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5

메탈기어 FC

MSX1 유저로서 MSX2 게임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이 바로 <메탈기어>였다. 월간 컴퓨터학습에서 분석기사와 광고를 보고 늘 군침을 흘리던 게임이었다. 잠입액션게임이라는 세계 최초의 특이한 장르, 군사전문가 뺨치는 사실적이고 세세한 설정들이 흥미를 더했다.
액션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적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으면서 몰래몰래 행동해야 하는 게임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러나 MSX2가 없던 나로서는 그림의 떡.


세월이 흘러 패미콤을 한창 즐기고 있을 무렵, 월간 게임월드에서 패미콤용 메탈기어 분석을 내보냈다. 회가 동한 나는 용산 만트라에서 메탈기어 정품팩을 힘들게 구했다. 메탈기어의 경우는 값싼 대만산 복제팩이 눈에 안 띄어서 할 수 없이 비싼 일본 원본 롬팩을 구한 것이다. 정품팩이 많지 않았던 나로서는 가장 아꼈던 패미콤 롬팩이었다.


길찾기가 생각보다 무척 어려웠고, 처음에는 패스워드로 이어서 하는 방법을 몰라서 초반부만 반복하기도 했다. 게임월드 분석은 막히는 곳을 정작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서 더 고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그 분석기사에서 보스의 정체를 알게 되는 스포일러까지 당했다.

보스의 정체는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었고, 일본어를 아는 상태에서 게임 플레이 중에 알았다면 더 놀라웠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다.


후반부의 박사 구하는 곳까지 갔는데, 함정 통과가 너무 어려워서 늘 같은 곳에서 죽기 일쑤였다. 결국 엔딩을 못 보고 다른 팩으로 교환했고, 그 한을 푼 것은 패미콤 에뮬이 나온 몇 년 후였다. 에뮬의 강제세이브 기능으로 그 어려웠던 함정을 통과했고, 끝을 보고야 말았다. 엔딩을 많이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MSX판을 잠깐 해보고 느낀 거지만, 패미콤판은 MSX판보다 그래픽이 떨어진다. 무전기 화면에서 MSX판은 위의 사진처럼 스네이크 얼굴을 볼 수 있는데, 패미콤은 안 보이고, 그밖에도 패미콤판 쪽이 성의없이 만든 듯한 부분이 많다. 원 제작자인 고지마 히데오가 참여를 안 해서 그렇다나.


가장 아쉬운 것은 패미콤판에는 메탈기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메탈기어> 게임에 메탈기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패미콤과 IBM PC판에서는 메탈기어 대신 초대형 컴퓨터를 파괴하고 끝이 난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패미콤판으로 엔딩을 보진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원조 메탈기어가 리메이크된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

댓글 2개:

  1. 아~ 포스트 잘 봤습니다.
    메탈기어에 메탈기어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군요.
    앙꼬빠진 찐빵이랄까...

    MSX판 그래픽을 그대로 이식은 못하더라도, 맵 구성이나 각종 내용은 그대로 가져왔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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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패미콤판을 해보고 메탈기어가 원래 등장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MSX판에서 나오는 메탈기어 사진을 보고 속았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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