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3

드래곤볼Z RPG 시리즈

학생 때 최고로 인기있었던 만화는 아이큐점프라는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제공되었던 일본만화 드래곤볼이었다. 이 만화의 인기는 엄청나서, 이걸 보지 않으면 친구끼리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코믹터치로 그려지던 이 만화는 대마왕이 등장하는 시점부터 진지(?)한 격투만화로 변모하는데, 손오공의 형이 등장하면서 더욱더 흥미를 끌게 되었다.
이러한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나온 게임이 반다이사의 드래곤볼Z 시리즈이다.

드래곤볼Z - 강습! 사이야인 (1990년 패미콤)
당시 생소한 장르인 RPG인데다가 일본어가 난무해서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만화가 인기를 끌고, 게임월드라는 잡지에서 분석을 내보내자 게임도 인기가 치솟았다.

1편의 내용은 손오공의 형이 나오고, 베지타와 결투하는 부분까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게임이 너무 짧다고 생각했는지 중간중간에 원작에 없던 내용이 추가되어 게임플레이 시간을 크게 늘렸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원작에 없던 캐릭터들은 모두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었다)
그 스테이지의 보스와 싸우기 위해 수많은 전투를 거치고 레벨을 올린 다음 보스와 싸우는 방식으로, 지금 보면 굉장히 단순한 구성의 RPG였지만, 손오공과 그 일행을 내가 직접 조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한 게임이었다.

게임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골라서 내면 그 카드의 별수에 따라 공격우선권과 공격력, 수비력이 정해지고, 애니메이션으로 격투가 펼쳐졌다. 당시 게임기로서는 놀라운 그래픽이었기 때문에 이 점이 인기의 요인이기도 했다.

마지막 베지타와 전투는 압권이었는데, 베지타가 킹콩으로 변하면 전투력이 대폭 상승해서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야지로베 카드를 사용하면 원작처럼 꼬리를 잘라 버릴 수가 있어서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수가 있었다.

또, 보름달 카드를 쓰면, 손오반이 킹콩으로 변해 엄청나게 전투력이 상승했는데, 그때 우연하게 이걸 발견해서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드래곤볼Z2 - 격신 프리저! (1991년 패미콤)
손오공 일행이 나메크별의 드래곤볼을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프리저(일본식 발음으론 후리자)와 대결까지를 게임화했다.

1편보다 향상된 그래픽과 더욱 다채로워진 내용으로 시리즈 중 재미로 치자면 최고로 생각한다. 역시 플레이시간을 늘리기 위해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게임월드의 공략기사가 있었기에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막판 프리저와 대결은 원작의 3단 변신장면이 충실히 재현되어서 감동이었다. 다만 손오공이 원기옥으로 프리저를 쓰러뜨리는 부분에서 엔딩인데, 이점이 대단히 아쉬웠다.
왜냐면 바로 그 다음에 죽은 줄만 알았던 프리저가 나타나고, 손오공이 초사이야인으로 변신하는, 그 엄청난 장면을 플레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은 감질맛 나게, 엔딩 이후 초사이야인이 된 손오공을 잠깐 보여주고 3편을 예고하며 끝나 버린다.

재미있는 건 스카우터 카드를 쓰면 적의 전투력을 측정할 수 있었는데, 프리저처럼 전투력이 엄청난 상대에게 쓰면, 원작과 똑같이 전투력이 계속 올라가다가 스카우터가 파괴되었다.

드래곤볼Z3 - 열전 인조인간 (1992년 패미콤)
용산에 복제팩이 나온 걸 보자 마자 눈이 돌아가서 마침 가지고 있던 샤이닝포스 정품을 주고 교환해 왔다. (엄청 손해)

2편에 바로 이어져서 초사이야인 손오공과 프리저가 대결하는 곳부터 시작하여, 셀이 출현하는 부분까지 진행된다.

프리저의 형 쿨러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내용이 중간에 삽입되어 초사이야인 손오공과 쿨러의 대결을 즐길 수 있다.

손오공이 초사이야인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너무나 좋아해서 전투에서 고전하다가 초사이야인 변신 커맨드를 사용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당시 잡지 공략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마지막에 인조인간을 찾아내는 스테이지에서는 일본어를 알아야 공략이 가능했다. 일본어를 몰랐던 나는 일본어사전까지 뒤져가면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인조인간을 찾아냈다.

그래픽은 2편보다 향상되었지만, 게임의 내용 자체는 앞선 1, 2편보다 훨씬 허접했다. 플레이시간이 전편보다 비교도 안 되게 짧았고, 이야기를 완결짓지 못하고 도중에 끝내 버리는 전편의 우를 또 범해버린 것이다.
더욱이 인조인간과 대결에서는 손오공이 심장병으로 누워버린 시점이라 중요한 주인공이 전투에 없어서 맥이 빠졌다. 덕분에 엔딩도 허접하고, 중요한 장면들을 글로 조잡하게 설명하고 끝이 나 버린다.

또한 반다이사에서 장점으로 내세웠던 필드형식 전투는 기존의 애니메이션 전투보다 지루하기만 해서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필드형식 전투를 안 할 수 있는 방법과 손오공의 심장병을 고쳐서 인조인간과 대결할 수 있도록 하는 꽁수를 잡지에서 알게 되었지만, 그땐 게임에 실망해서 이미 팩을 팔아치운 뒤였다.

3편은 셀과 대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게임을 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패미콤이 저물고 있는 시기라 반다이가 원작의 연재를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 낸 것 같다.

드래곤볼Z - 초사이야 전설 (1992년 슈퍼패미콤)
슈퍼패미콤으로 첫등장! 내용은 손오공 형의 등장부터 초사이야인이 된 손오공이 프리저와 대결하는 부분까지로, 스토리가 딱 완결되게끔 되어 있어 좋았다.

패미콤판처럼 지도에서 카드뽑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좀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배경음악도 상당히 괜찮았다.

그래픽은 하드웨어 성능에 힘입어 패미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전투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들의 폼이나 그림들이 왠지 어색해 보였다. 그림은 패미콤판 쪽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좀더 RPG스러워져서 뺑뺑이도 많고, 판타지RPG에서 흔한 던전까지 등장하는데, SF물인 드래곤볼이 판타지RPG의 배경까지 굳이 따라할 것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던전에서는 전투도 많고, 미로도 있어서 좀 짜증내면서 진행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원작과 똑같이 크리닝을 프리저가 죽이면, 손오공이 초사이야인으로 변신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상태로 엔딩을 보면, 엔딩 후에 베지타가 초사이야인이 되어 도전해 와서 흥분이 됐다.
불만도 있는 작품이지만, 패미콤 때 아쉬웠던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된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드래곤볼Z 격투 천하제일무도회 바코드배틀러 (1992년 패미콤)
입력된 바코드에 따라 캐릭터와 전투력이 바뀌는 게임. 당시 잡지 기사를 보고 혹해서 하드웨어를 사고 말았는데, 처음 제품은 바코드가 입력이 잘 되지 않아서, 바로 교환했다.
문제는 바코드를 생각보다 구하기 쉽지 않아서 집에 있는 책 표지 뒤를 오리거나 일부러 종이로 포장된 과자를 사서 바코드를 잘라내곤 했다. 근데, 대개 전투력이 형편없는 것이 많았다.
게임은 스토리 같은 건 없고, 그냥 바코드로 천하제일무도회를 무대로 대결하는 것이 다였다.
사고 나서 많이 후회했던 게임.


드래곤볼Z 외전 - 사이야인 절멸 계획 (1993년 패미콤)
이미 패미콤을 팔아 치우고 슈퍼패미콤을 즐기고 있던 나는 외전이 나와도 시큰둥했다.
더욱이 외전의 내용은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없었다.
이걸 만들 여력이 있었으면 4편이나 만들 것이지...

이것을 해 본 것은 나중에 패미콤을 다시 손에 넣었던 훗날이었다.

일찌기 사이야인에게 멸망당한 쓰울인이 지구에 살아 남아 있는 사이야인들을 죽여서 복수하려 한다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 중간에는 프리저나 쿨러 등 전편에서 해치웠던 적들이 유령으로 나타나 다시 대결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반가운 기분 반, 황당한 기분 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투력과 레벨의 개념이 없어지고, 진화된 카드배틀 형식이 된 것이 불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레벨업이 존재하지 않으니, 보스전 이외의 전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_-;
전투는 카드의 한자 조합에 따라 좋은 필살기가 나오는데, 베지타의 경우, 우리가 직접 조정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필살기를 보려면 상당히 애를 먹어야 했다.

마지막 왕은 라이치 박사였는데, 10턴안에 물리치면 진짜 보스 해치학이 나타나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런 숨겨진 요소가 그나마 이 게임을 살려 주었다.

오리지널 스토리이고, 적캐릭터도 그리 멋지지 못해서 아쉽지만, 허접한 3편과는 다르게 새로운 시도와 노력한 흔적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드래곤볼Z 전설의 초전사들 (2002년 게임보이)
2004년도 6월에 에뮬로 클리어.
게임보이 말기에 나온 드래곤볼 게임. 옛날 패미콤과 비슷한 애니메이션 카드배틀로 전투를 하는데 박력이 부족하다. 캐릭터들이 짜리몽땅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카드배틀 시스템도 패미콤과는 다르고 전략적으로 큰 재미를 주지도 못한다.
대부분 전투중심이라 알피지 요소는 거의 없다. 내용은 원작에 충실한데 오공의 형 등장부터 마인 부우까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엔딩을 보면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는데 원작과 다른 내용으로 빠질 수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다시 할 맘은 별로 들지 않음. -_-

드래곤볼 게임은 패미콤의 Z2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차세대기로 드래곤볼 원작의 내용을 모두 담고 추가요소를 넣어서, 다시 RPG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댓글 8개:

  1. 헉 추억의 게임들 ; DBZ RPG시리즈는 거의 다 해봤는데 가장 먼저했던 DBZ3탄이 기억에 남는군요. 1탄은 하다가 캐릭터를 잘못 키웠달까..노가다 경험치 올리기에서 질려서 금방 그만뒀는데 음악은 머리에 맴돕니다. 아쉬운게 외전이 나오고 그 뒤에 셀과의 전투가 나오는 작품이 없이 끝났다는게....PS2용 DBZ 스파킹을 주문했는데 꽤 재밌을 것 같아요. 좋은 내용 보고 갑니다^^

    답글삭제
  2. DBZ 3편이 그래픽만 따지면 제일 괜찮죠. 하지만, 허겁지겁 미완성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도 드래곤볼Z 4편을 기대했는데, 그때는 이미 패미콤이 차세대 기종들에 밀리는 시점이라 반다이에서도 낼 생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이라도 좋으니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

    답글삭제
  3. Z, Z2, Z3, SFC의 초샤이야 전설까지 엔딩 다 봤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드래곤볼 무척 좋아했었는데..

    암튼, 여기 올 때마다 옛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라 설렘으로 바뀌어 버려 너무 행복하네요. 포스트 무지 잘 봤습니다. RSS구독과 링크해도 괜찮을까요?

    답글삭제
  4. 링크나 RSS는 좋으실 대로 하셔도 됩니다~ ^^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답글삭제
  5. rss 받아가려니 에러 페이지 뜨네요. ; 번거로우시겠지만, rss 주소 좀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답글삭제
  6. 수정했습니다. 테스트해보세요.

    답글삭제
  7. 초사이언의 전설 왠만하면 일본어 RPG는 끝까지 잘 안하는데 몇번이나 깬게임;공략도 안보고 깬 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어려운게임은 아니지만;;)

    답글삭제
  8. 잘 봤습니다.. ㅋㅋ

    저는 외전과 GBA용 드래곤볼 이외에는 다 깨봤어요 ㅋㅋ

    옛날에 패미콤 게임기로 말이죠... 전 합본 팩을 가지고 있어서,

    z1~ 외전까지 4 합본으로 즐길수 있어서 좋았었다는...

    그런데, 그 팩은 산에서 우연히 주웠었던.. 다소 황당한 기억이 ㅋ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