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Game Fan: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기(3) 세가의 전성기를 이끈 메가드라이브

1988년 10월 29일 세가에서 최초의 16비트 게임머신 메가드라이브가 발매되었다. 당시 패미컴이 주도하고 있었던 게임기 시장에 '16비트'라는 사실을 전면에 부각했으며 오락실 기판에 사용하던 68000 CPU를 도입하며 당시 게임기 중 최고 성능을 자랑했다.

또한 패미컴과 결투하다 참패했던 게임기 세가마크3의 실패를 교훈삼아 세가는 다른 게임제작사에게도 메가드라이브용 게임 제작을 허용하는 서드파티제를 도입했다.

이 당시 주목받은 게임으로는 메가드라이브의 아케이드 이식작 '스페이스 해리어2'가 있었으며 8비트 패미컴과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과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스페이스 해리어2

하지만 발매후 거의 2년 동안 오리지널 게임보다는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이나 기존 게임의 이식에 힘을 기울이고, 메가드라이브만의 킬러 타이틀로 판매대수를 늘리지 못한 것이 훗날 슈퍼패미컴에게 추월 당하는 원인이 된다.

1990년 슈퍼패미컴의 등장은 먼저 발매해 놓고도 인상적인 오리지날 게임들은 별로 나오지않고 그저 성능 홍보로 유저를 늘리고 있던 메가드라이브 진영에도 매우 좋은 자극이 됐다.

이때 두 기종은 게임성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그 이유중 하나는 하드웨어적 특징으로 슈퍼패미컴의 그래픽 표현능력은 과연 최신기종답게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였지만 얄굿게도 CPU의 처리속도가 그래픽능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여 대체적으로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그래픽이지만 속도가 느린 게임이 많았고 메가드라이브는 비교적 어두운 그래픽이지만 스피디한 게임 쪽으로 흐르게 되었으며 그러한 성향은 각 게임기를 선호하는 게이머들에 의해 계속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각 하드의 게임장르 비율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되어, 메가드라이브는 슈팅이나 액션에 강세를 보이고 슈퍼패미콤은 RPG 쪽에서 강세를 보이게 된다.

슈퍼패미컴을 앞도했던 슈팅 게임 썬더포스4

혼두라 더 하드코어

게임의 색채도 슈퍼패미컴보다 묵직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며, 비교적 성인 취향으로 게임이나 미국이나 유럽 수출을 위한 게임이 많았다.

1991년, 메가드라이브는 타도 슈퍼패미컴를 외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했는데, 그 중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를 겨냥해 만든 '소닉 더 헤지혹'은 슈퍼 마리오와는 전혀 다른 '빠르다'라는 컨셉으로 속도감 있는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 게임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대히트하여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바람돌이 소닉

또 이때에는 메가드라이브의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메가CD가 발매되었는데, 출시 당시에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지만, 게임타이틀의 부족과 높은 가격으로 보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메가드라이브와 합체해서 쓰는 메가CD

결과적으로 메가드라이브는 슈퍼패미컴에게 역전 당하고 만 비운의 게임기이지만, 특유의 게임 색깔로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미국, 유럽에서는 오히려 슈퍼패미컴에 우위를 점했다.

1992년 '샤이닝포스', '랜드스토커', '썬더포스' 같은 명작들을 출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슈퍼패미컴이 막 나온 시점이나 그 전에 이런 게임들이 나왔다면 결과는 더욱 좋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샤이닝포스

랜드스토커

RPG도 '판타지스타' 시리즈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슈퍼패미컴의 괴물 RPG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가만이 아닌 다른 회사가 좋은 RPG들을 많이 내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메가드라이브의 간판RPG 판타지스타4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둘 중 하나가 슈퍼패미컴이 아닌 메가드라이브에서 출시되었다면 더욱 불꽃 튀는 게임기 전쟁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삼성에서 '슈퍼겜보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수입해서 판매했다. '라그나센티'를 한글화하고 거북선을 소재로 순수국산게임을 만드는 등 나름대로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후에 '슈퍼알라딘보이'라는 더 유치한 이름으로 바꿔서 판매하기도 했다.

보따리로 들어온 메가CD와 일체품인 '원더메가'는 당시 50만원 이상을 호가하여 갖고 있으면 부자라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