은 모습이며, 가끔 드래곤 웨이브라는 기술을 쓴다. 쓰러뜨리면, 일본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부한 대사들이 나오며 엔딩이 시작된다. 한 번 엔딩을 봐도 숨겨진 캐릭터, 다른 경로, 다른 엔딩이 재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쟈레코란 제작사는 어딘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B급 게임을 꽤 내놓은 곳으로 기억하는데, 그나마 이 러싱비트 시리즈는 B급에서 시작해서 나름 괜찮은 후속작으로 마무리했다고 본다. 비록 <파이널 파이트>나 <베어너클2> 같은 수준에 이르진 못했지만, 가정용 게임기에 벨스크롤 액션 게임이 부족했던 시기에 갈증을 풀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21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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