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4

악마성 스페셜 나는야 드라큘라군

패미컴을 한창 할 때, 어느 게임 가게 갔더니 새로 나온 액션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내 동생은 이걸 꼭 하고 싶어서 가지고 있던 롬팩으로 교환받고 싶어 했는데, 교환비가 부족해서 가게 직원에게 떼를 썼다. 그럼 뭐가 남느냐고 거절당하자 동생은 우는 소리를 하며 가게를 나오려고 했는데, 그 대학생 남자 직원은 동생이 불쌍했는지 "에라, 모르겠다" 하며 기본 교환비로 바꿔주었다. 동생과 나는 기뻐하며 롬팩을 가지고 집에 부리나케 와서 패미컴을 켰다.

며칠에 걸쳐 동생과 나는 이 게임을 번갈아 하면서 끝판왕까지 갔는데, 롬팩의 이상 탓에 끝판왕을 도저히 깰 수가 없었다. 그 당시 엔딩을 못 본 아쉬움이 생각나서 에뮬로 잡아보았다.

닌텐도DS DSTWO의 nesDS 에뮬로 5판까지 갔지만, 나머지 6~9판은 PC 에뮬 Nestopia로 했다.
닌텐도DS에서 nesDS로 돌린 화면 
PC에서 Nestopia로 돌린 화면
nesDS에서 돌리는 패미컴 게임은 위아래 화면이 잘리는 문제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닌텐도DS의 해상도는 256X192이고 패미컴의 해상도는 256X240이니 닌텐도DS 화면에서 다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글자가 많은 RPG나 어드벤처 게임은 글자가 깨져서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외에도 <악마성 스페셜 나는야 드라큘라군>의 경우는 아래쪽 박스 그래픽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플레이에 지장은 없었다. 거슬릴 뿐.
불만족스럽지만, 일단 5판까지는 진행했다. 6판부터는 PC 에뮬 Nestopia로 치트 써서 깼다. Nestopia는 PC용 패미컴 에뮬 중 정확도가 높고 지금도 업데이트하고 있어서 골랐는데, 너무 정확한 나머지 패미컴에서 적이 많이 나오면 스펙이 달려서 캐릭터들이 반짝거리는 것까지 똑같았다.
주인공은 드라큘라의 아들이다. 얘가 바로 <월화의 야상곡>의 주인공 알루카드라는 얘기도 있다. 드라큘라의 아들이 한 명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게임은 악마성 시리즈의 코믹 버전 같은 느낌이다. 친숙한 캐릭터들이 짜리몽땅하게 나온다. 악마성 시리즈에 비해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쉽지만, 뒤로 갈수록 다소 어려워진다.
스테이지가 끝나면 사다리 타기로 미니 게임 4가지를 할 수 있다. 사다리 타기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점점 대머리가 되어간다. 미니 게임 중에는 캉캉 댄서의 팬티색을 맞추는 문제도 있다. 어린이용 게임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
스테이지 중반에는 원더보이2의 스핑크스처럼 퀴즈를 맞춰야 넘길 수 있는 왕이 나온다. 어릴 땐 일본어를 몰랐지만,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답 순서를 기억해서 깬 걸로 기억한다.
지금이야 치트나 강제세이브 써서 쉽게 깰 수 있지만, 당시엔 롬팩이었으니 반복 플레이해서 끝판왕까지 갔다. 지금은 엄두가 안 나는, 대단한 열정.
당시 내가 입수한 롬팩은 일본 원본이 아니라 홍콩인가 대만에서 만든 짝퉁 팩이었다. 그래서 위 장면의 끝판왕 모습이 깨져서 나왔다. 여러 번 다시 플레이해서 가봐도 마찬가지였다. 에뮬로 해보니 입을 벌릴 때에만 공격이 먹히는데, 모습이 제대로 안 보이니 당시에는 공격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깨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게임을 접었던 기억이 난다. 엔딩 화면은 게임월드 분석에서나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에뮬로 엔딩을 보니 속시원하다. 패미컴 액션 게임으로선 잘 만든 게임이다. 첫 스테이지의 경쾌한 음악이 꽤 인상적이었고, 그래픽도 패미컴에선 꽤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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