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3

바즈! 마법세계

오래전에 게임잡지에서 분석기사를 읽고 언젠가는 해봐야지 하는 RPG였다. 그래픽은 별로였지만, 엔딩 뒤 기다리면 10년 이후 스토리가 펼쳐진다는 점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렇게 시스템도 그래픽도 칙칙한 B급 RPG는 잘 안 하게 되는데, 간혹 욕구가 생길 때가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더 안 하게 되니 그때를 놓치지 않고 한다.
물론 빨리 클리어하기 위해 치트로 경험치를 뻥튀기하고 랜덤 전투를 없앴다. 이렇게 하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특히 <바즈! 마법세계>는 인카운터율이 매우 높아서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면 중도포기하기 십상이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 HOT B는 발매 다음날 도산했고, 제작 기간 중에 담당 프로듀서가 실종되는 소동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만듦새가 조잡한 부분이 많다.
거리 개념을 넣어서 쓸데없이 시간이 걸리는 전투, 마을사람들의 밀도 낮은 대사, 난잡한 시스템, 힌트도 없어서 공략이 필수인 몇몇 미로 등은 B급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스토리는 평이 좋길래 기대했다. 왕도 RPG와 견주어 특이한 점이 있다. 주인공이 전사나 기사가 아닌 마법사라는 점, 평범한 소년(소녀)에서 일류 마법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 등이다. 특히 뒷부분 스토리는 정의의 사도가 가해자처럼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갈수록 옛날 RPG에서 잘 볼 수 없는 무거운 스토리로 흘러간다. 내용이 평범하지 않다.
엔딩 후 기다리면 10년 이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숨겨진 진실이 다 밝혀진다. 이 게임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보스의 정체는 옛날 게임잡지 분석기사를 기억하고 있어서 예상했다. 모르고 했으면 더 재미났을런지도. 마지막 미로는 너무 난해했다. 딱히 힌트도 없어서 공략 없이 넘기기 어렵다.
제작 당시 회사가 어려웠던 탓인지 제대로 진행해야 할 부분도 글로 대충 넘기는 부분이 있다. 중요 인물의 죽음을 단 몇 줄로 넘기다니 묘사가 부족하다. 살이 더 붙어야 했다.
이 RPG는 매우 아쉽다. 세계관과 스토리는 좋은 편이지만, 제작사의 역량이 따라잡지 못했다. 좋은 소재를 확실히 망쳤다고 해야겠다. 스퀘어에닉스 정도의 제작사가 만들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