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3

8BitDo Pro 2 컨트롤러 사용기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8BitDo Pro 2 컨트롤러가 나왔길래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해서 보름 만에 받았다. SN30 Pro+에 버튼 2개가 추가된 신 모델이다.

포장이 잘 되어 있다. 바로 개봉했다. 컨트롤러, USB선, 설명서가 들어 있다.

컨트롤러 밑면 양쪽에 P1, P2 버튼이 추가되었다. 그 사이엔 모드 선택 버튼이 있다. S(스위치), A(macOS), D(D-input), X(X-input)로 연결할 기기에 맞춰 선택 가능하다. 커버를 열어보면, 배터리가 들어있다.

이 배터리는 뺄 수 있다. 손으로 빼려니까 잘 안 되어서 드라이버를 이용해 떼어냈다. 

배터리 대신 일반 AA건전지를 쓸 수 있다. 이 방식은 마음에 든다. 배터리가 납땜이라도 되어 있으면, 나중에 배터리 성능이 떨어졌을 때 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 AA건전지나 충전지로 대체할 수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컨트롤러를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 박스 GT-King에다 블루투스 연결로 바로 해봤다. 처음에 S(스위치) 모드로 둔 채로 무선 연결했더니 버튼명이 엉뚱하게 맵핑된다. 설명서를 보니 안드로이드와 연결할 경우, D 모드로 하라고 쓰여 있었다. X 모드는 윈도우용이라고 한다. 해보니까 안드로이드에서 D 모드, X 모드 다 연결 가능했다. 안드로이드는 D 모드라고 하니 D 모드로 무선 연결했다. 스타트 버튼으로 전원을 켜고 위쪽의 페어링 버튼을 3초 누르고 있으면 아래 램프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점멸하며 페어링 모드가 된다. 그때 기기 블루투스 설정에서 8BitDo Pro 2를 고르면 연결된다. 한 번 페어링해두면, 다음부턴 스타트 버튼만 눌러도 연결된다.

조작감은 좋았다. 요즘 추세와 다른 십자키 위치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고전 게임 하기 좋다. 십자키는 옛날 슈퍼패미컴 패드의 십자키 감촉과 흡사했다. 약간 물렁물렁한 감이 있으나 조작이 부드럽게 잘 된다. A, B, X, Y 버튼 사이가 다른 게임 컨트롤러보다 조금 벌어져 있다는 평이 있지만, 이건 익숙해지면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테스트해보니 새로 추가된 P1, P2 버튼은 NES.emu, SNES9x.emu 등의 에뮬레이터에서 인식이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버튼들은 8BitDo에서 제공하는 유틸리티로 따로 설정해야 쓸 수 있다고 한다.

https://support.8bitdo.com/ultimate/pro2.html

유틸리티에서 P1, P2 버튼에 할당할 수 있는 키값을 보면, 기존 버튼의 기능 또는 Turbo, Hold, Swap이다. 기존 버튼의 기능은 중복이라서 굳이 필요 없을 것 같고, 나머지 기능은 유용할 수도 있겠다.

1. TURBO 기능

할당한 버튼을 누른 뒤,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연사.

2. HOLD 기능

할당한 버튼을 누른 뒤,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눌려 있는 상태가 됨.

3. SWAP 기능

할당한 버튼을 누른 뒤,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다른 버튼으로 기능이 변경.

이뿐 아니라 매크로 버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 파이터2의 승룡권 커맨드를 버튼 하나에 할당해서 간편하게 구사할 수 있는 기능이다.

GT-King에선 이 컨트롤러를 쓰는 데 문제가 있었다. GT-King의 블루투스 연결이 불안정해서 딜레이가 있고, 수시로 끊어졌다. GT-King 말고 삼성 태블릿, 스마트폰, 윈도우 PC에서 해보니 거기선 안정적으로 잘 되었다. 안드로이브 박스에서 쓰려면 내장 블루투스보다 8BitDo 리시버로 연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리시버의 펌웨어를 1.33 이상으로 업데이트한 뒤, 컨트롤러의 모드를 S나 A로 선택해놓고 리시버와 페어링하면 무선 연결된다. 참고로 Pro 2 컨트롤러도 펌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8BitDo Pro 2 컨트롤러는 기존에 쓰던 XBOX360 무선 컨트롤러와 견주면, 가볍고 버튼이 많아서 좋았다. 이제 이걸 메인으로 쓸 생각이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추가된 밑면의 두 버튼이 의도치 않게 건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이게 사람에 따라 거슬릴 수도 있어서 추가 버튼이 필요없다면, 전에 나왔던 SN30 Pro+을 더 싸게 주고 사는 편이 좋을 것이다.

홍콩 회사인 8BitDo는 레트로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의 게임 컨트롤러를 다수 출시하고 사후 지원을 꾸준히 잘하는 곳이다. 8BitDo Pro 2 컨트롤러는 다른 블루투스 컨트롤러와 견줘도 완성도가 상급에 들어가는 제품이라고 본다.


[추가] 한 달 사용 후 소감
안드로이드 박스(GT King)에 8BitDo 리시버로 무선 연결해서 써보니 전에 쓰던 XBOX360+MS리시버 조합보다 입력 지연(레이턴시)이 느껴졌다. 자료를 찾아보니 Pro2의 레이턴시 값은 19ms였다. XBOX360보다 9ms 정도 더 지연된다는 얘기다. 내 기준엔 레이턴시가 15ms를 넘어가면 그리 좋은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 때문에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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